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 CEO 컬럼]전당합각 제헌루정(殿堂闔閣 齋軒樓亭)
[전대길 CEO 컬럼]전당합각 제헌루정(殿堂闔閣 齋軒樓亭)
  • 김용관
  • 승인 2017.06.1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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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문학기행 해설로 유명한 김경식 국제PEN클럽 한국본부 사무총장의 문학적, 역사적, 건축학적인 해설을 들으며 창덕궁, 덕수궁과 배재학당, 이화학당의 역사가 있는 문학기행 현장을 찾았다.

‘이 병기 시인을 찾아서’란 그의 문학기행기는 중학교 1학년 국어교과서(지학사)에 게재되었으며 20,000권의 장서(藏書)를 소장한 애서가(愛書家)이기도 하다.

1985년부터 32년간 역사적, 문학적으로 해박한 지식과 명쾌한 인문학 해설을 곁들인 ‘사색의 항기 문학기행‘은 참가한 문인(文人)들과 지성인들에게 탄성(歎聲)과 함께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창덕궁은 1405년(태종5년) 이후 조선왕조 궁궐 중 가장 오랫동안 임금들이 거쳐했던 궁궐이며 한일합방 이후엔 놀이시설이 있는 유원지로 ‘창경원(昌慶苑)이라고 불리는 아픔도 겪었다.

비원(秘苑)으로 알려진 창덕궁 후원은 아름답기로 유명한데 꽃피는 봄날, 비 오는 여름, 단풍의 가을, 눈 내리는 겨울풍광이 아름답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자연 친화적인 궁궐(산자락에 숲과 어우러져 지어진 왕궁)로서 유네스코 세계유산(1997년)으로 등재되었다.

참가자들에게 “전당합각 제헌루정(殿堂闔閣 齋軒樓亭)이 무엇인지를 김 총장이 물었다. 어안이 벙벙, 금시초문(今時初聞)이란 반응들이다.

전(殿)은 건물 가운데 가장 격이 높은 건물로서 건물의 규모가 크고 품위 있는 치장을 갖추었다. 

궁궐에서 전은 왕과 왕비 혹은 왕의 어머니와 할머니가 쓰는 건물이다. 그것도 일상적인 기거 활동 공간보다도 공적인 활동을 하는 건물이다. 세자나 영의정은 전의 주인이 될 수가 없다.

근정전(공식행사) 사정전(왕의 직무), 강령전(왕의 침소), 교태전(왕비의 공적활동)이 있다. 당(堂)은 전보다도 규모가 떨어지지는 않지만 격은 한 단계 낮은 건물이다. 자선당, 함안당 처럼 공적인 활동보다는 일상적인 활동공간이다.

합(闔)과 각(閣)은 전이나 당의 부속 건물로서 흠경각처럼 전이나 당 부근에서 그 것을 보위하는 기능을 한다.

齋(제)와 헌(軒)은 왕이나 왕비 같은 주요 인물도 쓸 수 있지만 그 보다는 왕실가족이나 궁궐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기거(寄居)하는 활동(活動)공간이다.

제(齋)는 숙식 등 일상적인 주거용, 독서하거나 사색하는 공간이다. 헌(軒)은 대청마루가 발달되어 있는 집을 말한다. 루(樓)는 바닥이 지면보단 상대적으로 높은 마루로 지어진 집이다.

보통 경회루처럼 누마루 형태의 정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정(亭)은 보통 정자라 부른다, 연못가나 개울가, 또는 산속 경관이 좋은 곳에 있어 휴식이나 연희 공간으로 사용하는 작은 집으로 건축물의 8품계의 맨 아래 단계이다.

따라서 '전당합각 제헌루정(殿堂闔閣 齋軒樓亭)'은 대체로 큰 건물에서 작은 건물로, 그리고 건물의 품격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의 8품계의 순서이며 공식행사-일상주거용-휴식공간의 순서이기도 하다.

우리는 역사극(歷史劇)에서 신하가 왕에게 전하(殿下) 또는 폐하(陛下, Majesty)라고 외치는 장면을 보았다. 섬돌 아래에 선다고 해서 ‘섬돌 폐(陛)+아래 하(下)’자의 합성어, ‘폐하(陛下)~!’라고 쓰는 것이다.

‘큰집 전(殿) 또는 궁궐 전(殿)+아래 하(下)’처럼 궁궐 아래에 선다고 해서 ‘전하(殿下)’라는 말은 중국 황제를 제외한 황족 또는 제후국 군주에게 쓰이는 존칭이었다.

조선의 왕들에겐 ‘황제(皇帝)’란 호칭을 쓸 수 없었다. 고종 34년(1897년)에 제정된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그 연호를 광무(光武)로 쓰면서 중국과의 종속관계를 벗어난 후에야 비로서 ‘황제’라고 쓸 수 있었을 뿐이다.

'섬돌 아래' 라는 뜻의 폐하(陛下)는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궁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전(大殿)으로 오르는 층계 아래를 가리킨다.이 말은 어원을 따지자면 신하가 층계 아래에 서서 왕에게 '제가 여기에 서 있으니 제 말을 들어 주세요'라는 의미다.

선조 때의 문장가인 임제(林悌)는 “황제라고 칭하지도 못하는 소국(小國)에 태어나 죽는 것이 뭐 그리 슬픈 일인가?”라며 죽음에 이르렀다는 숨은 일화(逸話)가 있다.

왕세자는 더 낮춰 저하(邸下)라고 했다. 각하(閣下)는 대신 즉 장관급을 부르던 호칭이었고, 합하(閤下)는 정일품 벼슬아치를 높여 부르던 호칭이다.

