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기업’ 운명, 원청이 좌지우지
‘HR기업’ 운명, 원청이 좌지우지
  • 김연균
  • 승인 2017.05.31 10: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정규직 고용부담금, 업계 떠 넘기기 십상
[아웃소싱타임스 김연균 기자]HR아웃소싱 산업의 ‘존폐’ 논란까지 일으킬 정도로 ‘비정규직 제로’ 정책이 화두다.

주요 민간 기업이 정규직 전환을 가시화화면서 그들(원청)과 계약 관계를 맺고 있는 수많은 협력업체들은 원청의 경영방침에 따라 회사의 운명이 달라질 판국이다.

HR아웃소싱 업계가 걱정하는 것은 분명하다. 시장의 생태계를 해치는 것이다. 대기업들이 파견 및 도급업체 직원들을 모두 채용한다는 것은 다른 관점에서 보면 시장 독점이자 협력업체 직원 뺏기다.

외주로 주던 사업을 자신들이 직접 하겠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SK브로드밴드가 협력업체 수리기사 5000여명을 정규직으로 들이겠다고 선언한 이후 일부 협력업체 대표들의 불만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HR업계 관계자는 “일부 대형 HR업체들은 타 사업에서 매출을 보전할 수 있겠지만 중소 업체는 매출 변화가 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원청을 압박하는 또 다른 요인인 ‘비정규직 고용부담금’도 문제시 되고 있다.

고용부담금 부과를 회피하기 위해 HR업체에게 비용부담을 전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 고용부담금’ 신설에 적극 나선 것은 국내 비정규직 비율이 선진국에 비해 훨씬 높을 뿐만 아니라 임금 수준도 정규직에 비해 과도하게 낮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현재 한국의 비정규직 비율은 전체 임금 근로자의 3분의 1(32.8%)에 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1%에 비해 훨씬 높았다.

월평균 임금은 149만4000원으로 정규직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고용 불안과 저임금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배경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비정규직 고용부담금이 신설되면 업체당 7000만~1억원 수준의 부담금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644만명에 달하는 비정규직을 줄여 2022년까지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추려면 해마다 비정규직 64만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 보고서는 정규직 전환 지원금을 1인당 100만원으로 산정해놓고 매년 약 6440억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다.

앞으로 부과될 비정규직 고용부담금을 통해 마련되는 재원은 연간 5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998억원)과 건설업(628억원) 등이 주로 이 같은 재원을 부담할 전망이다.

이 공약이 실제로 이행될 가능성이 큰 만큼 일반 기업뿐만 아니라 HR 업체들도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원청이 부과받은 ‘비정규직 고용부담금’ 일부가 도급계약시 HR업체에게 일부 전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HR 업계 관계자는 “비정규직 고용부담금은 현재 운영 중에 있는 ‘장애인 고용부담금’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면 된다”며 “대다수의 원청은 도급 업체 소속 직원으로 장애인을 고용하라고 지시하는가 하면 계약서 상 관리비 항목에 부담금 일부를 넣으라고 요구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한편 ‘나쁜 일자리 생성 기업’이라는 선입견이 생길 경우 구인난이 더 심각해질 가능성도 있다.

중소기업은 국내 고용의 88%를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선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투자를 확대하고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개별 중소기업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압박할 경우, 그로 인한 임금 부담으로 신규 채용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