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서영 원장-감정노동의 지혜] 감정노동은 고객보다 직장상사가 더 많이 일으킨다
[윤서영 원장-감정노동의 지혜] 감정노동은 고객보다 직장상사가 더 많이 일으킨다
  • 이효상 기자
  • 승인 2017.11.06 14: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감정노동은 나의 실제 감정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모든 상황을 통칭한다.
감정노동해결연구소 윤서영 원장
감정노동해결연구소 윤서영 원장

 

미디어에 노출되고 쟁점이 되는 것은 대부분 고객에 의한 사건들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감정노동해결연구소를 운영하며 수많은 감정노동 강의에서 고객보다 더 큰 감정노동을 일으키는 것으로 주목을 하는 대상은 다름 아닌 직장상사이다. 뉴스에서는 고객에게 무릎을 꿇고 욕을 먹어 자살 충동까지 느끼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그러나 이는 매우 극단적인 사례이며, 우리가 쉽게 겪을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주변에서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는 소소한 감정노동은 오히려 직장상사와의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다. 국내를 들썩하게 만들었던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 사건도 직장상사와의 감정노동이 아닌가?

직장에서 자주 일어나는 직장상사에 의한 감정노동!

러셀 혹실드가 최초에 감정노동을 정의하면서, 감정노동을 서비스 노동직에 국한한 것은 아니었다. 그녀의 또 다른 저서 가족은 잘 지내나요?(2016)‚ 돈 잘 버는 여자 밥 잘 하는 남자(2001)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사회적 고정관념에서 올 수 있는 다방면의 감정노동에 대해서 일깨우고 있다.

감정노동은 나의 실제 감정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모든 상황을 통칭한다. 직장의 예를 들면, 앞에서 언급한 정 팀장의 사례와 같이 업무와 관련 없는 사항에 대해 암묵적으로 복종을 요구하는 경우다. 또 우리나라에서 가정 내 감정노동 중 가장 심각한 상황에 속하는 것이 시댁에 의한 감정노동이다. 시집온 며느리는 자신의 의견을 얘기해서는 안 되며, 시댁의 의견에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그릇된 사회의식이 심각한 감정노동을 유발하고 있다.

이런 것은 학교생활에서 선후배 관계나 스승과 제자 사이에서도 자주 일어나고 있다. 최근 뉴스에서 대학교수의 성추행이나 성폭행 사건이 계속해서 보도되고 있는 것도 여러 방면에서 감정노동이 발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더 쉽게 표현하면, 동방예의지국(東邦禮義之國)을 강조했던 한국 사회에서 예의를 갖추어야 하는 모든 관계에서 감정노동은 발생할 수 있다. 한국 사회는 스승과 제자, 시어머니와 며느리, 직장상사와 사원 등의 관계에서 내가 아랫사람이라면 나의 감정,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배운다.

프랑스에서는 직장 내 상사에게서 일어날 수 있는 감정노동에 대해 사회적·법적 용어로 ‘정신적 괴롭힘(harcelement moral)’으로 명명하고 이를 인정하고 있다. 프랑스 정신분석학자인 M. F. Hirigoyen은 1998년 출간된 자신의 저서에서 정신적 괴롭힘을 “어떤 자의 고용을 위태롭게 하거나 노동환경을 악화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그자의 인격, 존엄 또는 신체적·정신적 완전성을 침해할 수 있는, 특히 행동, 말, 동작, 몸짓, 글 등으로 나타나는 모든 남용적인 행위”로 정의하였다. 정신적 괴롭힘은 2002년 1월 17일 제정된 사회현대화법률에 포함되어 법적으로 인정되어 독립적인 법적 규율의 대상이 되었다.

다음의 정신적 괴롭힘의 원인 내지 목적에서 셋째 항목인 개인적 괴롭힘이 바로 필자가 언급하고자 하는 감정노동에 해당한다.

