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권 변호사의 법률컬럼] 피의사실에서 벗어나기
[임동권 변호사의 법률컬럼] 피의사실에서 벗어나기
  • 이효상 기자
  • 승인 2017.06.19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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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최근 경찰서로부터 출석요구를 받게 되었다.

주차장에 세워놓은 차를 몰고나가면서 옆에 주차해 놓았던 차량을 긁고 나갔다는 취지의 신고가 접수되어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해당 주차장은 사무실 인근에 있어서 가끔씩 이용하는 곳이었고, 필자의 차량도 흔한 차종이 아니어서 나 역시 내가 긁고 나간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고, 미안한 마음에 피해자와 수리금액에 대하여 보상해주기로 하고 경찰서 교통조사계에 출석하여 조사를 받게 되었다.

그런데 조사에서 확보된 CCTV에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차량을 운전하기 위해 주차장에 출입하는 모습이 녹화되어 있었다. 필자와 너무나 다른 모습의 운전자가 확인되는 바람에 필자는 손쉽게 혐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방범용으로 설치된 인근 CCTV에 필자의 차량이 사고시간에 다른 곳에 주차해 있음이 확인되어 사고의 당사자가 아님이 명백해지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사고는 신고 접수 후 출석요구가 있던 날로부터 일주일 전에 발생하였는데, 필자의 차량 블랙박스는 불과 3일 분량의 녹화물만이 기록되어 있었고, 필자도 일주일 전에 어느곳에 주차해 놓았는지 기억이 없었다.

순간 필자는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의뢰인들의 변명으로만 생각했던 우연의 일치가 너무나 손쉽게 내 생활에서 발생하고 있음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사고 발생일 당일에 나는 평소에 주차해 놓았던 자리를 이탈하여 주차하였고, 불과 일주일 전의 일이었지만 어디에 주차하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으며, 의심받고 있는 차량의 모습도 내 차량과 연식, 모델, 색상이 완벽하게 일치하였던 것이다.

게다가 인근 CCTV의 영상을 확인하고자 구청에 연락하였으나, 공교롭게도 사고시각 CCTV가 고장으로 수리중에 있었다(다행히 다른 곳에 CCTV가 설치되어 있었고, 구청의 도움으로 필자의 차량번호가 확인될 수 있었다).

만약 내 사건이 아니었더라면 필자는 위와 같은 사실을 토대로 내 차량이 사고 가해 차량이라고 단정하였을 것이다.

사건, 사고가 발생하면 수사기관과 변호인은 사건을 재구성하고, 증거를 확보하기 위하여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인다. 다만,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더라도 증거가 확보되지 않는 경우에는 신이 아닌 이상 그 혐의사실을 부인하기 힘들어진다.

사건, 사고에 휘말리게 된다면 하나부터 열까지 그날 일어났던 사건에 대해 자신의 결백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반드시 찾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증거재판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증거로서 본인의 결백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이를 두고 오판이라고 비난 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우연한 계기로 혐의사실에 대해 벗어날 수 있었지만 법조인으로서 마음은 여전히 무거워지는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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