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경비노동자 대량해고 없었지만 불안한 일자리 우려는 지속
[분석]경비노동자 대량해고 없었지만 불안한 일자리 우려는 지속
  • 손영남 기자
  • 승인 2018.03.14 0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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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아파트 171개 단지 305명 해고돼...'경비노동자 고용현황' 전수조사 분석
경비노동자 한 목소리, "임금인상보다 더 중요한 건 고용 안정"

 

격무와 박봉에 시달리는 경비노동자들. 그래도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받지는 못하는 게 현실이다.
격무와 박봉에 시달리는 경비노동자들. 그럼에도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받지는 못하는 게 현실이다.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최저 임금 인상 여파에 따른 경비노동자들의 대량해고는 없었지만 여전히 불안한 일자리에 대한 우려는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가  '아파트 경비노동자 고용현황' 전수조사 결과, 올해 서울시내 아파트 171개 단지에서 305명의 경비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13일 밝혔다.

조사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전인 2017년 8월 2만 4214명이었던 경비노동자는 최저임금 인상이 이뤄진 1월 현재 2만 3909명으로 305명이 감소했는데 이는 1%를 약간 웃도는 수치다. 특히 개별 단지당 감소인원은 지난해 7.46명에서 올해 7.37명으로 파악돼 거의 변동이 없었다. 

경비노동자는 최저임금 수준의 시급을 받는 취약계층인 탓에 그 어떤 집단보다 최저임금 인상에 즉각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예측이 잘못됨을 보여주는 수치다.

최저임금 인상 후 적용된 경비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지난해 161만6000원에서 올해 175만1000원으로 13만5000원 증가했다. 

약간의 변수는 있겠지만 종합적으로 판단해보면 최저 임금 인상이 직접적인 해고의 원인으로 작용하지 않았다.

최저임금 인상 후 해고보다는 근무시간 조정이나 일자리안정자금 신청을 통해 고용을 유지하고 있음이 이번 조사를 통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근로복지공단 집계에 따르면 1인당 13만원까지 최저임금 인상분 일부를 지원하는 일자리 안정자금을 신청한 아파트 단지는 3월 25일 기준 2852건이었다. 서울시내 전체 4256단지 중 67.0%가 일자리 안정자금을 신청한 꼴이다.

▲납땜식 처방보다는 구조적 모순 잡는 노력 필요
이를 두고 서울시는 상당수 아파트 단지에서 대량해고가 발생하지 않은 배경으로 정부의 일자리 안정자금을 첫손에 꼽았지만 그건  단편적인 해석일 뿐이다. 

정부가 언제까지 이 같은 지원을 해 준다고 장담할 수도 없고, 설령 그렇다고 해도 공동주택에 근무하는 경비원들의 경우 대부분이 고령이고 보니 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급여 인상보다는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일자리, 즉 안정적인 고용 보장이기 때문이다. 

경비노동자는 극히 불안정적인 고용 형태를 지니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도 드러났지만 71.8%의 경비노동자가 외주형태의 계약을 체결하고 있을 만큼 취약한 고용 구조에 시달리고 있다. 사실 이 수치조차도 하향 조정된 느낌이 없지는 않다.

서울노동권익센터가 2015년 12월 발표한 ‘아파트 노동자 지원방안 연구’에 따르면 서울지역 아파트 중 관리회사에 위탁 관리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곳이 85.9%로 나타났다. 시간이 흘러 어느 정도 개선이 됐음을 감안한다 해도 여전히 아파트 경비원들은 용역 회사 소속인 경우가 대부분인 탓이다. 

또 자치관리라 하더라도 경비, 미화 업무를 용역회사에 하도급 주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에 간접고용 비율이 최대 90%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도 있다. 서울시내 아파트 경비원 대부분이 간접고용 상태라는 이야기다.

이렇듯 위탁관리 업체를 통해 간접 고용되다 보니 경비원들의 고용상태는 상당히 불안한 게 사실이다. 조사에서 관리업체가 교체될 때 경비원 대다수가 재고용된다는 응답은 51.2%로 나타났고, 전원이 재고용된다는 응답은 25.9%였다. 

반면 대다수가 계약 해지된다는 응답은 17.1%, 전원 계약해지는 5.8%에 달했다. 용역업체가 변경될 경우 경비원 대다수 또는 전원이 계약 해지되는 경우가 22.9%나 되는 것이다.

경비원들의 고용안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위탁계약 기간도 상당히 짧은 편이었다. 아파트 관리업무를 위탁해서 관리하는 경우 위탁계약기간은 평균 1.3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비원들은 약 1년을 주기로 상당한 고용불안에 놓여 있는 셈이다.

경비노동자가 현재 용역회사에 소속된 기간은 평균 31.2개월(2년 7개월)이었으며, 같은 아파트에서 평균 1.72개의 위탁관리 회사를 거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종합하면 대다수 아파트들은 평균 1~2년을 주기로 위탁관리회사를 교체하고 있으며, 위탁관리회사가 변경되더라도 경비원들은 1~2개의 회사를 거치면서 기존 아파트에 계속 근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5명 중 1명의 경비원들은 계약이 해지되고 있다. 실제로 경비업무 중 가장 힘든 점을 물은 질문에 상당수 경비원들은 고용불안을 꼽았을 정도다.

노동자들에게 있어 임금 인상이란 일에 매진할 수 있게 만드는 주요한 동력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받는 일일 것이다. 입지가 불안한 경비노동자들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물론 여기서 대량 해고 사태를 방지한 정부의 노력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다. 오히려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 분명하니까.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지는 않나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모쪼록 이 우려가 기우에 그치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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