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회사 그만두면 내일 뭐하지?]5-365일 퇴직의 그림자는 존재한다.
[여보! 회사 그만두면 내일 뭐하지?]5-365일 퇴직의 그림자는 존재한다.
  • 이효상
  • 승인 2017.04.12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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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직의 합리화 구조조정


올해는 왜 이렇게 구조정이 많을까?
대기업, 중소기업 모두 내년이 더 어렵다고 하고 정부 발표 또한 내년이 어렵다고 구조조정의 필연성을 강조한다. 언론도 매일 같이 세계경제 불황, 신흥국의 금융불안 등 전 지구가 어렵다고 한다.

지금까지 살면서 경제가 좋다, 내년에는 더 좋다는 예측은 거의 들어본 기억은 없다. 특히, 연말엔 내년도 경제 사정 악화를 예측하고 이를 증명하는 근거를 유명한 학자들과 기업인들의 입을 빌려 앞 다투어 발표한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많은 직장인들은 무엇을 느낄까?
재취업을 준비하는 중장년층은 또 무엇을 느끼며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을 하지 못하는 취업 재수생의 마음은 어떠할까.

필자도 20여년 직장생활 동안 매년 경기불황을 예측하고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나선다는 보도를 보며 살았다. 매년 반복적으로 펼쳐지는 구조조정은 계절의 변화와 무엇이 다른가? 인생을 살면서 계절의 변화를 두려워하고 전신의 힘을 다하여 대비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매년 접하는 계절의 변화와도 같은 구조조정을 받아들이는 직장인들의 마음은 어떨까? 어떤 말로도 이 불안한 마음을 다 표현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러한 구조조정의 내용이 올해는 왜 이리 많은지....
원유가력 하락으로 전체 수출에 먹구름이 끼인다고도 하고, 석유화학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예상된다고 하고, 이미 큰 손실을 본 조선업계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하였으며 이로 인하여 수 많은 직장인들이 명예퇴직으로 직장을 떠났다고 한다.

금융업은 어떠한가? 이 또한 마찬가지다. 시중 대형은행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필두로 증권사의 명예퇴직 실시, 잠시동안 호황을 누리던 건설업계 또한 구조조정 대열에서 여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직장인들의 눈에는 12월은 구조조정만 보일지도 모른다. 구조조정은 인력 감축을 동반하고, 인력 감축은 명예퇴직을 낳고, 명예퇴직은 누군가를 직장과 이별하게 만든다.

1년 내내 구조조정이 이루어지지만 특히 연말이면 더 심각하게 진행하여 전혀 희망하지 않는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전혀 명예롭게 생각하지 않는 명예퇴직을 실시한다.

이렇게 오늘도 누군가는 실업자 대열에 합류한다. 명예퇴직, 권고사직 등 돌발퇴직은 40, 50대 중장년층 전유물 이었으나, 최근에는 30대 초반 아니 20대까지 명예퇴직 인원에 포함시키는 기업도 있다고 한다.

이 얼마나 매정한 짓인가!

20대가 회사에 얼마나 많은 부담을 주기에 명예퇴직을 시킨단 말인가! 너무나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렇듯 대한민국 많은 직장인은 누구나 4계절 상시 퇴직의 그림자에 둘러 싸여 오늘도 살아간다.

매일 함께 하는 퇴직의 그림자를 두려워 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누구나 한두 번은 마주하는 당연한 것이다.


▣ 원하지 않는 퇴직을 마주하는 날


오늘도 언론은 내년의 경기를 불황으로 예측하고 기업체는 오늘도 구조조정을 실행한다. 언론에 언급된 대기업들의 구조조정은 기본이고 누구의 관심도 갖지 않는 많은 중소기업들도 내년 경기 불황을 핑계로 인력을 감축한다.

자의든 타의든 인력감축 명단에 포함된 사실을 알거나 통보 받았을 때 편안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겉보기엔 태연한 것처럼 행동하지만 속으로는 누구나 불안과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도 퇴사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보면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필자의 본부장은 CEO의 신뢰를 받고 회사 내에서는 인간성 좋고 인간관계는 누구보다 잘 구축한 분이다. 하지만 이분도 생각치 못한 돌발 퇴직을 접하고 한 동안 말이 없었다.

대부분의 주변 동료들이 이 분이 퇴사자 명단에 포함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못하였고 본인 또한 전혀 예상하지 못하였으니 그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명단 발표 후 며칠이 지난 어느날 CEO에 대한 서운함을 조심스럽게 내뱉고 한결 편안한 모습으로 “내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미운소리 안 듣고 해 끼치는 행동을 하지 않았는데 갈데없을까” 하셨다.

개인 짐정리를 하고 책상을 비우는 날 부하 직원 전체에게 개개인별 편지와 선물을 준비하여 일일이 나누어 주셨다. 이때의 모습이 정말 멋있어 나도 나중에 이렇게 해야지 하고 마음먹은 적이 있었다.
이렇게 멋진 모습을 보이지만 떠나는 뒷모습은 어딘가 안쓰럽고 쓸쓸해 보였다.

또한 분의 본부장인 J상무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셨다.
J상무는 윗사람 보기를 하느님처럼 보고 아랫사람보기를 돌같이 보는 스타일이다. 평소 J상무는 업무에 있어서 자신의 결정보다 상사의 입을 근거로 업무를 추진하여 결재가 통과되었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을 자주 연출하는 스타일이다.

한동안 J상무도 CEO의 힘을 등에 없고 조직을 좌지우지할 정도의 파워를 휘두를 뿐만 아니라 거래업체 직원들에게도 상전으로 군림하였다. 많은 부하 직원들이 J상무는 앞으로 100년은 회사에 근무할 것이라고 칭찬(?) 하곤 했다.

하지만, 입사하면 반드시 퇴사한다는 지극한 상식이 J상무에게 적용되는 순간이 왔다. J상무가 퇴사하는 날 짐 정리를 도와주는 부하직원들은 없었다.
그나마 일부 팀장들이 잠시나마 방에 들러 직원들과 협의하여 송년회 일정이 잡히면 J상무에게 연락하기로 하고 간단하게 작별하였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송별회 날짜는 잡히지 않고 있고 퇴사한지 3년이 지났건만 아무도 그 이후 J상무와 통화한 사람은 없었다. J상무를 가리켜 많은 직원들은 “평생 여기서 직장생활 할 것 같고 오너의 동생인 것처럼 잘 난 척은 혼자 다 하더니 별수 없구나.” 하곤 했다.

퇴직할 때의 뒷모습은 누구나 쓸쓸하다. 하지만 쓸쓸함 속에 아름다운 정이 있는 사람과 떠남으로써 남아 있는 직원들의 희망을 주는 사람이 있다. 어떻게 생활하든 직장인들에게 언젠가 퇴사일은 찾아온다.

공중 화장실 안내판에 “아름다운 사람이 머문 자리는 아름답습니다.” 라는 문구와 같이 직장생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아름다운 퇴직은 아름다운 직장생활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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