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 CEO 칼럼]쟁우(諍友)와 외우(畏友)
[전대길 CEO 칼럼]쟁우(諍友)와 외우(畏友)
  • 김용관 기자
  • 승인 2017.09.12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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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길
(주)동양EMS 사장
국제PEN클럽 한국본부 이사

성인 남자가 인생을 살아가려면 5가지를 갖추어야 한다.

그 첫째는 건강(健康)이며 둘째는 안해(妻)이고 셋째는 돈(財), 넷째는 일(事)이고 다섯 번째는 벗(親舊)이 있어야 한다.

푸른 하늘을 나는 독수리의 무기는 발톱(爪)이며 깊은 산 속의 호랑이의 무기는 이빨(牙)이다.
힘들고 어려울 때 독수리 발톱과 호랑이 이빨처럼 자기에게 바른 말로 충고를 해주고 도와줄 수 있는 친구가 조아(爪牙)다.

공자는 이를 쟁우(諍友, 爭友)라고 했으며 적어도 쟁우가 한 명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엣 말에 황제는 7명의 쟁신(諍臣)이 있어야 하며 제후가 되려면 5명의 쟁신(諍臣), 대부는 3인의 쟁신(諍臣)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하려면 바른 말과 글로 격의 없이 학문(學問)에 관해서 토론(討論)하고 언쟁(言爭)할 수 있는 쟁자(諍子)를 두어야 한단다.

우리는 친구를 네 가지 종류로 구분한다.

첫째는 꽃(花)과 같은 친구다.

꽃이 피어서 예쁠 때는 그 아름다움에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꽃이 지고 나면 돌아보는 사람이 없듯이 자기 좋을 때만 찾아오는 친구는 바로 꽃같은 친구다.

그 한 예로 평소엔 연락 한번 없다가 갑자기 전화를 걸어 와서는 ‘자기 아들, 딸 결혼한다’며 결혼초대장을 보내려고 하니 주소를 알려달라는 친구다.

둘째는 저울(衡)과 같은 친구다.

저울은 무게 중심에 따라 이쪽, 저쪽으로 기운다. 이와 같이 자신에게 이익이 있는 지 없는지를 따져서 이익이 큰 쪽으로만 움직이는 친구가 바로 저울과 같은 친구다.

필자가 경총에서 잘 나갈 때에는 자주 연락하고 밥도 같이 먹으며 친하게 지내던 친구에게 어느 날, 내가 경총을 그만 두고 실업자신세가 되었다고 조선일보 박스(Box) 신문기사(1998년 2월)가 난 후에 전화를 걸어서 비서에게 00친구를 바꾸어 달라고 했더니 ‘없다고 그래!’라고 소리치던 친구(?)가 생각난다.

셋째는 산(山)과 같은 친구다.

산이란 온갖 새와 짐승의 안식처이며 멀리서 보거나 가까이 다가가도 늘 그 자리에서 반겨준다. 그처럼 생각만 해도 편안 하고 마음 든든한 친구가 바로 산과 같은 친구다.

고구려 동천왕 때 중국 위나라의 관구검이 침입했을 때 결사대를 조직해서 남옥저(南沃沮)로 피신하는 왕을 도운 일등공신, ‘밀우(密友)란 장군’이 있었다. 한 평생을 떨어지지 않고 ‘절구와 절구공이’처럼 붙어 다니는 친구를 밀우(密友)라고 부르는 게 밀우 장군과 연관이 있을 법도 하다.

넷째는 땅(大地)과 같은 친구다.

땅은 뭇 생명의 싹을 틔워 주고 곡식을 길러내며 누구에게나 조건 없이 기쁜 마음으로 은혜를 베푸는 생명의 근원이다. 한결 같은 마음으로 친구의 잘못함을 바른 말로 충고해 주며 변함없이 함께 살아가는 친구가 바로 땅과 같은 친구다.

일평생을 막역(莫逆)한 사이로 지내며 어찌 보면 두렵기도 하고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 존경심(尊敬心)이 우러나오는 최고의 친구를 우리는 외우(畏友)라고 한다.
그리고 산과 같고 땅과 같은 친구가 진정한 조아(爪牙)이고 쟁우(諍友)라고도 한다.

내 어릴 적에 어머니께서 귀가 따갑도록 들려주던 친구 이야기다.

옛날에 친구를 좋아해서 가산을 탕진한 아들에게 돼지 한 마리를 삶아 지게에 실어 놓고 아버지가 말했다. ‘아들아. 네가 살인을 저질렀는데 시체를 숨겨 달라’고 친한 친구에게 부탁하러 가자며 길을 나섰는데 다섯 명의 친구 집을 찾았건만 어느 누구도 손사래를 치며 대문을 쾅하고 닫아 버렸다.

이에 아버지가 지게를 지고 아버지 친구 집 대문을 두드리니 버선발로 뛰쳐나와서 자초지종을 듣고는 ‘얼른 집 안으로 숨게나. 그리고 저 시체는 날이 밝으면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할 테니 이제 마음을 놓게나’라고 하지 않는가?

그러자 아버지는 아들을 한번 바라보고는 아버지 친구에게 자초지종 이야기를 했다. ‘저 지게엔 삶아 온 통돼지 한 마리가 있으니 이를 안주 삼아서 곡차나 한잔 하세나. 오늘 내 자식에게 친구에 관해서 제대로 교육을 시켜 준 자네에게 감사하네.‘ 아들은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지 못했다는 줄거리다.

끝으로 옛날에 어느 산골에 노모와 나무꾼 아들이 살았는데 어느 장날, 지게에 장작을 가득 실고 팔려고 장에 간 아들이 밤이 되어서도 돌아오지를 않았다.

어렴풋이 보이는 달밤에 노모는 아들을 마중하러 달망달망 산을 내려오다가 좀 더 잘 보일 것 같아서 동구 밖 ‘느티나무(木) 위를 올라가서(立) 오른 손을 이마에 대고 어디쯤 오는가를 바라본다(見)’에서 유래했다는 ‘친할 친(親)’자란 깊은 뜻이 친구(親舊)란 말에 담겨져 있음을 명심한다.

전 대 길
(주)동양EMS 사장
국제PEN클럽 한국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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