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의 CEO칼럼]1:29:300
[전대길의 CEO칼럼]1:29:300
  • 김용관
  • 승인 2017.04.18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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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이매동 아름마을과 동판교 봇들마을 사이의 도시고속도로 위에 지붕을 덮는 도로공사가 한창이다. 동과 서로 갈라진 주민들 간의 통행편의는 물론 자연스럽게 하늘공원도 만든다는 명분이다.

그런데 공사장 서쪽 벽면에 ‘안 막혔소’를 암시하는 듯한 ‘안매켜소’란 4자성어, 홍보판이 등장해서 운전자들의 눈길을 끈다.

‘안매켜소‘란 ‘안전띠 매고, (전조등을)켜고, 소음(빵빵거리는)을 내지 말라!’는 구호이다. 대낮에 전조등을 켜고 운행을 하게 되면 자동차 사고율이 19%나 감소한단다. 새롭고 기발한 사고예방 캠페인이다.

마침 어제(4월16일)는 세월호 사고 3주기를 맞는 날이다. 다시는 기억하기조차 싫은 이러한 가슴 아픈 대형사고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 모든 일에는 전조(前兆)가 있다. 대형 안전사고는 발생하기 이전에 이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일어난다.

1931년 미국 트래블러스 보험회사(Travelers Insurance Company)의 엔지니어링, 손실통제 부서에 일했던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Herbert William Heinrich)는 <산업재해 예방과 과학적 접근>이란 책을 출간했다. 업무 성격상 수많은 사고의 통계를 접했던 하인리히는 산업재해 사례의 조사, 분석을 통해서 사고발생의 통계적 법칙을 발견했다.

이 것은 바로 산업재해가 발생하여 중상자(重傷者)가 1명 나오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경상자(輕傷者)는 29명,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 뻔한 잠재적 부상자(負傷者)는 300명이 존재했었다는 사실이다.

즉 큰 재해와 작은 재해 그리고 사소한 사고의 발생 비율이 1:29:300이라는 것을 하인리히 법칙(1:29:300 법칙)이라고 한다.

큰 사고는 우연히 또는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게 아니다. 경미한 사고들이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큰 사고가 발생함을 실증적으로 밝힌 것으로, 대형 안전재해가 일어나기 이전에 일정 기간 동안 여러 번의 경고성 징후와 전조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다시 말하면 대형 안전재해는 평소에 사소한 것들을 방치할 때에 발생한다. 사소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잘못된 점을 신속하게 시정하면 이러한 대형사고나 재해를 미리 예방(豫防)할 수가 있다.

그러나 이런 징후를 무시하고 방치하면 세월호 사고, 성수대교 붕괴사고,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처럼 돌이킬 수 없는 큰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사고발생 요인을 미리 종합적으로 파악해서 이를 완벽하게 제거하자는 완전무결(Zero Deffect)운동이 돋보인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사람의 생명이다. 안전사고가 나면 물질적 소실은 어느 정도 감내(堪耐)한다 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되돌릴 수 없으며 가족의 불행(不幸)은 물론 사회, 국가적으로도 손실이다.
따라서 하인리히 법칙은 노동현장에서의 재해뿐만 아니라 각종 사고나 재난, 또는 사회적·경제적·개인적 위기나 실패와 관련된 법칙으로 확장되어 해석되고 있는 추세이다.

끝으로 미국 서부의 로스엔젤리스(L.A)에서 우리 한국인 동포들 사이에 ‘안답어미’란 (新)4자성어가 생겨났단다.

조국을 떠나 향수병에 신음하며 이국 하늘 아래서 열심히들 살아가지만 팍팍한 현지에서의 삶과 세월호 사고와 같은 안타까운 안전재해는 물론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인한 조국의 최고지도자의 구속수사 등 창피한 일로 인해서 ‘안타깝고, 답답하고, 어지럽고, 미치겠다!’란 의미란다.

L.A 동포들이 정신적으로 얼마나 힘이 들었으면 이런 힘없고 맥(脈)빠진 신조어(新造語)까지 생겨났을까?

전 대 길
(주)동양EMS 사장
국제PEN클럽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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