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서영 원장-감정노동의 지혜] 감각의 감정화! 감정노동 사례로….
[윤서영 원장-감정노동의 지혜] 감각의 감정화! 감정노동 사례로….
  • 이효상 기자
  • 승인 2017.10.25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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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몸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만큼 꼭 필요한 일
감정노동해결연구소 윤서영 원장
감정노동해결연구소 윤서영 원장

 

“따르르릉!”
“안녕하십니까? 행복을 드리는 OO 텔레콤, 윤 대리입니다.”
윤 대리는 오전 근무 중이다. 전화를 받자마자, 전산에 뜨는 고객 정보를 훑어본다. 조금 전 고객센터에 전화한 이력이 있는 고객이었다.

“야! 이렇게 더운데 누구 똥개 훈련하는 거야!”

받자마자 소리를 내지르는 고객은 전화를 받는 것이 잘 안 된다며‚ ‘수신불가’로 상담한 이력이 여러 번 있었다.
내용은 이러했다. 무더위에 밖에서 일하는 고객은 얼굴에 땀이 항상 흥건했다. 오는 전화를 몇 번 받으면 전화기에 땀이 들어가서 바로 수신이 안 되는 상태가 되는 것이었다. 새것으로 교체해도 며칠뿐이었다.
전화 받는 것이 안 된다고 전화한 고객에게 기기 고장을 안내한 상담사에게 화가 난 고객은 이내 욕설을 했다. 그러다, 상담사가 전화를 끊은 모양이었다.
“이렇게 더운 여름에 너는 시원한 데 앉아 있으니 살 만하냐? 이 XX야!”

고객의 욕설이 시작되었다. 흥분한 고객과는 반대로 윤 대리는 침착하게 응대하기 시작했다.
“고객님! 날씨도 더운데 많이 속상하셨겠네요. 말씀하신 것처럼 여러 번 전화하셨던 내용이 상세히 적혀 있습니다. 제가 바로 확인해 드릴게요!”

○윤대리: 전 이 고객의 욕이 욕으로 들리지 않았어요.

▣감정연구소: 그럼 어떻게 들리던가요?

○윤대리: 무더위에 힘들게 일하는 고객의 아우성! 제가 감정노동을 느꼈다기보다는 고객의 감정노동을 들어주고 있는 느낌이었어요.

▣감정연구소: 하하! 고객이 하는 욕설이 고객의 감정노동으로 들렸다는 말씀이신가요? 이 정도면 득도하신 것 아닌가요?

○윤대리: 요즘 같은 더위에 밖에서 얼마나 땀이 흐르면 전화기가 고장이 다 나겠어요. 얼마나 더우면 폭염이라고 표현하겠습니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요. 하지만, 그 전 상담원은 욕설로 들었던 듯합니다. 고객이 끊기 전에 선 종료했음을 메모에 적어놓은 걸 보니까요.

▣감정연구소: 사례를 들어보니, 앞서 설명한 신 김치 에피소드가 이해되시나요?

○윤대리: 네! 신 김치요. 신 김치 볶아 먹으면 맛있는데요.

▣감정연구소: 하하! 저도 공감합니다. 신 김치를 볶아 먹으면 신 김치가 아닌 볶은 김치가 되듯이 욕도 듣기에 따라 욕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신가요?

○윤대리: 분명히 욕인데, 욕이 아닐 수도 있다고요? 그런 말은 처음 듣는데요. 욕은 다 욕 아닌가요?

▣감정연구소: 성희롱 방지 교육 받아보신 적 있으신가요?

○윤대리: 네! 성희롱은 상대방이 성희롱을 느끼면 성립되는 것 아닌가요?

▣감정연구소: 맞습니다. 욕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대방이 ‘자신을 욕보였다’라는 느낌을 받았다면 욕설이 성립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농욕으로 범주화될 수 있으며, 더 넓게는 감탄사라고 보기도 합니다.

○윤대리: 종종 영화에서 욕쟁이 할머니가 나오는 장면에서 보게 되는 ‘빌어먹을’, ‘우라질!’ 이런 종류의 것도 욕과 감탄사의 범주를 왔다 갔다 하네요.

