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 CEO 컬럼]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전대길 CEO 컬럼] 기억이 나지 않는다?
  • 김용관
  • 승인 2017.06.19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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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승진을 하면 상사와 동료를 초대해서 자축연(自祝宴)을 연다.
이 것을 ‘꼬리를 불사른다’는 의미로 ‘소미연(燒尾宴)’이라 한다.
이 소미연은 ‘등용문(登龍門)’과 관련이 있다.

중국 황하(黃河) 상류에는 급류가 흐를는 ‘용문(龍門)’이라는 곳이 있는데 수많은 잉어 때가 황하를 거슬러 올라와 용문을 뛰어 넘어 상류로 올라가려고 쉼 없이 도전한다.

그러나 물살이 세고 높아서 거슬러 오르려다 떠밀리고 또 거슬러 오르려다 떠밀리기를 수없이 반복 할 뿐, 용문을 쉽게 뛰어 오르는 잉어는 거의 없다.

그런데 어떤 잉어는 끊임없는 도전 끝에 거친 물살을 헤치고 어렵게 용문에 오른다. 잉어가 용문을 통과하면 그 순간부터는 용(龍)으로 변해서 하늘로 승천(昇天)한다. ‘어려운 관문을 뚫고 출세하다’는 뜻의 ‘등용문(登龍門)’이란 어원의 유래다.

잉어가 용문에 올라 용이 되어 하늘로 승천하려는 순간에 하늘은 비룡(飛龍)의 꼬리에 천둥번개를 내리쳐 잉어의 꼬리를 불태워 없앤다고 한다.

‘꼬리를 불태운다’는 뜻의 ‘소미(燒尾)’는 등용문의 전설에서 비롯된 말로 용(龍)이 된 잉어가 꼬리를 태워 과거의 흔적을 지우는 것처럼 승진으로 인한 신분 상승과 그 신분에 맞도록 처신도 환골탈퇴(換骨脫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승진기념 자축연(自祝宴)을 소미연(燒尾宴)이라고 부르는 연유다.

지난 5월9일 이후 문재인 정부의 총리와 장차관 후보자 인선과 국회 청문회를 지켜보면서 ‘00정책 검증 위주의 청문회’는 사라지고 후보자들의 주민등록 위장 전출입 문제, 탈세(脫稅), 병역문제(남성에 한함), 박사학위 논문표절, 이중국적 문제와 음주운전 문제 등으로 신문지상을 어지럽힌다. 이런 게 바로 ‘꼬리를 불태우는 소미(燒尾)’절차란 생각이 든다.

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의 재판을 지켜보면서 한 때 나는 새도 떨어뜨릴 정도로 핵심권력을 잡았던 실세(實勢)란 자 들이 판에 박은 듯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딱 잡아 때며 억지를 부리는 몰골을 대할 적엔 천인공노(天人共怒)할 불쌍한 군상(群像)들로 인해서 슬픔과 자괴감이 솟아난다.

조사나 심문과정에서 ‘모르겠다’ 또는 ‘잘 모르겠다’라고 확실하게 답변 하면 될 텐데 그렇지 못하고 일부러 딴전 피는 답변(알면서도)태도는 죄를 면해 보려는 얄팍한 수작으로 보일 뿐이다.

공적인 소송 사건의 증인으로 재판에 출석한 경험이 있는 지인 한 분이 귓속말로 들려주는 이야기에 실소를 금(禁)할 수가 없다.
증인 출석 전에 변호사 친구로부터 실제로 도움말을 받은 내용이다.

절대로 ‘모르겠다, 잘 모르겠다.’라고는 답변하지 말라.
이럴 적엔 재판관이나 배심원들에게 ‘알고 있으면서도 (거짓으로)모르겠다’라는 걸로 비추일 수가 있기 때문이란다. 그럼 어떤 방식으로 답변해야 하는가?

법조인이라면 누구나가 다 알고 있는 상식이란다.
무조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잡아 때기만 하면 재판정에서 거짓증언은 성립되지 않는단다.

세상천하를 주물럭거리던 법률전문가인 전직 검찰총장 출신의 K비서실장이 노추(老醜)한 모습으로 ‘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전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라고 피고인석에서 동정을 구하며 어설픈 목소리를 읊조릴 때 TV리모컨을 찾아 전원(電源)을 꺼버린 사람들이 많았단다.

‘머리에 먹물이 잔뜩 배어있는 이들 중에 큰 죄인(罪人)이 많다’는 어느 촌노(村老)의 한숨 섞인 한마디가 귓전을 맴돈다.

솔직하게 말해서 거짓말을 일삼는 이 들 중에는 소미연(燒尾宴)을 즐기고 등용문(登龍門)에 올랐던 자들이 많다. ‘(잘)알면서 죄를 짓는 것’과 ‘모르고서 죄를 짓는 것’은 근원적으로 죄질(罪質)이 다르다.

앞으로 누군가가 어떤 일에 관해서 물어 온다면 ‘(잘)모르겠다’고는 절대로 말하지 않고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변해야 할지? 모르겠다.

전 대 길
(주)동양EMS 사장,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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