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막고 입구만 여는 일자리 정책, 고용유연성 해친다
출구 막고 입구만 여는 일자리 정책, 고용유연성 해친다
  • 이윤희 기자
  • 승인 2018.03.16 17: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용 비용 일부 지원 정책은 탁상행정...장기적 고용창출 방안 필요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해가 갈수록 실업률은 높아지고 청년취업 문제는 악화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내세우는 답안들은 지극히 간단했다. 즉,고용안정과 신규 일자리 창출이 그것이다. 문제는 그게 너무나도 간단했다는 것. 과연 이런 식의 해법이 올바른 것인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그동안 고용안정을 위해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 최저임금 상향, 근로시간 단축 등 각종 법안과 제도들을 정비했고 하나 둘 성과물을 토해냈다. 

반면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가 내세운 법안은 고용창출장려금 지원 확대와 창업 및 우수기업에 포상금을 지급하는 정도에서 그쳤다.

이는 정부가 고용안정을 위해 인건비상승 등 기업부담을 가중시키고선 기업들에게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과 같다.

당장 기업이 필요한 것은 고용 유연성을 보장하는 제도 개선과 법안 개정인데 정부 정책이 인력 고용 시 소요되는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것에 치중하기 때문에 기업입장에선 장기적인 측면을 고려했을 때 선뜻 신규인력을 창출하는 일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고용안정성이 높을수록 해고와 이에 따른 부수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선 신규 직원채용을 꺼리게 된다.

이는 새롭게 노동시장에 진입해야 하는 청년들에겐 더욱 악재가 된다. 기업이 채용할 수 있는 인력은 무한하지 않기 때문에 신규 인력을 채용할 시 기존 인력의 이직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의 정책은 승차 인원이 정해진 버스의 입구만 열어두고 출구를 막아둔 격이다.

문제는 현시점에서 근로자를 해고하는 일이 새로운 직원을 채용하는 것보다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청년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하고자 할 때 기업들은 정원초과라며 문을 닫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역대 최고치인 9.9%를 기록했다. 같은 맥락에서 취업뿐 아니라 기존 근로자들의 이직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재계에선 20년간 묵혀온 파견법 개정 등 비정규직 활성화를 요구하고 있으나 "파견법 개정은 비정규직 양산법이며 저임금으로 인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가중될 것"이라는 노동계의 반대 입장에 부딪혀 번번이 무산되고 있다.

무엇보다 고용의 유연성이 확보되지 못한 채 개정이 지지부진 미뤄지고 있는 파견법은 취약계층의 발목을 잡는 족쇄로 작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일본과 독일의 경우 일부 업종만 파견을 제한하는 네거티브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비해 우리나라 파견법은 20년째 포지티브 방식을 고수하며 32개 업종에서만 파견이 가능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그 업무들은 주유나 청소 등 임금이 낮을 수밖에 없는 단순 노동이 대부분이고 고임금을 받을 수 있는 직종의 파견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임금이 낮은 단순노무 업무에 비해 고임금 업무의 고용시장은 경직화된 채 수십 년 째 바뀌지 않고 있어 고임금 시장으로의 진입 자체가 사실상 봉쇄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취약계층을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개설된 비정규직보호법은 오히려 저임금 시장의 경직화까지 불러오고 있다. 

지난 8일 한경연이 발표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비정규직 권익 보장을 위한 '비정규직보호법'도입 이후 실제 청년, 저소득, 여성가구의 취업확률이 각각 7.3%p, 8.5%p, 6.4%p 로 낮아졌다.

비정규직을 제한하면 정규직 일자리가 확대돼서 취약계층도 그에 따른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실제 정규직 취업률의 유의미한 변화는 없었다. 오히려 취약계층이 주 근로자였던 비정규직의 규모만 축소된 탓에 취약계층의 실업률만 높아졌을 뿐이다.

이는 고임금, 정규직 고용시장이 고착되어 있는 상태에서 노동인력의 유동을 고려하지 않고 비정규직만을 규제한 것에서 비롯된 결과로 해석된다.

즉, 지금과 같이 고용시장의 유연성이 확보되지 않은 채 기존 고용시장의 안정만 추구한다면 현재의 저임금 근로자가 고임금 근로자가 될 가능성은 낮아지고 새롭게 창출된 신규 인력은 적어지게 될 것이다.

정부가 당장의 가시적인 성과를 위해 고용 안정 위주 법안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입법된 법안들이 가져올 부작용을 집중 분석하고 그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함과 동시에 고용시장 경직화를 해소할 수 있는 장기적 대안을 마련해야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