▣감정연구소: 좋은 예시입니다. 그러므로, 고객이 같은 자극을 주었어도 어떤 사람은 그것을 감정노동으로 인식할 수 있고, 어떤 사람은 감정노동이 아닌 것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겁니다.
윤 대리님은 욕설하는 지금 고객은 괜찮다고 하셨어요. 오전에 법 조항에 근거해서 답변하라고 했던 고객도 욕설을 했나요?

○윤대리: 아니요. 욕은 하지 않았어요.

▣감정연구소: 그렇다면, 윤 대리님께는 어떤 감각을 감지했을 때 감정노동을 느끼는지에 대해서 공통분모를 찾아볼 필요가 있겠네요.
먼저, 나의 최근 느낀 감정을 알아차리는 실습을 해 보고 다시 얘기를 나누어볼까요? 최근 일주일 동안 느낀 나의 감정을 1분 동안 적어보는 겁니다. 다음 장에 지금부터 적어볼까요?

최근 일주일 동안 느낀 나의 감정을 1분 동안 적어보자.

최근 일주일 동안 느낀 나의 감정을 1분 동안 적어보자.
최근 일주일 동안 느낀 나의 감정을 1분 동안 적어보자.

 

▣감정연구소: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몇 개 적으셨어요?

○윤대리: 이거 생각보다 감정을 떠올린다는 게 쉽지 않군요.

▣감정연구소: 하하! 그러셨나요?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을 나와 분리해 온전히 감정만을 생각해본다는 것이 낯설게 느껴지실 수도 있을 겁니다.

○윤대리: 감정을 나와 분리한다고요?

▣감정연구소: 나의 몸과 마음은 하나인 것 같지만, 실은 하나가 아닙니다. 마음이 아프면 몸도 아프다는 말도 있습니다만, 실은 마음은 또 하나의 나의 개체나 다름없지요.

○윤대리: 마음이 또 다른 나의 개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감정연구소: 꼭 나와 분리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나의 마음이 아프면 ‘아! 네가 아프구나!’ 혹은 기쁘다면 ‘네가 기쁘구나!’라고 알아차려주는 것은 감정노동 해소에도 매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설명해드린 겁니다.

○윤대리: 그렇게 말씀하시니 이해가 좀 되네요. 전 제 마음이 느끼고 있는 것에 대해 거의 생각하지 않고 사는 것 같네요.

▣감정연구소: 일주일 동안 느낀 감정은 어떤 감정이었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윤대리: 행복, 희열, 분노, 기쁨, 사랑 5개 적었네요.

▣감정연구소: 단순히 느낀 감정만 이야기했을 뿐인데, 지난 일주일 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 느껴지네요. 1분 동안 적은 개수가 7개 이상이라면 나의 감정을 잘 알아차리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7개 이하를 적었다면, 나의 감정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윤대리: 그렇다면, 저는 조금 더 제 감정을 알아차리기 위해 분발해야겠군요. 하지만 막상 적으려고 하니 평소 생각해보지 않아서 그런지 감정에 대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어요. 그래서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감정연구소: 하하! 그럴 수 있습니다. 내게 감정표현이 익숙하지 않다는 증거이기도 하죠. 강의에서 실습해보면, 실제로 비슷한 표현만 반복적으로 나오는 경향이 없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처럼 감정에 대한 다양한 표현이 많은 나라도 드문데 말입니다.

○윤대리: 다양한 감정표현을 한번 보고 지나가면 어떨까요? 이후에 나의 감정에 대해서 표현할 때를 대비해서요.

▣감정연구소: 네~ 좋은 의견입니다.

다음의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표현〉을 참고하세요.

긍정적인 감정표현에는 ‘행복한'‘안락한’, ‘편안한’, ‘뿌듯한’, ‘환희에 찬’, ‘자랑스러운’, ‘평안
한’, ‘푸근한’, ‘기쁜’, ‘가슴 벅찬’, ‘호감이 가는’, ‘황홀한’ 등의 표현이 있습니다. 부정적인 감
정표현에는 ‘짜증 나는’, ‘분개하는’, ‘슬픈’, ‘열 받는’, ‘우울한’, ‘침울한’, ‘욱하는’, ‘가슴이 찢어
지는’, ‘낙심하는’, ‘성가신’ 등의 표현이 있어요. 윤 대리님이 더 많은 표현을 나중에 더해주 세요~

내 마음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몸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만큼 꼭 필요한 일입니다.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표현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표현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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