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안내]4차 산업혁명, 강력한 인간의 시대
[신간 안내]4차 산업혁명, 강력한 인간의 시대
  • 김연균
  • 승인 2017.04.14 11: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전벨트 꽉 매십시오.

4차 산업혁명의 생생한 풍경 속으로 떠나는

쾌속 여행이 시작됩니다.”


1. 기계 지능이 인간의 정신적 능력을 대폭 강화하는 시대,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세계적 경제학자가 전망하는 미래상, 그리고 다가올 기회


현대 사회의 가장 큰 화두 두 가지를 꼽으라면 단연 ‘양극화’와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소득과 부의 편중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갈수록 극심해지고 있다. 더불어 기술 발전이 날로 가속화되어 4차 산업혁명을 목전에 둔 시점이 되었다. 이 책의 제목인 ‘강력한 인간의 시대’는 기계 지능이 평균적인 인간을 대체하게 될 4차 산업혁명의 전망을 여실히 드러내며, 이는 비단 일자리와 소득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주거지, 교육, 협상, 심지어 가장 사적인 관계에까지 급격한 변화가 일어날 것을 시사한다.

4차 산업혁명은 우리 삶의 가장 내밀하고 사소한 부분까지 깊숙이 침투해 생활의 풍경을 바꿔놓을 것이다. 이에 세계적인 경제학자 타일러 코웬이 ‘양극화’와 ‘4차 산업혁명’이라는 현대의 대표적 화두를 촘촘히 분석하고 엮어 미래상을 제시한 책을 출간하였다.

이 책은 지금과 같은 1퍼센트 대 99퍼센트의 극단적 양극화의 세계를 그리지는 않는다. 대신 역사상 어느 때보다도 부유층과 빈곤층이 많아지고 그사이에 구멍이 뚫려 ‘평균’으로 대변되었던 중간층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에릭 브린욜프슨과 앤드루 매카피가 ≪제2의 기계 시대≫에서 전망했듯이, 제1의 기계 시대에 증기기관과 그 후속 기술들이 인간의 근력을 대폭 강화했던 것처럼, 제2의 기계시대에는 컴퓨터를 비롯한 디지털 기술이 인간의 정신적 능력을 대폭 강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코웬은 제2의 기계 시대를 열 4차 산업혁명에 적응한 고소득자는 그 어느 때보다 좋은 성과를 내는 반면, 신기술을 익히고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은 저소득자는 더욱 깊은 수렁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러한 변화를 감지하고 준비하는 사람에겐 고소득자의 반열에 올라갈 수 있는 기회의 문이 활짝 열린다.

2. 미래는 유토피아일까, 디스토피아일까?

주변부부터 핵심까지 변화의 양상을 꼼꼼히 살피다


≪강력한 인간의 시대≫의 가장 큰 미덕은 뭐니 뭐니 해도 균형 잡힌 시각이다. 코웬은 2011년에 발표한 전작 ≪거대한 침체≫에서 “쉽게 따는 과일”이 고갈된 미국은 더블딥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며 세계 경제를 부양시키는 역할을 못할 것이라고 신랄하게 전망한 바 있다. 그 전망은 2017년 현재 사실로 밝혀졌다. 미국의 침체는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데 일조했고, 트럼프 정부는 TPP 탈퇴를 신호탄으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경제 정책을 펼치면서 세계 경제의 ‘큰 형’ 역할을 내려놓았다. 이번에도 코웬은 신뢰할 만한 전망을 내놓는다. 어쩌면 이 책은 ≪거대한 침체≫의 후속이며 대책편이라고 할 수 있다.

코웬은 근거 없는 낙관주의도, 두려움을 유발하는 비관주의도 경계하면서 냉철하게 미래를 전망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현시점에서 다양한 자료와 데이터를 종합하여 내놓은 미래상은 유토피아도, 디스토피아도 아닌 현실성 있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19세기에 일어난 산업혁명이 그랬듯 기계는 오래된 일자리를 없애기도 하지만 새로운 일자리와 일터를 만들어낸다. 바로 거기서 기회를 찾아야 새로운 시대의 승자가 될 수 있다. 이러한 균형 잡힌 전망 속에서 독자들은 그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미덕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섬세함과 생생한 묘사다. 책은 이미 고착화된 양극화가 기계지능과 맞물려 노동시장, 소득, 부, 교육, 과학, 주거지 등등 우리의 일상에 일으킬 모든 변화를 꼼꼼하게 망라해놓았다. 거시적 변화뿐 아니라 일상에 영향을 미칠 세세한 부분까지도 놓치지 않고 서술했기 때문에 미래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게 한다. 이를테면 음성분석 기술과 거짓말 탐지 기술의 발달이 협상과 연애의 양상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를 기술한 부분은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할 만큼 그럴듯하게 느껴진다. 균형 잡힌 시각과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생생한 묘사는 미래의 모습을 우리에게 손에 잡힐 듯 펼쳐 보여준다.


3. 정신노동의 미래 전망

미래 직장인, 전문직, 기초학문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기계가 육체노동을 대체하리라는 전망은 이미 기정사실이 되었다. 그렇다면 기계지능은 정신노동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까? 책은 이 부분의 변화도 간과하지 않고 사실적으로 짚어낸다. 코웬이 그리는 미래상에 따르면 미래의 직장인은 자신의 능력을 표시한 점수를 꼬리표처럼 달고 다니게 된다. 기계지능은 노동자들의 업무능력과 태도, 성과 등등을 지표로 삼아 점수나 등급을 매기고, 이는 그의 소득과 전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기계지능이 빅브라더 역할을 하는 이러한 변화가 달갑지는 않겠지만 그 개연성은 충분해 보인다.

