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지대의 비정규직,"현행 법부터 준수해야"-경실련 토론회
무법지대의 비정규직,"현행 법부터 준수해야"-경실련 토론회
  • 승인 2003.02.04 10: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정규노동자에게 노동법은 없다"

비정규 노동자 확산과 이들의 열악한 처우가 비정규직 보호 관련 법
미비에도 원인이 있지만 오히려 현존하는 법조차 "다양하고 교묘한"
방식으로 위반되는 데서 비롯된 결과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29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사무총장 신철영) 노동위원회 주최로 열
린 "비정규직에게 노동법은 있는가" 토론회에서 중앙대 이병훈 교수
는 법 위반의 다양한 사례를 보여주면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전사회적 관심과 체계적인 연구, 특히 노동법학계의 진지한 고민이 필
요하다”고 주장했다.

바보 "고발"로 바보 "구제"하자
이병훈: "적극적인 비정규직
권리침해 고발로
비정규직 보호"



이병훈 교수(사회학.경실련 노동위원장)는 "비정규 노동자의 권리침
해" 사례를 중심으로 분석한 발제에서 "노조 결성률이 높은 제조업보
다 서비스업에서 권리침해 사례가 높은 것은 조직화되지 못한 비정규
직 문제를 반증"하며 "계약해지·해고, 계약 전환, 계약 미작성, 계
약 위반, 불법 계약" 등의 양상을 보이는 "고용계약 관련 침해사례가
총 246건으로 가장 높은 발생빈도를 보인다"라고 밝혔다.

그 외 노조활동 관련 침해 사례로 "특수고용직 중 보험모집인·레미콘
기사 등은 근로자성이 부정돼 노조 활동이 인정되지 않는 반면 학습지
교사·방송작가는 노조 활동이 인정되는 등 일관되지 않은 판정·판례
가 제시되고 있다"며 관련 법 보완을 촉구했다.

또 이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비정규 노동자는 "2등 노동시민"으로 위
치하고 있을 뿐 아니라 권리침해를 구제 받을 수 있는 제도적·행정
적 보호로부터 배제된, 무법지대에 놓여있다"며 "게다가 자신의 권리
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바보, 비정규직의 현실을 고발하고 구제에 나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비정규 노동자의 무권리 상황을 구제·보호하기 위해 △근
로감독관 대폭 확충 △"명예근로감독관제" 도입 △사용자의 권리침해
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엄중한 처벌 및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비
정규노동자에 대한 근로기준 및 노동권 교육 실시 의무화 △정부산하
공공교육기관 및 노사단체 교육프로그램 마련 △근로계약 서면 작성
의무화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명예근로감독관제 도입"과 관련해 노동부 노민기 근로기준국장(인수
위 전문위원)은 "근로감독관제가 실시된 지 50여 년이 지났는데도 현
장의 근로감독관은 노사분규조정과 임금체불 관련 민원처리에 급급하
다"며 "근로감독관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동의했다.

이어 노 위원은 "현행 근로감독관의 노사분규조정업무와 임금체불민원
처리업무를 다른 부서로 위임하고 근로감독관에게 행사 가능한 수사권
을 부여하면서 근로감독관 수를 증원해 근로감독관의 고유의 업무를
수행하게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정규직 과보호"와 "정규직 양보"의 문제
강명세: "사회통합 차원에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 나서야"



이어 한국노동연구원 강명세 초빙연구위원(경실련 노동위원)은 "사회
통합과 노-노 갈등: 비정규직의 사회보호"라는 발제에서는 "현행 한
국 노사관계에서는 조직화된 노동자만 보호 받는다"라며 역시 "비정규
직의 미조직화"를 우선 지적했다.

강 위원은 노-노 갈등의 예로 "비정규 노동자로 결성된 한국통신계약
직노조와 정규직 중심의 한국통신노조"를 들며 "노-노 갈등의 해소는
정규직의 양보에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또 강 위원은 "조직화되지 못
한 비정규 노동자 보호는 결국 경실련 같은 시민사회단체와 정치인의
몫"이라고 밝혔다.

한편 강 위원은 사회적 통합 차원의 비정규직을 보호를 위해 "고용유
동성이 높은 비정규직의 직업능력개발을 지속적으로 유지시키기 위한
직업훈련바우처제도 도입, 정규직의 경직된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하
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강 위원의 "노동시장 유연화 추진" 제안과 관련해 이상학 민주노총 정
책국장은 "노-노 갈등이 노동시장 양극화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결과론
적인 발상"이라며 ""정규직 과보호론"은 설득력 없는 주장"이라고 반
박했다.

