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안내]홀라크라시
[신간 안내]홀라크라시
  • 김연균
  • 승인 2017.05.18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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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소싱타임스 김연균 기자]

관리의 삼성, 불도저 현대의 시대는 끝났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경영 플랫폼부터 혁신하라!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18세기 증기기관의 등장으로 촉발된 1차 산업혁명은 19세기 컨베이어 벨트로 상징되는 대량 생산체계(2차 산업혁명), 20세기 IT와 자동화 생산 시스템(3차 산업혁명)을 거쳐 오늘날에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디지털 기술과 인간 그리고 물리적 환경의 융합이 이끄는 4차 산업혁명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정부와 정치권은 4차 산업혁명을 새로운 먹거리로, 기업은 저성장 시대의 돌파구로 주목하고 있다. 언론도 연일 4차 산업혁명의 기회에 대한 장밋빛 청사진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 우리나라 기업 중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기업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왜 그럴까?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경영 플랫폼이다

3차 산업혁명까지 기업 경영은 예측과 통제(predict and control) 방식으로 이뤄졌다. 카리스마 넘치는 CEO와 전문 경영진이 계획을 수립하면 수직적인 조직이 이를 일사불란하게 실행하는 경영. 이는 관리의 삼성, 불도저 현대로 대표되는 방식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효과적인 경영 플랫폼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앞으로 세계 시장은 예측과 통제가 불가능할 만큼 기술 발전과 융합의 속도가 빨라지고 시장 환경이 역동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의 ‘기술’에 주목할 뿐 경영 플랫폼의 혁신에는 무감각하다.

우리가 기술의 변화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을 때, 세계의 혁신기업은 새로운 경영 플랫폼을 실험하고 있다. 바로 그 답이 바로 《홀라크라시》에서 소개하는 자율경영 시스템, 홀라크라시(Holacracy)다.

조직 구성원들이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창의적이고 유연한 경영 체계를 뜻하는 자율경영(self-management)은 사실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이미 경영 이론의 대가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와 프레데릭 라루(Frederick Laloux)가 기업의 창의성, 자율성, 문제해결 능력을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자율경영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형태는 조금씩 다르지만 구글(Google), 토마토 가공회사 모닝스타(Morning star), 넷플릭스(Netflix), 밸브(Vavle), 파타고니아(Patagonia) 등은 자율경영 플랫폼을 도입해 성과를 내고 있다. 위계질서와 관료주의 문화가 강한 우리 기업이 기존의 경영 플랫폼을 고수한다면 기회를 잡는 것은 고사하고 생존까지 위협받을지 모른다.

자포스가 선택한 자율경영 시스템, 홀라크라시

2015년 미국 최대의 온라인 신발, 의류 업체 자포스(Zappos)의 창업자 토니 셰이(Tony Hsieh)는 모든 직원에게 장문의 이메일을 보낸다. 그는 자포스가 창업 초기의 기업가적 문화를 유지하고, 조직이 관료주의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홀라크라시를 경영이념으로 삼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조직 내의 관리자 직책을 모두 없애고 자포스를 모든 구성원이 스스로를 자발적으로 경영하는 회사로 탈바꿈시키겠다고 선언했다. 만약 이 같은 변화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좋은 조건으로 회사를 떠날 수 있도록 퇴직 패키지까지 제안했다.

이 발표 이후 실제로 직원 가운데 무려 14퍼센트에 달하는 인원이 회사를 떠났다. 홀라크라시를 경영 플랫폼으로 받아들인 지 3년이 지난 지금, 자포스는 여전히 미국을 선도하는 대표적인 혁신기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전체를 뜻하는 그리스어 ‘holos’와 통치를 뜻하는 ‘cracy’가 합쳐져 만들어진 홀라크라시는 자율경영 이론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지고 가장 구체적인 시스템(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이다. 2017년 현재 자포스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수십 개의 나라, 약 1천 개 이상의 영리, 비영리 조직에서 홀라크라시를 경영 시스템으로 사용하고 있다.


보스 없이도, 스스로 진화하는, 역동적 조직

《홀라크라시》의 주장은 명확하다. 기업의 창의력, 역동성, 문제해결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보스(boss) 즉 관리자를 없애야 한다고 말한다. 대신 모든 구성원이 명확한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자율적으로 회사의 운영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탈바꿈할 것을 주장한다.

경영자가 독점하던 권한과 책임은 마치 국가의 헌법처럼 명문화된 규약인 ‘홀라크라시 헌장(constitution)’에 이양하고, 모든 구성원은 이 규약이 명시한 규칙과 시스템에 의해 권한과 책임을 분배받아 조직을 운영하는 것이 홀라크라시의 핵심이다. 이때 홀라크라시 헌장은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모든 구성원들의 집단지성을 활용해 수정되고 보완하며 진화한다.

새떼들의 편대비행을 떠올려보자. 편대비행을 하는 새에게는 일일이 간섭하는 지도자가 없다. 대신 아주 단순한 규칙 몇 가지를 지키면서 상호작용하는 것만으로 수만 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리를 질서정연하게 비행한다.

이는 기업이 구성원들의 자율적인 상호작용을 통해서도 복잡한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저자가 이 책에서 예로 든 것처럼, 우리가 사는 도시나 경제 시스템은 이미 독재자의 위압적인 명령 대신 각 구성원의 자율적 판단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

홀라크라시를 도입하면 어떤 변화가 찾아올까? 기업은 더는 상명하복으로 움직이는 기계가 아니라 내외부의 변화에 상호작용하면서도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유기적인 개체로 진화한다.

또한 CEO와 관리자는 과중한 업무와 책임에서 벗어나 조직의 미래를 위해 창조적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다. 현장의 직원들은 실제적 권한을 갖고 업무를 능동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중간 관리자를 모두 없애라는 홀라크라시의 주장이 다소 급진적으로 보일 수 있다. 내일 당장 회사의 위계 구조를 없애버리고 직원들에게 권한을 나눠주면 걷잡을 수 없는 무질서로 조직이 붕괴하지 않을까? 실제로 자율성을 최선의 가치로 신봉하는 스타트업이 어수선한 무질서와 혼란 속에 허우적거리다 무너져 내리는 것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조정되지 않은 자율성이 무질서를 초래하고, 그 무질서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이어지는 회의로 상징되는 대단히 비효율적인 운영, 상상하기만 해도 끔찍하다. 자포스가 홀라크라시를 경영 시스템으로 채택하자 많은 주류 경영지들이 자포스의 실험이 결국 실패로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브라이언 J. 로버트슨 지음 | 홍승현 옮김 | 김도현(국민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감수 ㅣ 출판 : 흐름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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