[전대길의 CEO칼럼]숙종(肅宗)과 이관명 어사(御使)
[전대길의 CEO칼럼]숙종(肅宗)과 이관명 어사(御使)
  • 김민수
  • 승인 2017.03.1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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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19대왕인 숙종(1661~1720) 때 이관명(李觀命, 1661~1733)암행어사가 1년간 영남지방을 암행(暗行)한 후에 숙종을 알현했다. 숙종이 여러 고을의 민폐가 없는지 묻자 곧은 성품을 지닌 이관명은 있는 사실대로 직언(直言)했다.

"황공하오나 한 가지만 아뢰옵나이다.
경상도 통영 땅에 섬 하나가 있는데, 무슨 연유인지 상감마마의 후궁 한 분의 소유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섬 관리의 수탈이 어찌나 극심한지 백성들의 궁핍을 차마 눈뜨고 볼 수가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숙종은 격노(激怒)해서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치며 대성일갈(大聲一喝)했다. "과인이 그 조그만 섬을 후궁에게 하사한 게 그렇게도 나쁜 일이란 말인가?" 갑자기 대궐 안의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그러나 이관명 암행어사는 숙종에게 당당하게 굴(屈)하지 않고 아뢰었다.

"신(臣)은 어명(御命)을 받들고 1년 동안 백성들의 삶을 샅샅이 둘러보았습니다. 그런데 전하의 잘못된 어명으로 인해서 통영 땅의 백성들이 도탄(塗炭)에 빠졌는데도 대신(大臣)들은 묵언(黙言)으로 전하의 잘못된 어명을 어느 누구 하나 따지고 바로잡지를 못했습니다. 그러니 저를 비롯하여 전하께 직언하지 못한 여러 대신들에게 국법으로 엄중하게 다스려 주시옵소서!"

이에 숙종은 신하들 앞에서 창피를 당하자 머리끝 까지 화(火)가 나서 승지를 불러 전교를 받아 적으라고 명했다.

신하들은 이 관명 어사에게 중벌(重罰)이 내려질 것이라며 숨을 죽였다. "전(前) 수의어사 이 관명에게 부제학을 제수한다."숙종의 어명에 승지는 교지를 써 내려갔다.조정의 대신들은 엎드려서 서로들 눈치만 살폈다.

숙종은 또 다시 어명을 내렸다. "부제학 이관명에게 홍문제학을 제수한다." 이상하게 여긴 신하들은 승지만이 아니었다. 신하들은 웅성거렸다. 그러자 숙종은 또 다시 승지에게 어명을 내렸다. "홍문제학 이 관명에게 예조참판을 제수한다."

그리고 나서 숙종은 이관명 어사를 가까이 불러 부드럽게 말한다. "이관명 공의 간언(諫言)으로 이제야 짐의 잘못을 깨우쳤소.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신념으로 짐의 잘못을 언제라도 바로잡아 주시고 나라가 국태민안(國泰民安)하도록 애써 주시오."

숙종께 목숨을 걸고 ‘그릇된 것은 그르다’고 간언(諫言)한 용기도 대단하지만 충직한 신하를 알아보고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숙종의 아름다운 덕치(德治)가 우리에게 큰 여운(餘韻)과 감동을 준다.

2017년 3월10일 11시 21분!
헌법재판소의 역사적인 대통령 탄핵판결을 지켜보며 숙종과 이관명 어사를 생각한다.

리더(Leader)에게 주는 세종대왕의 어명(御命)이다.
‘임금이 덕이 없고 정치를 잘못하면 하늘이 재앙을 보내 경계시킨다. 대소 신료들은 위로는 나의 잘 잘못과 아래로는 백성들의 좋고 나쁨을 거리낌 없이 마음껏 직언(直言)하라. 하늘을 두려워하며 백성을 걱정하는 나의 지극한 생각에 부응토록 하라!‘

전 대 길
(주)동양EMS 사장,
국제PEN클럽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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