이 국장은 "강한 노조가 있는 건 사실이나 이것은 노동3권에서 보장하
고 있는 교섭권의 결과물"이며 "정규직 과보호론은 노동3권을 없애자
는 것에 다름 아니며 "노동시장 양극화"의 원인은 명백한 기업의 인건
비 축소정책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또 "강한 노조가 존재하는 대기업
에 양산되고 있는 비정규직은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고 반문하며 "노
동시장 양극화 이전에 경제시장 양극화, 경제산업구조의 모순부터 따
지고 들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 국장은 ""정규직 양보론"에 대해서는 민주노총도 인정한다"라
며 "그러나 문제는 정규직이 결코 고소득자가 아니며 노조 약화 위기
를 부추기는 비정규직 양산은 총노동 입장에서도 심각한 사안이므로
이는 제도개선과 적극적인 조직화로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노동시장 유연화의 과도한 진행이 도리어 문제"라는 이 국장의
지적에 대해 강 위원은 "서유럽의 비정규 노동자는 굳이 노조에 찾아
가지 않고도 복지 적용을 받는다"라며 "현행 한국의 기업별 노조 중
심 구조와 산별체제로의 전환이 미진한 부분에 대해 노동계도 인정하
고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 노력에 대한 "국민적 합의" 또한 그 가능성
에 대한 의문도 제기해야 할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공공기관의 "허가된" 불법행위
이종수: "공공기관 비정규직
불법고용과 부당대우 문제
정부가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



이종수 공인노무사(한국비정규노동센터 부설 민주노무법인)는 그 동
안 상담을 통해 정리한 풍부한 사례를 바탕으로 한 발제에서 특히 공
공기관 비정규직 문제를 지적했다.
이종수 노무사는 "방학 중 휴무기간은 엄연히 학교(사용자) 사정에 의
한 것임에도 일용직 영양사나 조리원이 노동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이
유로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 노무사는 "공공기관 비정규직 문제는 예산에 의해 부당한 고용조건
이 강제되고 있다"며 "특히 정부산하 기관은 "예산 통제를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계속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 노무사는 "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의 비정규직 운영지침
(2001.12.)을 보면 비정규직의 퇴직금과 관련해 "확보된 예산 범위 내
에서 퇴직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되, 퇴직금 지급사유가 발생되지
않도록 인력의 효율적 관리"를 명시하고 있다"며 "정부 스스로 비정
규 문제 해결 노력이 없이는 비정규직의 임금이 "재료비" 항목으로 책
정되는 현실을 극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공기관의 예산타령" 지적에 대해 노민기 국장은 "공공기관 일
선에 예산집행과 책정권이 없는 것이 문제지만 그래도 "허가된 불법행
위"라는 지적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이어 비정규직노조를 대표해 토론에 나선 최상림 전국여성노동조합 위
원장은 "김대중 정부가 "작은 정부"를 내세우며 양산 시킨 비정규직
문제는 더 이상 노사만의 문제가 아니므로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
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이 어려운 상황이다"라
며 "최근 재능교사노조와 건설운송노조가 각각 합법노조임에도 검찰
단협을 부정당하거나 대법원으로부터 노동자성을 부정 받은 상황에서
경기보조원이 결성한 88cc지부는 아예 법적 대응을 엄두도 못 내고 있
는 지경"이라고 밝혔다.

특히 최 위원장은 "공공기관은 지침대로 움직인다는 것을 학교 일용영
양사와 시립대 소속 청소용역노조원의 퇴직금 관련 교섭에서 확실하
게 알 수 있었다"라며 "여성노조는 인수위에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규
모를 정확히 밝히고 해결방안을 요구 등의 3대 제안을 했고, 공공기관
모니터,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 등을 통해 공공기관에서의 법 위반 상
담이 총 상담의 80~90%에 이르는 현실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
다.

전재희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4년 동안 비정규 문제에 대해 나름대
로 열심히 활동했는데 국회 내에서 이 문제를 얘기하는 내 목소리가
소수가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라며 "한 예로 용어선택에
서 비정규냐 비정형이냐, 비율문제에서 56%냐 27%냐 하는 문제도 일치
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불법파견 감시감독의 허술함을 지적한 이병훈 교수의 발제에 대
해 "불법파견 감시감독이 제대로 될 경우의 폐해로 도리어 불법파견
된 노동자가 해고되거나 근로감독관과 경찰청의 업무 혼선도 예상된
다"라며 "파견노동의 경우 상용을 장려한다거나 독일의 특수고용 관
련 제도에서 5가지 조항 중 3가지 조항에만 적용되면 노동자로 인정하
는 방식 등 각 고용형태별 특성에 맞는 제도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응 한국경영자총연합회 정책본부장은 "재계 또한 비정규직 해소라
는 대전제에는 동의한다"라며 "단지 그 해소 방법에 이견이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현행 법 악용 이유는 법에 대해 사용
자가 잘 모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라며 "사용자 교육"을 강조했
다. 또 이 본부장은 "무엇보다 사용자의 자율적인 비정규직 문제 해
결 조처가 필요하며 경총은 정규직 전환프로그램과 교육에 힘쓸 것"이
라고 한 뒤 "비정규직의 장기근속 현상은, 사측이 비정규직에 대한 인
정적 차원에서 배려해주는 것"이라고 해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한편 이번 토론과 함께 발간된 [비정규직에게 노동법은 있는가?-비정
규노동자 권리침해 백서]는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부설 민주노무법인과
평등의 전화, 민주노총 법률원에서 2000년부터 2002년 동안 비정규 노
동자들이 개별적인 권리침해상황을 자가보고(self-report) 형태로 인
터넷이나 전화로 접수한 질의내용으로 정리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