정신적 괴롭힘의 원인 내지 목적
정신적 괴롭힘의 원인 내지 목적

 

윤대리: 전 고객에게서 느끼는 스트레스도 많지만, 직장상사로 인한 스트레스가 더 많다고 종종 느낍니다. 가뜩이나 피곤한데 회식이며 야유회며 연말 행사까지 무슨 행사가 그리도 많은지. 참석하지 않으면 위에 찍히고. 눈치 보랴, 고객 비위 맞추랴, 사회생활이 이래서 더 힘든 것 같아요.

감정연구소: 그런 일이 생기면 윤 대리님은 주로 어떻게 행동하는 편인가요?

윤대리: 꼭 가야 하는 분위기면, 그냥 따르는 편입니다. 대신 주말엔 누워서 거의 일어나질 못해요. 직장에서 쥐어짜듯 에너지를 모두 쓰고 나니 개인 생활은 거의 없다고 봐야죠.

감정연구소: 앞서 말씀해주셨던 갑사의 그 대리에 대한 일화가 떠오르네요. 갑사에서 고객센터 이전 작업을 하는데, 결혼하면 되겠느냐고 했던. 본인은 이전 작업을 위해서 결혼도 미루고 있다고 했죠. 이것은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과 같은 맥락의 이야기입니다.

또 연봉제인 사원에게 너희들의 24시간은 내 것이다.”라고 표현했던 상무님도 계셨다고 했죠. 모두 다 같은 맥락 선상에 있습니다.

윤대리: 같은 맥락이라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요?

감정연구소: 회사에서 지급하는 급여를 사원이 회사에 제공한 노동력의 대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먹여 살린다라는 의미, 즉 생존의 도구로 지급되는 식량의 의미로 해석하고 있는 것입니다.

윤대리: ‘먹여 살린다는 의미로 해석한다고요?

감정연구소: ! 진화심리학적인 측면에서 설명해드리면, 원시시대부터 인간이 끝없이 고민해온 문제는 먹고 사는 문제였습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도 원시시대와는 방법적으로 많이 달라졌지만, 열심히 공부하고 경제활동을 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에 ()’, 즉 살아가는 문제가 포함되어 있지요.

윤대리: 그렇긴 하죠. 하지만 요즘은 먹고 살기 위해서 사는 사람은 거의 없잖아요.

감정연구소: 그렇죠. 살기 위해 먹는 시대는 지나갔죠. 그런데 먹고 살려는 방법으로 택한 직업을 무기로 삼고무기를 휘두르려고 하는 겁니다. 그 내면에는 이 직장을 평탄하게 다니려면 내 말을 잘 들어야지!’ 하는 생각이 내포되어 있는 거죠. 공과 사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성숙한 사회인식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윤대리: 공과 사를 구분한다고요?

감정연구소: 어느 한국인이 독일계 회사에 취업했습니다. 회사에서 빠른 승진을 하고 싶었던 그는 매일 초과근무를 했다고 합니다. 어느 날, 상사가 그를 불렀습니다. 그는 내가 열심히 일하는 것에 대해서 이제야 인정을 받게 되었구나!’ 하는 기쁜 마음으로 상사에게 갔습니다. 상사는 그에게 뭐라고 했을까요?

윤대리: 보통 제가 다니는 직장에서는 몸 생각하면서 천천히 일해라!’라고 상사가 격려의 말을 하죠. 말은 그렇게 하지만, 속 뜻은 네가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을 내가 알고 있다.’는 의미 아니겠습니까?

감정연구소: 그 상사는 그에게 퇴근 후의 시간은 너의 시간이다. 네가 자진해서 하는 초근으로 인해 우리의 개인적인 시간이 위협받고 있다.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뺏기지 않게 협조해달라.”라고 했답니다.

윤대리: 웁쓰! 정말 놀랍군요.

감정연구소: 이것이 공과 사를 구분하는 예입니다. 기업은 계약한 노동 시간 안에 사원의 노동력을 사용할 수 있으며, 그 이외의 시간 혹은 업무 외의 노동을 강요할 수 없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