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의 CEO칼럼] 우리말 들여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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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국
  • 승인 2018.02.05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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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러운 우리말, 우리 한글을 보석처럼
전    대    길
(주)동양EMS 사장, 
국제PEN클럽 한국본부 이사

‘야단법석(野壇法席)’이란 떠들썩하고 시끄럽다는 불교 용어다. 
 
‘야단(野壇)’이란 ‘야외에 세운 단’, ‘법석(法席)’은 ‘불법을 펴는 자리’를 뜻한다. 바로 ‘야외에 자리를 마련하여 부처님의 말씀을 경청하는 자리’란 뜻이다. 

법당이 좁아 많은 사람들을 다 수용할 수가 없어서 야외에 단을 펴고 설법을 듣고자 한 것이다. 부처님이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법했을 때엔 약 3,000,000명이 모였단다. 

수 많은 사람이 모이다 보니 질서가 없고 시끌벅적하다. 시끌벅적한 ‘혼돈(混沌:Chaos)의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미주알’은 인체의 배출구인 항문(肛門)에 닿아 있는 창자의 끝부분이다. 
따라서 ‘미주알을 캔다’는 것은 창자의 끝까지 들여다보는 것이다. 사람 속을 처음부터 끝까지 속속들이 살펴보는 거다. 

그래서 사소(些少)한 일까지 세밀하게 따지고 드는 게 ‘미주알고주알’이다. ‘고주알’은 별 뜻이 없으며 미주알과 운(韻)을 맞추기 위해 붙인 말이다. 이렇게 운을 붙여서 만든 말은 ‘눈치코치, 세월아 네월아, 어중이떠중이, 알뜰살뜰’등이 있다. 
 
‘미주알고주알’ 대신에 ‘밑두리콧두리’라는 말도 있다. 
‘밑두리’는 어떤 사물 둘레의 밑 부분을 뜻하며 어떤 사실을 확실히 알기 위해서 자세하게 묻는 것이며 ‘콧두리’는 고주알처럼 운(韻)을 맞추느라 붙인 것이다. 

미주알고주알과 밑두리콧두리처럼 아주 사소한 것까지 따지는 모양을 나타내는 ‘시시콜콜, 꼬치꼬치’ 같은 말도 있다. 

‘뚱딴지’는 전선(電線)을 철탑(鐵塔) 또는 전봇대의 어깨쇠에 고정하고 전기를 통하지 않게 하기 위한 지지물인데 이를 ‘애자(礙子)’라고 한다. 애자는 사기, 유리, 합성수지 등으로 되어있다.
                              
전기가 통하지 않듯이 우둔하고 완고하며 말이 잘 통하지 않는 멍청한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그 밖에도 국화과의 여러 해 살이 풀인 ‘국우(菊芋)’와 북한에서는 ‘돼지감자’를 ‘뚱딴지’라고 한다. 

‘트집’은 옻나무에서 옻을 채취할 때 칼로 나무껍질에 생채기를 내는 것을 말한다. ‘까닭 없이 시비를 거는 것’을 일컫는다.

트집
트집

‘한 덩이가 되어야 할 물건이나 한데 뭉쳐야 할 일의 벌어진 틈‘과 ’어린이가 어른에게 조르고 떼를 쓰는 짓‘을 트집이라고 한다. 비슷한 말로 ’꼬투리, 까탈, 흠, 틈바구니, 시비‘ 등이 있다. 

‘어처구니’는 ‘맷돌의 손잡이’다. ‘어처구니’는 ‘엄청나게 큰 사람이나 사물’이란 뜻의 명사(名詞)다. ‘어처구니가 없다’란 ‘맷돌의 손잡이가 없다’는 말이며 맷돌로 곡식을 갈을 수가 없기 때문에 ‘(일이 너무 뜻밖이어서)어이가 없다. 기(氣)가 막히다’란 의미의 형용사(形容詞)다.   

어처구니

뿐만 아니라 ‘어처구니’는 ‘왕이 거처하던 대궐(大闕)이나 한옥(韓屋)의 용마루 끝과 처마 끝마무리의 십장생(十長生) 동물형상’이다. 집이 오래되어 수리하지 않으면 비바람에 쓸려 십장생의 동물형상이 떨어져 나가는 경우가 있다. 이럴 적에도 ‘어처구니가 없다’라고 쓴다
    
‘단추’의 기원은 고대 이집트(B.C6000년)시대 까지 올라간다. 당시의 단추 형태는 지금과 달리 두 개의 옷자락을 뼈 ·금속 핀 등으로 끼우는 형태에 불과했다. 

