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안내]인문학 이펙트
[신간안내]인문학 이펙트
  • 박보람 기자
  • 승인 2017.12.04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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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차이’를 만드는 인문학의 짜릿한 반전을 기대하라!”

인공지능을 비롯한 기술이 엄청난 속도로 발달하면서 이제는 제4차산업혁명이라는 말이 일상적으로 느껴질 만큼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이러한 시대를 일컬어 인공지능시대, 제4차산업혁명시대, 또는 제2의 기계시대 등 다양하게 명명하지만, 모두 ‘폭발적인 기술혁신’의 시대임을 뜻한다.

이 기술혁신의 시대에 기술 전공자들이 비즈니스의 최선봉에 서서 활약하고, 의미 있는 참여와 기여를 할 수 있음은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컴퓨터과학과 공학을 전공하고, 코딩은 기본으로 이해하며, 알고리즘을 설계할 수 있는 기술 전공자들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추진할 수 있고, 나아가 글로벌 경제에서 성공할 수 있을 거란 전망은 인문학 전공자들에게는 절망적인 경고다.

한국에서 낮은 인문계 취업률을 비꼬는 ‘문송(문과라서 죄송합니다)’, ‘인구론(인문계 졸업생 90%가 논다)’과 같은 신조어가 회자되는 것처럼, 미국에서도 기술지상주의자들이 “인문학을 배운 사람은 앞으로 신발 가게에서 일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심리학이나 철학 등 인문학이 좋기는 하지만 그런 걸 공부하다가는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게 될 것이다” 둥의 막말을 쏟아낸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인문학 이펙트》의 저자 스콧 하틀리다. 세계적인 벤처 캐피탈리스트로 기술혁신의 최전선에 있는 수천 개의 기술기업을 지켜보아온 스콧 하틀리는 《인문학 이펙트》에서 인문학이 기술혁신을 이끈다는 주목할 만한 주장을 제기한다.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기술 뒤에 뭐가 있는지 베일을 들춰보면 인간성에 대한 위대한 이해가 있다는 것이다. 인류학자가 자율주행차를 만들고, 심리학 전공자가 다른 사람과 연결되고 싶어 하는 인간의 타고난 욕망을 통찰하여 페이스북을 만들고, 철학 전공자가 링크트인을 설립하고, 역사와 문학 전공자가 유튜브의 CEO가 되는 수많은 사례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얻은 통찰이다.

기술 주도 경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술 혁신의 속도에 반비례해서 기술의 진입장벽이 놀라운 속도로 낮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쉽게 말하면 기술혁신의 시대에는 기술적 전문지식 없이도 기술 분야를 이해할 수 있고 신제품과 새로운 서비스 혁신을 주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기술 민주화 트렌드 속에서 인문학이 기술의 ‘차이’를 만들 것이라는 스콧 하틀리의 주장은 그래서 더욱 설득력이 있다.

사실 ‘정답이 없는 애매모호한’ 인문학을 전공한 사람들(저자는 이들을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유래한 명칭으로 fuzzy라고 부르는데, 책에는 인문쟁이로 번역되었다)은 이미 기술 영역에 과감하게 뛰어들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왔다.

인문학적 통찰로 세계적 기업을 일군 사례는 무수히 많다. 그중에서도 대중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스티브 잡스는 리드칼리지에서 캘리그라피 수업을 들었고, 글씨체의 역사성과 예술성에 반해 이용자가 아름다운 글씨체를 고를 수 있는 최초의 컴퓨터, 매킨토시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디자인에 대한 열정은 여전히 애플이 최고의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해주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페이스북은 어떨까? 흔히 마크 저커버그를 사회성은 떨어지지만 코딩은 엄청나게 빠른 괴짜 천재로 알고 있지만 사실 그는 엑시터 아카데미에서 인문학을 전공했고, 하버드대학교에서 라틴어, 그리스어, 예술사 수업 수강했으며 심리학을 공부했다.

이러한 인문학적 배경 덕에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을 통찰해낼 수 있었고, 그 결과 페이스북이라는 걸출한 기업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뿐 아니다. 링크트인, 페이팔, 핀터레스트, 에어비앤비, 릴레이트IQ, 세일즈포스 등 스타트업의 최전선인 실리콘밸리에서 성공을 거둔 기업의 창립자는 모두 인문학 전공자다.

이처럼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집어삼키는 동안에도 기술은 인문학을 필요로 했고 앞으로 더욱 의지하게 될 것이라는 게 스콧 하틀리의 주장이다.
 
그는 책에서 기술만을 중시하는 현 상황을 비판하고 인문학적 가치와 지식이 어떻게 기업을 만들어내고, 혁신하고, 또 사회를 개선할 수 있는지 요목조목 이야기한다.

교육에서부터 의학, 상품 디자인, 제조업, 금융, 투자, 법, 보안, 도시 디자인, 경제발전, 효율적인 정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아우르며 인문학과 공학이 어떻게 융합해야 하는지를 제시하는 이 책은 기술중심주의가 득세하고 암울한 전망이 판을 치는 이 시기에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제시해준다.

제4차산업혁명시대에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성공하려면 ‘어떻게 만들 것인가’ 뿐만 아니라 ‘왜 만드는가, 무엇을 개선하고 싶은가’ 깊이 있게 질문할 수 있는 인문학적 통찰이 필요하다.

스콧 하틀리 저 / 마일스톤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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