이러한 변화는 고도의 정신노동을 하는 전문직에서도 마찬가지로 일어날 것이다. 환자는 각각의 의사가 진단 정확도, 수술 성공률, 환자를 대하는 태도 측면에서 얼마나 우수한지 알게 될 것이다. 이는 우수한 의사는 더 많은 소득을 얻게 되고, 돈이 부족한 환자는 자신의 지출 범위 내에서 가장 실력이 좋고 자신에게 적합한 의사를 찾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변호사와 교수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교수의 경우는 온라인 교육 환경의 발달과 더불어서 지식 전달자의 역할에서 벗어나 점차 동기부여 강사와 같은 형태로 변모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책은 직업에서 어떠한 변화가 일어날지를 전망할 뿐만 아니라, 기초 학문에서 일어날 변화도 촘촘하게 제시한다. 예를 들어 기계지능과의 협업으로 인해 과학은 점점 더 전문화되고 세분화되는 경지에 이를 것이고, 종국에는 기계만이 이해 가능하고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이론으로 굴러가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또한 경제학은 실생활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사용 가능한 형태로 변환하는 방식으로 변화해가는 대신 이론 모델은 점차 약화될 것이다. 이와 같은 분야별 전망은 자신이 속한 분야, 나의 직업이 미래에 어떻게 변화할지 가늠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4. “기계와 인간의 팀워크를 주목하라!

침체를 새로운 가능성으로 역전시킬 기회가 거기 있다.”


폴 크루그먼은 수없이 많은 대학 졸업자가 사회생활을 시작할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향후 20년 간 번영을 기대할 수 있느냐며 각국이 처한 고용 불안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이에 더해 에릭 브린욜프슨과 앤드루 매카피는 또 다른 책 ≪기계와의 경쟁≫에서 디지털 기술의 빠른 발전이 수백만 명의 일자리와 급여에 피해를 줄 것이며 인간이 기계를 상대로 경주할 것이 아니라 함께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전략이 무엇인지 이해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즉 우리는 앞으로 더욱 강력해지고 능력이 출중해질 컴퓨터를 비롯한 기계를 경쟁자가 아닌 동료로 활용하는 방법, 함께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전략이 무엇인지 이해해야만 한다.

코웬 역시 경제의 각 분야에서 새로운 지능형 기술을 활용하는 가운데 사람과 기계가 협업하여 생산성을 높이는 세상을 그리고 있다. 코웬은 컴퓨터 체스 프로그램을 주된 예로 삼으며 인간과 기계의 협업이 어떠한 방식으로 전개될지 논리를 펼치는데, 그 이유는 간단하다. 기계지능 초창기부터 꾸준히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온 분야가 바로 체스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인공지능 연구자인 알렉산더 크론로드(Alexander Kronrod)는 “체스는 인공지능의 초파리다”라고 말한 바 있다.

즉, 초파리가 인간의 유전자를 해독하는 데 일조했듯 체스가 인공지능의 전체상을 이해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는 뜻이다. 코웬이 체스와 체스 프로그램의 발전에 집중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사람들은 이제 체스를 프로그램을 통해 배우고, 프로그램과 경기를 하며 실력을 연마하며, 프로그램을 활용해 조언을 구하고 복기한다. 더구나 프로그램과 협력하여 한 팀으로 경기를 치르기도 한다. 체스 프로그램의 발전과 그 활용법의 변화 과정을 살핀다면, 다가오는 미래에 기계와 어떻게 협력해야 할지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노동 없는 미래’나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세상’을 상상하면서, 낙관주의에 빠지기도 하고 대책 없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그러나 ‘노동 없는 미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본소득 등 선결해야 할 복잡한 과제가 산재해 있고, 무엇보다 사람의 인식이 변화해야 가능한 일이다. 또한 일자리를 기계에 빼앗겨 모든 사람이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암울한 미래상도 그다지 현실적이지는 않다.

코웬은 미래의 어느 순간에는 일하지 않고도 생활할 수 있는 미래가 오겠지만 그것은 먼 미래의 이야기고, 우선은 기계혁명에 적응하는 사람은 더 많은 소득을 올릴 것이라고 말한다. 기계지능은 양날의 칼을 지녔다. 기계지능은 ‘어떤’ 사람을 대체할 것이며, 또 다른 한편으로는 많은 이들의 노동력 가치를 증가시킬 것이다. 기계지능과 결합하여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일을 찾는 것, 그것이 미래를 준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코웬은 이러한 상황을 가리켜 능력 지상주의 세상(Hyper-Meritocracy)이 왔다고 표현한다.

이번에도 코웬의 전망은 옳을까? 고착화되어가고 있는 경기침체와 기계지능의 결합이 몰고 올 현상에 대한 그의 예리하고 생생한 전망, 새로운 환경을 극복할 대안에 주목하자. 기업이든 개인이든 거대한 침체를 극복하고 4차 산업혁명의 파고를 넘어설 최선의 길을 발견해낼 수 있을 것이다.

지은이 : 타일러 코웬 / 옮긴이 : 신승미 / 출판 : 마일스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