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많은 회사는 문제 많은 회사다
회의 많은 회사는 문제 많은 회사다
  • 손영남 기자
  • 승인 2018.03.16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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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수많은 일자리 대책,과연 제대로 된 회의는 한 것일까?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월요일 아침 주간 회의. 화요일 저녁 대책 회의. 수요일 저녁 기획 회의.... 

무역 회사에 다니는 김대리의 다이어리는 하루가 멀다 하고 열리는 회의를 표시해 놓은 탓에 가을 단풍처럼 붉게 물들어 간다. 

최근 들어 부진의 늪에 빠진 수출 시장을 재건하라는 대표 이사의 질책 이후 관련 대책을 논의하고 돌파구를 찾기 위해 애쓰다 보니 자연스레 예전보다 회의 횟수가 늘어난 것이다. 처음 한두 번이야 아이디어도 내고 열정적으로 부딪쳤지만 횟수가 잦아지니 딱히 할 말도 없는 처지다.

더 큰 문제는 아무리 회의를 해봐도 딱히 돌파구를 찾기 힘들다는 것. 서서히 직원들 사이에서 이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안다. 그래도 회의는 계속될 것이란 걸. 아마 지금의 불황이 타개되기 전까지 회의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직장인에게 회의란 긍정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해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스트레스를 부르는 일이기도 하다. 직장인 70%가 회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설문조사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부분인 것도 그래서다. 

오죽하면 회의 많은 회사치고 잘 되는 회사 못 봤다는 말이 나올까. 

요즘 정부 관련 기사를 보다보면 저절로 이 회사가 오버랩된다. 특단의 대책 운운하는 발표가 너무도 잦아진 까닭이다. 수많은 언론 앞에서 발표되는 그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회의가 열리고 닫혔을까. 보도된 것만 해도 차고 넘치는데 미처 보도되지 않은 회의들은 그보다 훨씬 많았을 게 분명하다. 

가장 최근 발표를 보자. 3월 15일 정부는 청년일자리 대책 보고대회 겸 제5차 일자리위원회 회의를 열고 청년 일자리 창출에 관한 방안을 내놓았다. 주된 골자는 중소기업 취업을 유도하기 위해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임금차만큼의 금액을 정부가 지원한다는 것, 그리고 올해 공공기관 채용규모를 2만 8000명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헤드라인만 놓고 보면 쌍수를 들어 환영해야 옳다. 그런데 자세히 보다보면 어디선가 본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기시감이랄까.

이와 비슷한 내용을 우리는 종종 봐왔다. 사골을 우리고 또 우린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너무 심한 말일까. 정부 회의실이 곰탕집 주방도 아닌데 왜 이렇게 계속 우려내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국민들은 새로운 레시피를 원한다.

문제는 또 있다. 근본적인 개선책 대신 손쉬운 처방만 내어놓는다는 점이 그것이다.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공공기관 채용규모 확대만 봐도 알 수 있다. 자신들의 의지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공공부문 채용을 확대하는 일은 약간의 성가심만 감수한다면 언제든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정부가 수시로 일자리 대책을 발표해야만 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지를 되짚어보자. 간단하다.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일자리의 대부분은 공공기관이 아니라 민간 기업에 해당되는 일이다.

그렇다면 답은 명확하다. 민간 기업에서 지금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뜻이다. 이 간단한 사실을 정부가 모를 리 없다. 

통계청이 최근 내놓은 '2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취업자는 2608만 3000명으로 지난해 2월보다 10만4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종에서 일자리가 줄었다는 것이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는 부분이다.

9만 2000명이 감소한 도·소매업종 취업자, 아파트 경비원 등이 포함된 사업시설관리·지원업종과 숙박·음식점업 취업자는 각각 3만1000명, 2만2000명이 줄었다. 타 업종의 사정도 좋을 건 없지만 가장 취약한 계층에서의 감소세는 특히 더 쓰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 계층의 사람들에게 일자리는 곧 생명줄이나 마찬가지인 탓이다. 

현 정부 출범 후 대통령이 내린 첫 번째 업무 지시는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의 구성이었다. 후보시절 1호 공약이었던 ‘일자리 창출’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였다. ‘대통령 직속’이라는 말 그대로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고 회의도 직접 주재하겠다고 밝힐 만큼 강력한 의지를 내비친 게 사실이다.

그 의지만큼의 결실이 있었냐고 묻는다면 즉답은 못하겠다. 

물론 지금도 그 의지가 꺾인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 그랬다면 그에 관한 숱한 회의는 아예 열리지도 않았을 테니까. 회의가 잦은 것은 좋다. 문제는 그에 걸맞은 결과가 도출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많은 회의를 하고서도 근본적인 개선책이 나오지 않았다면  이유는 둘 중 하나다. 회의 참석자들의 능력이 부족하거나 혹은 그럴 의지가 없었다는 것. 어떤 이유로 그랬는지 단정 지을 순 없지만 그래도 후자는 아니었으면 한다. 의지는 있으되 능력이 부족해서라고 말하는 게 그나마 덜 슬플 것 같기 때문이다. 

회의 많은 회사치고 잘 된 회사 못 봤다는 말이 모쪼록 이 정부에서만은 통용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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