두 개의 금속 고리를 연결하는 방식이 등장하기 시작한 때는 기원 전 100년이다. 그 후엔 구슬모양의 금속 단추를 루프 형태의 고리에 끼우는 단추가 등장했다. 그 생긴 모습이 마치 꽃봉오리와 같다고 해서 ‘부톤(bouton)’이란 라틴어가 ‘버튼(button)’이 된 것이다.

사람이 옷을 입거나 벗을 때 편리한 기능적 목적과 장식적인 목적을 갖춘 물건이 단추(Buttons)이다. 
매듭단추는 중국의 육조시대에 옷감을 이용한 단추, 청령두(蜻蛉頭...잠자리 머리 모양)가 등장하면서 옷에 사용되었다. 

금속, 플라스틱 , 조개껍질, 유리, 뼈, 나무, 가죽을 재료로 쓴다.13세기경 유럽에서는 금 ·은 ·보석으로 단추를 만들어 지위나 신분을 과시했다. 

1770년 독일인 위스터가 발명한 금속 단추 제조기술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기계화의 보급에 따라 천연재료 등으로 대체되는 발전을 이룬다. 또한 여성의 테일러 슈트가 등장하면서 여성복장에도 쓰인다.

중국은 육조시대(六朝時代)에 옷감을 이용한 매듭단추인 청령두(蜻蛉頭...잠자리 머리 모양)가 등장하여 일반적 의복형태를 이루었다. 

우리나라는 조선시대 마고자나 무관(武官)이 입던 공복(公服)인 철릭(帖裏) 등에 단추를 사용했는데 갑오개혁 이후 일반에 널리 보급되었다. 형태는 매우 다양하나 일반적으로 표면에 구멍(1~3cm)이 있는 것과 구멍이 없는 것으로 구분한다. 

남자양복 단추와 같이 딱딱한 느낌을 주는 테일러 단추, 아름다운 모양의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팬시 플라스틱 단추, 약간 차가운 느낌이지만 활동적이고 경쾌한 느낌을 주는 금속 단추, 흔히 와이셔츠에 다는 단추 종류가 있다. 

남성은 오른쪽, 여성은 왼쪽에 단추를 단다. 그 이유가 인간의 좌뇌는 감성, 우뇌는 이성으로 분리되고 성(性)에 따라 서로 다르기 때문이라는 설(說)이 있다. 그리고 오른손잡이가 옷 속에 숨겨둔 무기를 쉽게 꺼내기 위해서라는 다른 주장도 있다. 

작은 빗방울과 연관된 비(雨)에 관한 우리말이다. 
‘는개’는 안개비 보다는 조금 굵고 이슬비 보다는 가는 비다. 우리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생소한 느낌을 주는 우리말이다. 

‘안개비’는 빗줄기가 매우 가늘어서 안개처럼 부옇게 보이는 비다. ‘이슬비’는 아주 가늘게 내리는 비다. ‘는개’보다 굵고 가랑비 보다는 가늘다. ‘가랑비’는 가늘게 내리는 비다. 이슬비보다는 좀 굵다.
     
‘동장군’이란 말의 어원은 1812년로 올라간다. 
나폴레옹이 60만 대군을 이끌고 러시아에 쳐들어갔으나 혹한(酷寒)때문에 거리로 나온 사람들이 없어서 모스크바는 텅 비어있었다. 

나폴레옹은 싸 울 상대가 없었으며 추위와 병사들의 굶주림 때문에 후퇴했다. 이와 관련 영국 언론이 'General Frost(冬將軍)’가 용감한 나폴레옹 군대를 물리쳤다고 썼으며 이를 일본이 ‘후유쇼코(冬將軍)’라고 썼다. 

우리나라에선 동아일보(1948년10월15일) 기사에서 동장군이란 단어를 맨 처음 썼으며 그 후에 일상용어가 되었다.      
    
