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근로시간 52시간 단축되면 비정규직 월급 40만3천원 감소
[분석] 근로시간 52시간 단축되면 비정규직 월급 40만3천원 감소
  • 손영남 기자
  • 승인 2018.03.14 10: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7.3% 감소...37만원 줄어드는 정규직보다 감소폭 더 커
국회예산정책처 '연장근로시간 제한의 임금 및 고용에 대한 효과 분석' 보고서 추산
초과 근무 금지에 따른 임금 감소폭이 정규직에 비해 비정규직이 더 큰 것으로 드러났다.
초과 근무 금지에 따른 임금 감소폭이 정규직에 비해 비정규직이 더 큰 것으로 드러났다.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주당 법정 근로시간 52시간 초과 금지로 인한 임금 감소폭이 정규직에 비해 비정규직이 더 크고, 그중에서도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가장 많은 불이익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국회예산정책처는 13일 ‘연장근로시간 제한의 임금 및 고용에 대한 효과 분석’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근로자들의 초과 근로시간 감소로 인해 수당이 줄어들게 되고 이로 인해 월급이 평균 37만7000원 가량 감소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전체 근로자의 평균치가 이렇다는 뜻이다. 용역 근로자를 비롯한 비정규직의 경우는 더 심각하기 때문이다. 

보고서가 밝힌 비정규직 임금 감소폭은 17.3%에 달할 걸로 예상됐는데 이는 정규직의 임금 감소폭 11.5%보다 6% 포인트 더 높은 것이다. 액수로만 따져도 40만3000원 정도 감소할 것이라고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이는 정규직에 비해 잔업 의존도가 더 높은 비정규직의 특성 탓에 진작부터 예상됐던 일이다. 상세 내역을 살펴보면 비정규직 중에서도 용역이 40만1000원(22.1%)으로 감소폭이 가장 컸고 한시적 근로자 39만7000원(20.5%), 기간제 41만1000원(16.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기본적으로 정규직에 비해 월급이 적을 수밖에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더 큰 타격을 입게 되는 셈이다. 예산정책처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 양자가 적극적인 대안 마련에 나설 것을 당부했다. 

일단 정부는 각 기업에서 월급이 줄어드는 근로자들에게 기존 월급의 90% 선까지 보장해 줄 것을 독려하고 있다. 

이럴 경우 근로자 1인당 보전 받을 금액은 평균 11만5000원으로 추정됐다. 근로 형태별로 1인당 평균 보전액은 기간제(17만1698원), 정규직(11만4647원), 파견(6만6667원) 등 순이었다. 초과 근로시간과 임금 수준에 따라 보전해줘야 할 금액이 달랐다. 

보전액을 모두 합치면 매월 1094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계산됐다. 연간 기준으로는 1조3000억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됐다. 

▲약자일수록 더 큰 충격 감내해야 하는 부조리함
익히 아는 것처럼 이번 근로시간 단축의 기본적인 취지는 근로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의 장시간 근로는 이미 국제적으로 알려진 사실이고, 이로 인해 야기되는 저생산성, 장시간 근로의 관행을 깨뜨리고자 1996년 주 48시간에서 44시간으로, 2004년 주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법정근로시간을 단축한 것 역시 이런 취지에서 이뤄진 작업이었다.

또한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대체 고용 증가라는 부수적인 효과를 취득하기 위한 목적도 무시할 수는 없다. 보고서는 이번 조치로 적게는 12만 5000명에서부터 많게는 16만명 가까이 대체 고용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았다. 

산업계 전체적으로 부족해질 근로시간이 647만5000시간인데, 이를 채우려면 최대 16만명의 추가 고용이 필요하다고 계산한 것이다.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여기에서도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희비가 엇갈린다.

보고서에 따르면 비정규직 5만개, 정규직 11만4000개가 새로 창출된다는 것. 그조차도 확정적인 것은 아니다. 사업주가 노동자들의 근로시간 단축을 자동화 설비 등으로 보완하게 되면 그 숫자는 훨씬 감소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큰 틀에서 보면 이번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여파는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에 더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300인 이상 기업 근로자는 월 급여가 7.9% 감소하는 반면, 30~299인과 5~29인 기업 근로자의 경우 각각 12.3%, 12.6% 감소했다는 수치가 이를 증명한다. 

보고서에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이를 통해 드러난 명확한 사실이 있다. 

근로시간 단축이 삶의 질을 증가시키고 고용 증가 효과를 유발할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처우에 있는 근로자들의 임금을 더 떨어뜨리게 하는 결과를 도출해낼 것이라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안 그래도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이번 보고서가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실질 소득 감소라는 1차적인 피해도 그렇지만 정규직보다 더 큰 폭의 임금 감소를 받아들여한다는 게 더 문제다.

정책 변화에 따른 충격을 감내하는 것이 왜 꼭 노동자의 몫이 되어야 하는 걸까. 이래저래 비정규직은 서럽고 힘들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