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의 CEO 칼럼]  야호~!!!
[전대길의 CEO 칼럼]  야호~!!!
  • 김민수 기자
  • 승인 2017.12.13 0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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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어에 살아있는 우리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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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국제PEN클럽 한국본부 이사

‘야호’는 독일 알프스지대에서 쓰이는 ‘요후(johoo)’란 의성어(擬聲語)가 그 어원이란다. 

‘야호’는 사람이 산에서 길을 잃거나 위기에 처했을 경우에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구조요청 신호로 쓰였으며 ‘야호’는 20세기에 우리나라로 들어와 등산객들 간에 호연지기의 표상처럼 유행했었다.

어떤 영화에서 높은 산 정상에서 ‘야후(jahoo)~!‘하고 소리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야호‘는 ‘요후(johoo)~!’나 ‘야후(jahoo)~!‘에서 연유한 말이란다. 요즘에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야호'라고 외치지 않는데 이는 ’야호‘란 큰 소리로 인해서 야생동물들이 놀래거나 겁을 먹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몽골어에도 ‘야호’가 있다. 몽골어의 ‘가다’는 ‘야(와)흐’이고 ‘갈까요?‘는 ’야~호‘이다. 몽골군대는 전장(戰場)에서 소리가 나는 화살인 명촉(鳴鏑)이나 나팔과 북을 통신수단으로 썼다. 

사람들끼리는 외침으로 의사소통을 하곤 했다. 산꼭대기에서 다른 산의 병사들에게 ’이동하자!’면서 ‘야호~‘라고 외쳤다. 바람결에 실려 메아리인 듯 대답인 듯 ’갈까요?‘란 ’야~호!‘로 들렸을 것이다. 

고려의 병사들은 몽골병사들의 ’야~호!‘란 외침을 따라서 외치게 되었으며 수 백년 세월이 흐른 지금도 우리는 무슨 뜻인지를 잘 모르면서 ‘야호’란 외침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따라서 ‘야호~!’란 외침이 알프스지대에서 왔는가? 몽골에서 왔는지?에 관해서는 독자의 상상에 맡긴다. 

몽골어는 러시아 키릴문자를 차용해서 쓰는데 우리말에 살아 있는 몽골어는 참으로 많다. 

제주 ‘오라골프장’의 ‘오라’는 ‘가까이’란 몽골어에서 유래했으며 ‘아라골프장’(현재의 제주골프장)의 ‘아라’는 ‘멀리에’란 몽골어에서 왔다고 한다. 

이는 고려시대 무신정권의 등장(1,170년~)후 100여 년간 계속된 고려사회의 질서를 무너뜨린 몽골침략을 받은 영향이다. 

이 때 임금을 보호하는 친위대인 좌별초, 우별초, 신의 군 등 삼별초의 항쟁이 거셌지만 종국엔 제주도에 까지 밀렸다. 14세기까지 원(元)나라의 부마국(鮒馬國)이 된 고려의 충렬왕, 충혜왕, 충정왕 이름에 ‘충성 충(忠)’자는 몽골족인 원나라에게 충성을 바치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그리고 몽골어, 몽골식 이름과 복장, 변발 등 몽골문화와 풍습은 고려 상류사회에서 유행했다. 두루마기를 입는 거라든지 소주 만두 등 음식문화, 신부가 연지곤지를 찍고 머리에 족두리를 하는 것은 몽골에서 전래된 풍습이다.  

제주도 ‘조랑말’은 ‘조로모리’란 몽골 말에서 왔으며 사막의 낙타의 걸음걸이도 ‘조로모리 주법(走法)’과 같다고 한다. 유명제약사의 ‘아로나민’이란 건강식품도 열(10)이란 ‘아로‘와 여덟(8)이란 ’나임‘의 몽골어 합성어이다. 이는 ’18세 청춘을 되살려준다‘는 깊은 뜻이 숨어 있다.  

‘비가 온다. 오누나. 오는 비는 올지라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라는 소월의 왕십리란 시를 몽골인들은 이해를 못한다. 

몽골엔 ‘비가 온다‘라는 말이 없으며 ’비가 들어간다‘란 말이 있다. 하늘에서 내린 비가 땅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포착한 것이다. 

’비가 온다‘는 문장에서 주인공은 ’나‘다 나한테 오는 비(雨)다. 그러나 ’비가 들어 간다’는 문장의 주인공은 ‘하늘과 땅’이다. 우리에겐 천지인(天地人)이지만 몽골인에겐 하늘과 땅 사이에 비, 천지우(天地雨)다.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머루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 얄리 얄리 얄라성 얄라리 얄라“ 우리나라 교과서에 실린 고려가요 ‘청산별곡(靑山別曲)’이다. 

그런데 몽골어로 ‘이기다’는 뜻의 ‘얄라흐’의 어미의 활용을 대입해 보면 청유형은 ‘얄라+위’, 과거형은 ‘얄라+승‘이고 명령형은 ’얄라+레‘ 또는 ’얄라‘다. 

따라서 청산별곡의 ’얄리 얄리 얄라성 얄라리 얄라‘의 정확한 몽골어 발음은 ‘얄뤼 얄뤼 얄라승 얄라레 얄라’이다. 이는 ‘이기자! 이기자! 이겼다! 이겨라! 이겨!’란 뜻을 가진 응원가 또는 군가의 한 대목을 빌려 쓴 것이다.

엣 날 학창시절에 청산별곡을 배울 때 음률을 맞추기 위한 노랫말의 후렴이라고만 배웠던 ‘얄리 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가 바로 ‘이기자 이기자 이겼다 이겨라 이겨’란 의미임을 이제 와서 알게 되어 천만다행이다.

몽골 여인들이 남편과 아들을 전쟁터에 내 보내고 술을 올리며 기도하던 주문(呪文)이 바로 ‘얄리 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이다.

몽골의 매와 관련이 있는 게 또 있다. ‘남원산성 올라 가 이화문전 바라보니 수진이 날진이 해동청 보라매’는 판소리를 부르기 전에 목을 풀기 위한 단가(短歌)인 남도민요의 ‘둥가타령’의 한 대목이다. 

여기에서 ‘수진이’는 사냥에 쓰이는 길들인 매, ‘날진이’는 길들이지 않은 매이고 ‘해동청’은 송골매, ‘보라매’는 털갈이를 하지 않은 1년 이하의 어린 매를 말한다. 

보랏빛을 띠어 ‘보라매’이며 청색으로 보이기도 해서 청매(靑梅)라고도 부른다. 몽골어에도 ‘수친’ ‘나친’ ‘쿼친’ ‘보로’란 비슷한 단어가 있다. 송골매는 몽골어로 ‘숑호르“이다. 자세히 보면 둥가타령 노랫말도 몽골어와 연관이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끝으로 몽골제국을 세웠던 징기스칸(chingiz Khan, 1162년~1227년)의 후예(後裔)라는 함양 여(呂)씨 문중에서는 해마다 징기스칸을 위한 시제(時祭)를 올린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뿐만 아니라 지금도 신생아(新生兒)들의 엉덩이에서 몽고반점(斑點)을 종종 찾아볼 수 있는데 몽골혈통(?)이란 철인(鐵印)이 찍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몽골과 몽골인 들이 우리에게 끼친 영향력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특히 우리 국문학에 미친 영향력에 관해서 좀 더 연구할 필요와 가치가 있다.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국제PEN클럽 한국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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