요즘은 ‘000 대통령님‘이라고 부르지만 최근까지 대통령 앞에서 장관들이 ‘각하(閣下)’라며 머리를 조아리는 호칭도 알고 보면 ‘문설주 각(閣)+아래 하(下)’란 뜻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각이란 글자를 (높은 분의)다리(脚) 아래에 선다는 의미로 추정해서 쓰면 잘못이다.

‘당상관(堂上官)’과 당하관(堂下官)이란 용어도 재미있다.

‘당상관((堂上官)‘이란 조선시대 관리 중에서 문신은 정3품 통정대부(通政大夫), 무신은 정3품 절충장군(折衝將軍) 이상의 품계를 가진 자를 말한다.

넓게는 명선대부(明善大夫) 이상의 종친, 봉순대부(奉順大夫) 이상의 의빈(儀賓)을 포함한다. 조정에서 정사를 볼 때 대청(堂)에 올라가 의자에 앉을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자를 가리킨다.

한마디로 왕과 같은 자리에서 정치의 중대사를 논의하고 정치적 책임이 있는 관서의 장관을 맡을 자격을 지닌 품계에 오른 사람들을 가리킨다.

왕 앞에 나아가 시험을 치르고 왕에 의해 직접 성적이 매겨지는 전시(殿試)를 포함하는 문과와 무과를 통과하여 진출한 문신과 무신만이 맡을 수 있었고, 원칙적으로 기술관이나 환관 등은 임명될 수 없었다.

조선시대 지배층 중에서 과거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집단인 생원시, 진사시, 문무과의 초시 등 과거 예비시험의 합격자 집단, 문무과를 통과하여 하위 관직에 오른 사람들보다 한 단계 더 올라가 국가정책을 계획하고 집행하는 고급관료 집단이었다.

관직으로는 정1품(大臣)이 맡는 의정부의 삼정승, 종1품에서 정2품(正卿)이 맡는 육조의 판서와 의정부의 좌참찬 ·우참찬, 한성부 판윤, 팔도관찰사, 종2품에서 정3품(亞卿)이 맡는 사헌부 대사헌과 사간원 대사간 및 홍문관의 대제학과 부제학, 성균관 대사성, 각도의 관찰사와 병사 ·수사, 승정원의 승지 등을 포함하였다.

조선의 정치구조는 문신 중심이어서, 무반에는 절충장군보다 상위의 품계가 없었고 무신이 2품 이상으로 승진하려면 문반의 품계를 받아야 했다.

양반 관료를 천거하는 인사권, 소속 관원의 근무성적을 평가하는 포폄권(褒貶權)으로부터 군대의 지휘에 이르기까지 큰 권한을 지녔다.

근무 일수에 관계없이 공덕과 능력에 따라 품계를 올려 받거나 현직에 얽매이지 않고 관직에 임명될 수 있었고, 가까운 관계에 있는 자를 같은 관서에 임명하지 않는 상피제(相避制)도 적용받지 않았다.

입는 옷이나 이용하는 가마 등에서도 그 밑의 당하관(堂下官)들과 뚜렷이 구별되는 특권을 누렸다. 1439년(세종 21)엔 그 수가 100여 명으로 늘었으며, 그 뒤 서북 정벌로 승진이 많아져 더욱 급격히 늘었다. 19세기에 들어 실록의 인사기록에 등장하는 당상관은 740여 명에 이른다.

합하(閤下)는 왕세손이나 정일품(영의정, 좌의정, 우의정) 벼슬아치를 이르기도 하였다. 대표적으로 조선말기 흥선대원군을 '대원위 합하'라 불렀다는 기록이 있다.

그 밖에도 예하(猊下)는 고승(高僧)의 높인 말인데 직명이나 법명 아래에 쓴다. 불교에서 각 종파의 으뜸 되는 어른을 ‘종정(宗正) 예하’라 일컫는 것이 그 예이다.

예(猊)는 사자라는 뜻인데, 부처를 사자에 비유해서 유래한 것이다. 그래서 부처님의 설법을 사자후(獅子吼)라 하고, 부처님이 앉는 자리를 사자좌(獅子座)라고 했다.

불교사찰에는 대웅전(大雄殿) 또는 대웅보전(大雄寶殿)이 있는데 대웅전은 현세불인 석가모니를 봉안하므로 사찰에서 중심을 이루는 건물이며 가장 중요한 곳으로 취급된다.

'대웅'이라는 명칭은 《법화경》에서 석가모니를 위대한 영웅이라고 지칭한데서 비롯되었으며 황제에게만 쓰던 궁궐 전(殿)자를 큰 절에서는 쓸 수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석가모니가 본존불이 되고, 좌우로는 부처의 지혜를 상징하는 문수보살과 부처의 덕을 상징하는 보현보살을 세우는 것이 일반적이다. 석가모니 좌우의 부처가 아미타불과 약사여래인 경우 그 옆으로 다시 협시보살을 두기도 하고, 대웅보전이라고 격을 높여 불러 구분한다.

성하(聖下)는 가톨릭에서 로마 교황을 높이어 부르는 말이다.

‘아~하! 그렇구나!’하며 뭇 사람들이 무릎 치는 소리가 들린다.

‘알아야 면장(面墻)한다‘는 소리도 여기, 저기서 들려온다.

이번 주말엔 고궁을 찾아서 ‘전당합각 제헌루정(殿堂闔閣 齋軒樓亭)’에 관해 가족에게 설명해 주어야겠다.

전 대 길

(주)동양EMS 사장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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