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룡 CEO 칼럼] 보 자 기
[김경룡 CEO 칼럼] 보 자 기
  • 김민수 기자
  • 승인 2017.09.06 10: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포용성, 다양성, 확장성을 품고있는 유연한 생활용품
김 경 룡
대구은행 지주회사 부사장
국제PEN클럽 한국본부 정회원

보자기는 물건을 덮고, 깔고, 가리고, 싸기 위한 용도로 네모나게 만든 천입니다. 물건을 보관하거나 가지고 다닐 때 안전하고 간편하게 하며 물건을 주고 받을 때 격식을 갖추기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특히 편하게 펼치고 접을 수가 있어서 부피를 많이 차지하지 않기 때문에 좁은 주거 공간에서 아주 실용적인 생활용품입니다.

보자기의 용도는 매우 다양합니다. 용도에 따라 그 종류를 크게 나누어보면, 먼저 일반적으로 쓰이는, 즉 상용보(常用褓)에는 전대보(纏帶褓), 보부상보(褓負商褓), 간찰보(簡札褓), 함보(函褓), 상보(床褓), 후리보, 이불보, 빨래보, 받침보, 책보, 회초리보 등이 있습니다.

다음으로 혼례에 사용되는 혼례용보(婚禮用褓)에는 사주단지보, 예단보, 연길보(涓吉褓), 폐백보 등이 있습니다.

또한 불교의식용의 보자기에는 공양보, 마지보(摩旨褓), 경전보 등이 포함됩니다.
마지막으로 특수용으로 명정보(銘旌褓), 기우제보, 영정봉안보(影幀奉安褓), 보쌈보, 제기보 등이 있습니다.

전대보는 공·사용 문서나 물건을 전할 때 사용하는 보자기이고, 보부상보는 보부상이 물건을 싸서 갖고 다닐 때 쓰는 보자기이며, 간찰보는 편지를 은밀하게 전할 때 한지로 싼 것을 다시 쌌던 보자기입니다.

책보는 책을 싸서 어깨나 허리에 매던 것이며 연길보는 정혼의 표시로 신랑집에서 신부집으로 보내는 예장지와 채단을 함에 넣을 때 싸는 보자기입니다.

또 스님이 예불할 때 차려놓은 밥을 덮는 보자기는 마지보이며 명정보는 죽은 사람의 관에 덮는 홍색 보자기입니다. 회초리보와 보쌈보는 이름만으로 그 용도를 알 수 있겠지요.

보자기는 표준말인 보자기 외에도 복(?), 보(褓), 보자(褓子), 복(福)으로 불리어 왔으며 보자기에 물건을 싸두는 것을‘복을 싸둔다’고 합니다.

보자기의 지역별 방언도 다양합니다. 경북지역에서는 밥부재, 바뿌재, 보, 보대기, 보재기, 보따리로, 경남에서는 밥수건, 보새기, 보재기, 보티이, 보따리 등으로 불리어 왔습니다.

한편 충청도에는 보자, 보재기, 보제기로, 전라도에는 보, 보대기, 보재기, 보투이, 포대기, 보따리 등으로 불립니다.

어릴 적에 밥상 위에 덮어 있던 보자기를 기억하시나요?

옷을 짓거나 사용하고 남은 자투리 천 여러 조각을 연결하여 모은 이 보자기를 조각보자기라고 합니다. 네모난 조각이 정말 화려한 총천연색이었지요. 십자수보(十字繡褓)도 많이 보았습니다.

흰 천에 열십자(十) 형으로 수를 놓은 대형보자기는 옷장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벽에 걸어 놓은 키 큰 옷 앞에 있었습니다.

또 베게의 양쪽 마구리의 베갯모에는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와 정성이 낳은 아름다운 수가 있어 덕분에 꿈길이 늘 편안했습니다.

작은 천 조각도 함부로 하지 않고 한 땀 한 땀 바느질로 이어 붙여 복을 비는 마음을 담은 조각보자기와 정성을 다해 꽃 수를 놓아 만든 보자기로 고이 덮거나 품는 것은 모두가 우리의 시절들을 감싸는 소중한 것이었습니다.

옛것이라고 여기기 쉬운 보자기는 사실 포용성, 다양성, 확장성을 품고 있는 유연한 생활용품입니다. 환경 친화적인 포장재일 뿐 아니라 접거나 개키어 보관할 수 있어서 큰 공간이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무언가를 포장할 때 끈으로 묶기 어렵고 비정형적인 형태의 물건은 보자기로 싸면 쉽고 또 손잡이도 곧바로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백화점의 가장 값비싼 선물은 당연히 그 백화점의 최고급 보자기로 옷을 입습니다. 택배로 배달하지 않고 직접 가서 전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람의 생애 역시 어린아이의 작은 이불인 강보(襁褓)에서 시작하여 사람의 관을 덮는 명정보(銘旌褓)로 마무리됩니다.

김 경 룡
대구은행 지주회사 부사장
국제PEN클럽 한국본부 정회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