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의 CEO 컬럼] 북망서패(北亡西敗)
[전대길의 CEO 컬럼] 북망서패(北亡西敗)
  • 김용관
  • 승인 2017.07.17 10: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초여름이다. 충청도에 갑작스런 집중 호우가 내려 청주엔 무심천이 넘치고 물난리가 났다. 그러나 비온 뒤 끝이라서 그런지 사방(四方)에는 녹음(綠陰)이 방초(芳草)하다.



사방은 당연히 동서남북, 네 방위를 말하며 동쪽은 나무(木)와 봄(春), 남쪽은 불(火)과 여름(夏), 서쪽은 금(金)과 가을(秋), 북쪽은 물(水)과 겨울(冬)을 의미한다.

나무 목(木)+날 일(日)의 동녘 동(東)자는 나무 사이에 해가 비치고 있는 모습을 뜻하며 위치상으론 해가 뜨는 동쪽이다.

해가지면 새가 둥지로 들어가는 모양을 본 뜬 서녘 서(西)자는 우뚝할 올(兀)+입 구(口)자의 합성어이다. 열(十) 사람이 성(冂)을 지키고 여덟 사람(八)은 방패(干)를 들고 남쪽 문을 지키는 모습의 남녘 남(南)자는 예로부터 좋은 방향을 뜻한다.

북녘 북(北)자는 등지고 앉은 두 사람의 형상이다.

조선시대 도성(都城)은 한양을 중심으로 이러한 방향체계에 따라 각종 문(門)과 진(津)을 두었다. 먼저 사방에 사대문(四大門)과 사소문(四小門)을 두어 세상과 소통하려 했다.

사대문은 동쪽의 흥인지문(興仁之門), 서쪽의 돈의문(敦義門), 남쪽의 숭례문(崇禮門), 북쪽의 홍지문(弘智門)이다. 사소문(四小門)은 혜화문, 소의문, 광희문, 창의문이다.

동쪽 문은 인(仁)을 일으키고, 서쪽 문은 의(義)를, 남쪽 문은 예(禮)를 숭상하며, 북쪽 문은 지혜(智)를 넓히며 가운데는 보신각(普信閣)을 두어 오상(五常)을 갖추었다.

북쪽에는 처음에 숙정문을 냈으나 문의 역할을 제대로 못해서 폐(廢)하고 숙종 41년(1715년)에 홍지문을 대신 건립했다.

또 경복궁을 중심으로 사방진(四方津)이 있다.
정확하게 동쪽에 있는 나루터인 정동진(正東津)은 드라마‘모래시계’로 잘 알려진 강원도의 정동진이다.

그렇다면 정서진, 정남진, 그리고 정북진도 있었을까?

정남진은 전남 장흥군이며 정서진은 인천광역시 서구, 그리고 정북진은 함경도 중강진이다. 정동진, 정남진, 정서진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처럼 측량기술이 발달하지 못했던 조선시대에 어떻게 네 방향을 정확하게 찾았을까?
사뭇 경이롭기 그지없다.

그 밖에도 사방은 자연과 계절변화, 문화 등에서 여러 의미를 지니고 있다. 경북궁 동쪽의 건춘문(建春門)은 봄을 세우고 해가 솟는 동쪽은 일기어동(日起於東), 월기어서(月起於西)는 달이 뜨는 곳인 서쪽이다.

홍동백서(紅東白西)란 제사상(祭祀床)에 붉은 과일은 동쪽, 흰 과일은 서쪽에 진설(陳設)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 조상들은 집을 지을 적에 기본적으로 남향으로 짓는다.

밖과 관계 맺는 문과 창 중에서 사람이 다니는 문은 햇볕이 많이 들도록 남쪽으로, 바람이 다니는 창은 동서로 낸다.

뿐만 아니라 서쪽의 봉창(封窓)은 약한 바람만 통하게 사람의 머리보다 위쪽에 냈다. 이는 일출(日出)의 힘찬 기운을 방(房)에 쉽게 들어오도록 했으며 일몰(日沒)에는 해가 지는 기운이라 석양빛이 방에 들어오지 못하게 작은 구멍만 냈다.

해가 서쪽 하늘로 질 때에 낙조(落照)를 오랫동안 바라다보면 시력(視力)이 나빠진다.

지명(地名)에는 기본적으로 동서남북이 많이 등장한다. 특정 지점을 기준으로 위치의 동서남북을 앞이나 뒤에 두어 이름만 들어도 어디가 어디인지를 알 수 있다.

수년 전에 필자는 정선 전(全)씨 문중의 어른이신 고(故). 전중윤 삼양식품그룹 회장께 문인인사를 드리려 찾아뵌 적이 있다.

어떤 사업을 하며 어찌 경영할지를 물어 보시며 CEO가 갖추어야 할 상식, 북망서패(北亡西敗)란 4자성어와 서북고 동남저(西北高 東南低)를 일러 주셨다.

CEO나 간부들의 자리를 배치할 때에는 책상 방향이 북쪽을 향하면 망(亡)하며 서쪽을 향해 앉으면 필패(必敗)하니 꼭 동(東)쪽이나 남(南)쪽을 향해 앉으란 팁(TIP)을 주셨다.

뿐만 아니라 회사 사옥이나 사는 집터는 남쪽으로 향하게 하고 서북쪽엔 산이 있어 차가운 북풍(北風)을 막아주며 동남쪽은 평지(平地)라서 아침 햇살을 듬뿍 받고 좋은 기운을 받으라고 했다. 그래야만 사업도 잘되고 건강도 챙길 수 있다고 하셨다.

그런 연후에 우연히 모 방송국 계열사 R사장이 서쪽을 향해 앉아있기에 동쪽을 보도록 자리를 바꿔 주었는데 그 후 승승장구(乘勝長驅)하여 본방 CEO로 일했다.

여의도 금융계의 P본부장은 권고사직을 앞두고 자리를 물러나야할 즈음에 북쪽을 향해 앉아 있던 그의 자리를 남쪽을 향하도록 바꿔 준 적이 있다.

그런데 3일 후 그는 연임발령을 받았으며 현재도 잘 나가는 금융기관의 CEO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누구라면 금방 아실 분이다. 가끔 필자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옛 이야기를 꺼내며 그 때엔 정말 고마웠다고 할 적엔 P사장의 인복(人福)이 많아서라고 덕담한다.


끝으로 새로운 소식을 뜻하는 뉴스(NEWS)는 사방에서 몰려온다는 뜻이란다. 공교롭게도 북(North)동(East)서(West)남(South)의 영문 이니셜을 담고 있다.

고대 프랑스어 ‘novels(새로운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 보다는 동서남북이란 주장에 공감이 간다.

전 대 길
(주)동양EMS대표이사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