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에서 '용' 나야 공정사회
개천에서 '용' 나야 공정사회
  • 김정기 기자
  • 승인 2017.11.02 02: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 천여곳 공기업 '인사 ·채용비리' 전수조사
청탁 합격자 '즉시 퇴출시켜야'
취재부 팀장/김정기
취재부 팀장/김정기

 

이땅에 공채시험이 처음 도입된 것은 언제일까? 우리 역사에 기록된 최초 국가시험제도는 신라 원성왕 4년(788)이다.

당시 당나라 제도를 모델로 도입 '귀족 중심 국가운영'을 탈피하고자 했으나 골품제를 통해 기득권을 상속해온 귀족들의 반발로 큰성과를 얻지 못한다. 

그뒤 고려 광종 때인 958년, 200여년 세월을 지나 과거제가 역사에 자리잡는다. 시대에 따라 시험과목이야 매번 바뀌었어도 과거시험은 늘 기득권에 대한 신진세력들의 도전이었다.

세상은 언제나 평범한 이들에게 바늘 구멍만한 '신분상승 사다리'를 터줌으로 계층간 숨통을 터왔다.

요즘 말로 표현하면 '흙수저들의 반란'이다.

불과 몇년 전만 하더라도 신림동 골목골목을 누비던 청년들 꿈은 하나였고 성공한 이들을 우리는 '개천에서 용났다.'며 축하해줬다.

최근 민주당 이재정 의원실과 인사혁신처가 실시한 '공무원 합격자 실태조사'를 보면 최근 3년내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이들은 평균 2년 2개월 시험준비를 했으며 월 평균 62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준비기간 중 생활비 대부분은 '가족으로부터 지원받았다' 한다.

누군가는 2년 이상의 시간을 쏟아붓고 가족들은 재정적으로 후원한다. 인생역전을 꿈꾸는 고려 조선시대 과거 시험도 아니고 합격만 하면 '영감님' 소리 듣던 지난 날의 사법고시 행정고시도 아니다. 세상 첫걸음만 내딛게 해줘도 고마운 취업 시험에 말이다.

그런데 다른 이는 준비없이 아는 사람 전화 한통(?- 그 이상 뭐가 오갔는지는 모르겠다)으로 취업이 된다. 2년 3년을 준비한 누군가의 세월과 인생을 밟고 올라선 이들을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2013년 국무조정실에서 적발된 강원랜드의 채용비리가 뒤늦게 2017년 국정감사에서 불궈지더니 석탄공사 우리은행 등으로 그 파문이 번지고 있다.

채용자에 대해 당연 퇴직 등 규정변화를 밝힌 정부는 이제 정부산하 공공기관과 지방 공공기관 등 모두 1,089 곳의 인사ㆍ채용비리 전수조사로 강경대응하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10월 23일 청와대 회의 이후 △대상 임직원은 해임 △청탁자는 실명 신분 공개 △채용자는 퇴출을 원칙으로 정했다. 당연한 일이다.

그들이 저지른 죄는 단지 '인사 ·채용비리'가 아니다. 다른 사람과 그 가족들의 인생을 훔친 것이다. 보다 엄정한 정부의 대응을 촉구한다.

조사 인원을 충원해서 시간이 얼마가 걸리더라도 모든 공공기관의 전수조사가 즉각적으로 시작되어야 한다. 또한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상책과 지원책을 천명 스스로 반성하고 자신의 잘못을 밝힐 시간을 주어야 한다.

부정 합격자들로 인해 탈락한 이들에 대한 보상과 이것으로 국가가 입은 손해에 대해 '모든 부정행위 연루자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

개천에서 용나는 세상이 진짜 건강한 사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