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권 변호사 법률칼럼]대여금 사기에 관하여
[임동권 변호사 법률칼럼]대여금 사기에 관하여
  • 이효상 기자
  • 승인 2017.08.16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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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 동주 임동권 대표 변호사
법률사무소 동주 임동권 대표 변호사

 

‘사기’라는 형법상 죄명은 일반인들이 널리 사용하면서 그 본질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많이 사용됩니다.

그런데 흔히 사용되는 ‘사기’죄란 정확히 무엇일까요.

형법에서 말하는 사기죄란 사람을 기망(欺罔)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형법 제347조)입니다. 결국 타인을 속이고 거짓말을 하여 피해자가 착오를 일으켜 재산을 처분한 결과 그 이득을 취득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라고 풀어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필자는 최근 형사피고인들을 만나면서 사기죄의 본질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바로 대여금 사기 때문입니다. 대여금 사기는 차용자가 대여시기에 변제능력이 전혀 없었고, 변제할 의사도 전혀 없었음에도 마치 변제능력이 있는 것처럼 속이고 이에 속은 피해자가 대여금을 대여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그런데 위 구성요건, 즉 범죄의 해당성은 강한 의문을 남깁니다. 위 대여금 사기의 구성요건에 따르면 변제능력이 있는 사람만이 돈을 빌릴 수 있다는 것인데, 변제능력이 있는 사람이 애초 돈을 빌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입니다.

변제 의사는 그 이후에 자취를 감췄다거나, 연락이 끊겼다는 사실 등 범행 후 정황을 통해 드러나는 것이 보통이지만, 변제능력의 경우 대여당시의 재산 상태에 대한 입증이 곧 범행의 혐의를 인정하는 가장 큰 사유가 되기도 합니다.

실무에서 무혐의가 나오는 가장 많은 사례가 처음에 대여당시에는 능력이 있었는데 대여금을 교부받은 이후에 변제능력을 상실한 경우입니다. 이는 대여당시의 편취의사가 있었느냐 없었느냐가 쟁점이 되는 문제로서 이를 경계로 차주와 대주와의 대여금 사건이 형사사건이 되느냐, 민사사건이 되느냐의 갈림길에 놓이게 됩니다.

다만 피해자의 인식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2013도 14516판결에서 “피해자는 차용자와의 인적관계 및 계속적인 거래 관계등에 의하여 차주의 신용상태를 인식하고 있어 장래의 변제 지체 또는 변제불능에 대한 위험을 예상하고 있었거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경우에는 차주가 차용 당시 구체적인 변제의사, 변제능력, 차용 조건 등과 관련하여 소비대차 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허위 사실을 말하였다는 등의 다른 사정이 없다면, 차주가 그 후 제대로 변제하지 못하였다는 사실만을 가지고 변제능력에 관하여 대주를 기망하였다거나 차주에게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 피해자의 인식 여부도 편취의사를 판단하는 근거로 채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앞서 살핀바와 같이 대여금 사기의 경우 그 편취의사를 판단하기 어렵고, 변제능력, 변제의사, 피고인의 기망행위에 대한 판단이 모호한 경우가 많습니다.

한편에서는 대여금 사기와 같이 사인간의 거래관계에 국가가 형벌로서 개입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위와 같은 대여금 사기의 몇가지 판단기준을 숙지하여 개인간 거래에서도 잡음이 일지 않도록 조심하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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