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아웃소싱업체에 부과되는 장애인고용부담금 이래도 좋은가?
[기획]아웃소싱업체에 부과되는 장애인고용부담금 이래도 좋은가?
  • 손영남 기자
  • 승인 2018.03.12 17: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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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소싱 산업 특수성 이해하지 못하는 책상머리 정책에 불과
미비한 법, 제도 보완, 현실적 제약 철폐가 성공의 관건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2017년 11월 10일 노동부는 '장애인고용 저조' 기관과 기업 539개소의 명단을 공표했다. 연2회에 준해 공표되는 이 명단은 장애인 고용의무 이행을 촉구하기 위해 장애인 고용이 현저히 저조한 기관과 기업을 명시하는 것이다. 

이는 특정업체의 잘못을 비난하기 위함이 아니라 보다 더 많은 기업과 기관이 장애인을 고용할 것을 독려하기 위해 제정된 제도다. 

539개나 되는 기관이 망라된 만큼 명단에 포함된 단체는 다양하다. 국가 및 공공기관, 자치단체. 일반 기업까지가 다양하게 혼재되어 있는 이유다. 

주목할 부분은 이 명단에 상당수 아웃소싱업체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누구보다 장애인 고용 창출에 앞장서고 있는 아웃소싱업계로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물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난받을 요소는 있지만 내막을 이해하고 나면 아웃소싱업계의 억울함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비합리적 제도, 갑의 횡포 사이에 낀 아웃소싱업계의 처지

파견 혹은 도급계약으로 얻게 되는 일정부분의 수수료가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웃소싱 기업에게 일반 기업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많은 업계 종사자들이 이런 주장을 펴고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조금 더 이해가 쉬워진다. 기본적으로 아웃소싱 기업은 인력공급업으로 구분된다. 당연히 근로자가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고용인원에 비해 수익은 턱없이 낮다. 파견의 경우 국내 평균 수수료는 5%이며, 그나마 도급은 3%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의 매출이 근로자 급여로 지출되기 때문에 현금의 유동이 심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원수만으로 일괄 적용해 장애인 고용을 강제하는 것은 아웃소싱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일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장애인 고용을 위해 힘을 쓰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이를 행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 그것.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업체 관계자는 “을의 입장인 우리가 고객사에게 장애인 고용을 강하게 요구하기 어렵다. 마땅한 방법이 없다. 고객사 눈치를 보며 부담금을 낼 수밖에 없는 처지다”라며 아웃소싱업체의 애환을 털어놓기도 했다.

바람직한 방향은 아웃소싱 활용에 대한 인식의 제고가 이뤄져 갑을 관계가 아닌 파트너의 관계로 나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아웃소싱 기업에 대한 지원과 정책개선이 이뤄지고, 파견 및 도급 근로자의 처우개선을 위한 정부의 관심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는 아웃소싱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부분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아웃소싱업체가 겪는 일이기 때문이다. 

대형 아웃소싱 기업의 경우 장애인고용부담금이 수억 원에 이르는 경우가 다반사다. 저조한 수익률을 고려한다면 장애인고용부담금 지출이 힘겹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아웃소싱 업계에서는 장애인고용부담금이 고용의 목적이 아닌 부담금징수가 목적인 것처럼 비춰진다며 고용을 위해서라면 아웃소싱기업과 사용사의 장애인 고용이 일원화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장애인을 고용하면 해당 사업장의 도급기업과 사용기업이 모두 장애인을 고용한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쯤 되고 보면 현 정부의 장애인 고용 관련 시책은 아웃소싱 산업의 특수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정책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지 않을까. 장애인고용 정책의 취지가 장애인 고용 창출이 아니라 부담금 징수처럼 느껴진다는 말도 그래서 일리가 있는 것이다.

▲장애인 고용을 위해 전력을 기울이는 아웃소싱업체
이런 상황에서도 장애인 고용을 위해 전력을 기울이는 아웃소싱업체들이 많다. 정책과 제도의 불합리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장애인 고용에 앞장서고 있는 셈이다.

그중 하나가 제니엘이다. 1996년 설립 이후 국내 아웃소싱 산업을 선도해 온 제니엘은 2017년 4월, 구직이 어려운 장애인과 청년들의 취업 지원에 나섰다. 한국복지대학교와 장애인 고용 창출을 위한 산학협력 MOU를 체결하고 장애인 일자리 창출과 고용 활성화를 위한 협력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선도기업의 책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중이다. 

유통· 판매· 판촉 및 HR아웃 소싱 전문기업인 제일비엠시 역시 이 대열에 줄서 있다. 1998년 건물종합관리 사업을 시작으로 업계에 첫 발을 딛은 제일비엠시는 아웃소싱 기업 최초로 장애인표준사업장을 설립하여 중증장애인들의 일자리 창출과 고용창출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을 실천하고 있는 우수기업이다.