‘상고대’는 산악인들이 부르는 순우리말이다.  
이른 아침에 눈 덮인 설산에서 눈꽃 보다 아름답고 영롱한 상고대를 만날 수 있다. 기상용어로는 ‘무빙(霧氷)’이다. 안개, 구름 등 미세한 물방울이 수목이나 지물(地物)에 부착한 순간에 얼어 붙어 눈꽃처럼 되는 것을 ‘수빙(樹氷)’이라 하며, ‘나무나 풀에 내린 서리’다. 

상고대 

기온이 낮고 습도가 높은 날에 잘 만들어지며 높은 산에서 만들어진 안개가 나뭇잎이나 가지에 달라붙어 얼면서 나무서리를 만든다. 모진 바람과 매서운 추위가 엮어낸 상고대는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덕유산, 한라산, 태백산, 소백산의 상고대가 유명하다. 충주호와 춘천 소양3교, 그리고 소양5교의 상고대도 유명하여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다.   
 
‘일거양득(一擧兩得)’이란 뜻의 우리말은 ‘꿩 먹고 알 먹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마당 쓸고 돈 줍고’등이 있다. 진서(晉書)의 속석전(束晳傳)에 나온다. 

진사(晉史)를 편찬한 속석(束晳)이 농업정책 발전에 관해 ‘위(魏)나라 때의 개척지, 양평(陽平)지방에서 살게 했던 백성들을 다시 서쪽으로 이주시키자’고 진(晉)나라 왕, 혜제(惠帝)에게 진언했다. 

‘백성들을 서주(西州)로 이주시킴으로서 변방(邊方)을 지키게 하고 10년간 세금을 면하게 해주어 실질적으론 국익을 챙기며 백성에겐 관용을 베푸는 일이기 때문에 일거양득이다’란 주장이다.  

술잔을 서로 주고받는 것을 ‘수작(酬酌)'이라고 한다. 왁자지껄한 고갯마루 주막집 마루에 장정 서넛이 걸터앉아 주안상을 받는다. 한잔씩 나눈 뒤 연지분 냄새를 풍기는 주모에 게 한 잔 권한다. 

‘어이! 주모도 한 잔 할랑가?” 한 놈이 주모의 엉덩이를 툭 친다. 이때 주모가 “허튼 수작(酬酌)말고 술이나 마셔~‘한다.

도자기병에 술이 담기면 그 양을 가늠하기 어렵다. '병을 기울여  요만큼 힘을 주면...' 하며 천천히 술을 따른다. 이것이 ‘짐작(斟酌)’이다. ‘짐(斟)’은 ‘주저하다’, ‘머뭇거리다’ 는 뜻이다. 따라서 ‘짐작(斟酌)’은 '미리 어림잡는 것'이다. 

무슨 일을 할 때 먼저 속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생각한다.   이것이 작정(酌定)이다.  '작정(酌定)'은 '따르는 술의 양을 정한다'는 뜻에서 유래한다. 

'무작정(無酌定)'은 술을 따르다 보면 잔이 넘치는 것이다. 무성의하고 상대방을 무시하는 무례한 짓이 될 수가 있다. 

오래간 만에 찾아온 벗이라 해도 원래 술을 못하는 사람이라면, 마구잡이로 술을 권하지 말라. 나는 가득 받고, 벗에게는 절반만 따라주는 배려가 필요하다. ‘상대방의 주량을 헤아려 술을 알맞게 따라주는 것’이 바로 '참작(參酌)'이다. 

판사가 피고인의 여러 사정을 고려해서 형량을 정할 때  '정상(情狀)을 참작(參酌)해서 작량(酌量) 감경(減輕)한다'라는 것도 술을 따르는 것에서 유래했다. 술 한 잔에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져 있다.
   
‘끄트머리’는 ‘끝이 되는 부분’과 ‘새로운 일의 실마리’라는 두 가지 뜻이 있다. 어떤 일의 끝을 마무리라고 여기지 않고 새로운 일의 시작을 보여주는 순 우리말이다. 새로운 출발점이다.

‘대학졸업식(Commencement)’이란 영어단어도 상아탑에서 학업을 마쳤으니 이제부터 사회로 나가서 새로운 출발을 하라는 ‘시작하다, 개시하다’는 뜻의 ‘영어단어(Commence)’에서 유래했다. 

우리말과 글 중에서 몇 가지를 골라 알아보았다. 자랑스러운 우리말, 우리 한글을 보석처럼 갈고 다듬자.       

전    대    길
(주)동양EMS 사장, 
국제PEN클럽 한국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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