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서영 원장 –감정노동의 지혜] 감정노동은 어떻게 이슈가 되었을까?
[윤서영 원장 –감정노동의 지혜] 감정노동은 어떻게 이슈가 되었을까?
  • 이효상
  • 승인 2017.07.07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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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노동해결연구소 윤서영 원장


○ 윤대리: 질문이 하나 생겼습니다. 말씀하신 것으로 보면 사람을 대하는 모든 직업에서 감정노동이 발생할 수 있고, 자본주의가 강화한 것이지 자본주의가 만든 것은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감정노동은 예전부터 있었다는 얘긴데, 왜 갑자기 논쟁거리가 된 거죠?

▣ 감정연구소: 용어를 ‘감정노동’으로 사용해서 그렇지, 감정노동의 내면은 실상 인간의 심리적인 부분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직업이나 사회적인 상황 등으로 타인과의 감정교류가 차단된 상태에서 노동‚ 즉 경제활동이 진행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면 더 쉬울까요?

○ 윤대리: 감정교류가 차단된 상태에서의 노동이라고요?

▣ 감정연구소: 그렇습니다. 1990년대 이후, 기업은 계속해서 과잉된 친절 경쟁을 보여왔죠. 우리나라에서 감정노동이 높은 수치로 나온 직업은 대부분 이 친절 경쟁에 포함된 직군에 속합니다. 예를 들면, 항공기 객실 승무원이나 고객센터 상담사 등 말이죠.

○ 윤대리: 10여 년 전에는 광고에서 ‘NCSI8) 5년 연속 1위!’ 이런 문구를 심심치 않게 봤던 것 같습니다.

▣ 감정연구소: 그렇죠! 그때는 더 친절하면 더 좋은 기업이라고 인식될 시기였습니다. 기업의 과도한 친절 경쟁은 급기야 ‘고객은 왕이다!’라는 문구까지 내세우게끔 되었고, 빠른 경제개발을 목표로 달리기만 해왔던 우리 사회 일부의 덜 성숙한 시민의식은 블랙컨슈머를 등장시키기에 이르렀죠.

○ 윤대리: 하지만 대부분의 직업에서 서비스 노동을 떼어버릴 수 없는 지금 현재도 고객에 대한 서비스 수준은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어요. 아울러 고객의 서비스 기대 수준도 함께 올라가고 있죠. 이쯤 되면 정말 고객은 왕 아닙니까?

▣ 감정연구소: 제가 덜 성숙한 시민의식이라고 말한 것은 왕을 어떻게 인식하느냐 하는 것에 대한 표현이었습니다. 세계사에는 이미 다양한 정권을 펼친 왕들이 있죠. 블랙컨슈머는 ‘고객은 왕이다’라는 문장에서 왕을 나폴레옹과 같은 군사독재의 왕으로 인식한 것 아닐까요? 그러니 ‘내 말은 곧 법이다!’라고 행동하는 거죠.

○ 윤대리: 소장님의 말씀은 결국 기업이 블랙컨슈머를 양성시켰다는 거군요.

▣ 감정연구소: 기업이 아닌 기업의 욕심이 그렇게 만든 셈이죠. 다른 기업보다 나아 보이고 싶었던 과도한 친절에 대한 욕망이 블랙컨슈머와 극한의 감정노동자를 양성시킨 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당시엔 고객센터 상담사에게 목소리를 솔톤으로 유지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 윤대리: 한 고객센터에서 ‘사랑합니다, 고객님!’이라고 하는 인사말이 한때 개그맨 김영철 씨가 유행어로 만들 만큼 쟁점이 됐었죠.

▣ 감정연구소: 과유불급(過猶不及)! 넘치면 모자란 것만 못하다 했습니다. 요즘은 기업의 태도가 조금 달라진 것 같기도 합니다만…. 지속해서 감정노동을 일으키는 블랙컨슈머에게는 내용증명을 보내거나 소송을 제기하는 등 기업의 처신이 좀 더 적극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감정노동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기업이 좀 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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