특수경비, 보안검색, 보안장비 제조판매 기업으로 1993년 설립된 ㈜프로에스콤 또한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은 장애인에게 적합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를 지급하는 등 장애인에게 양질의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하는 제도다.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을 충실하게 꾸려나가고 있는 또 다른 회사는 스탭스다. 인재서비스 전문 기업 스탭스는 2010년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유플러스를 설립하고 장애인 고용창출에 모범을 보였다. 유플러스는 현재 컨택센터, 인쇄, 장애인 취업지원센터 등의 업무를 중심으로 차근차근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스탭스 자회사 표준사업장 유플러스 직원들이 업무에 매진하고 있다. 사진 제공 유플러스
스탭스 자회사 표준사업장 유플러스 직원들이 업무에 매진하고 있다. 사진 제공 유플러스

▲장애인 고용에 관한 편견과 실태
아웃소싱 업계로서는 서운한 면이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부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예전에 비해 많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의 장애인들은 부정적인 선입견으로 인한 고용 차별에 시달리고 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또한 장애에 친화적이지 못한 사회 환경이나 장애의 특성으로 인한 제한 등으로 인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경쟁하여 취업하는 일 역시 쉽지 않다.

이런 식의 편견 아닌 편견으로 장애인의 사회적 진출을 막는 것은 복지를 중요한 개념으로 다루는 이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일임이 분명하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여러 정책들을 시행중에 있다. 장애인을 위한 일자리 창출과 안정적 고용 유지를 위해 ‘장애인고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이나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등의 법적 지원은 물론이고 장애인 고용의무제도를 비롯하여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수시로 이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거나 검토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통해 장애인 고용정책의 기반을 구축하고, 장애인 고용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며 사업재원의 확보 등을 통해 장애인 고용률의 지속적인 향상을 꾀하고 있다.

문제는 장애인 고용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적, 제도적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장애인 고용 현황을 살펴보면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잖게 남아있다는 점이다. 점차 개선될 것이란 건 확실하지만 그 속도가 기대치에 못 미치는 것이 못내 아쉽다. 

▲여전히 미약한 민간 기업의 장애인 고용 실태
장애인 고용에 앞장 서는 것은 비단 정부만의 일은 아니다. 민간 기업 역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실정이다. 앞에서 본 것처럼 아웃소싱 업계는 이 부분에  더 책임감을 느끼고 노력하고 있다. 

노동부의 발표에 따르면 2016년 장애인 의무고용 대상 민간기업 27,505개소의 장애인 의무 고용률 평균은 2.56%였다. 민간기업의 근로자 규모별로 장애인 의무 고용률을 살펴보면 10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이 2.99%로 장애인 의무 고용률 2.9%를 상회하였다. 그러나 100인 미만 기업을 제외하고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장애인 고용률이 점차 낮아지는 경향은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이런 현상은 대기업으로 갈수록 심화된다는 게 문제다. 자산규모 10조 이상 26개사를 기준으로 하는 대기업집단의 장애인 고용률이 1.99%로 조사 분야에서 가장 낮은 기록을 보이고 있는 것.

대기업집단의 장애인 고용률을 보면 ‘30대 기업집단’을 기준으로 했던 지난 2012년부터 2015년까지의 평균이 1.89%였고(2012년 1.84%, 2013년 1.90%, 2014년 1.90%, 2015년 1.92%), ‘자산규모 10조 이상 기업’으로 변경된 2016년에는 1.99%였다. 지난 5년간 2%를 한 번도 넘지 못했다. (고용노동부 장애인 고용계획 및 실시상황 2017 보고자료)

장애인 고용률이 낮은 이유에 대해서 대기업들은 ‘장애인 적합 직무 부족’, ‘능력 있는 장애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대기업들의 장애인 고용에 대한 의지부족과 장애인에 대한 인식 부족이 주된 이유라고 주장한다.

이유가 무엇이든지 2016년 국가와 지자체 공무원 장애인 고용비율은 2.81%, 공공기관은 2.96%, 민간기업은 2.56%로 지속적인 상승추세에 있는 것과 비교해보면 턱 없이 낮은 대기업의 장애인 고용률은 비판을 받기에 충분해 보인다.

매해 소폭의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은 수치를 통해 드러나고 있지만 절대적 기준으로 본다면 여전히 장애인 고용이 미흡한 것만은 사실이다. 기업들로서도 할 말이 없진 않겠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관점에서 본다면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를 통해 개선해야 한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하겠다. 

물론 그를 위해 수반되어야 할 요소는 많다. 중요한 것은 아웃소싱업계에서는 현실적인 제약과 불합리한 제도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고용 창출이라는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좀 더 많은 아웃소싱기업들의 장애인 고용 창출을 유도하려면 근본적으로 현실에 부합하는 제도와 지원책이 반드시 보강되어야 한다. 학계나 업계에서 아웃소싱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한 현실적인 방향으로의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경희대학교 이대성 교수는 "정부의 정책은 기업과 노동 현장을 모두 아우르는 기준으로 수립되어야 하는데 정부가 노동계의 눈치를 더 많이 보다보니 아웃소싱 기업일이라고 하면 일단 제켜놓고 보는 경향이 있다"며 "아웃소싱 기업들의 일자리 창출능력을 감안한 공평한 장애인고용부담금 제도 수정이 필요한 때"라며 제도 개선을 주장했다.

이인삼각 경기는 누구 하나가 앞선다고 이길 수 있는 게임이 아니다. 두 사람이 함께 보폭을 맞추고 걸어갈 때라야 비로소 결승 테이프를 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모쪼록 민관이 함께 발을 맞춰 장애인 고용 창출이라는 과제를 훌륭히 달성할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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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창우 2018-03-13 10:24:53
좋은 기사에 감사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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