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오늘은 맑음 내일은 글쎄... 국내 금융권 IT 아웃소싱 전망도
[분석] 오늘은 맑음 내일은 글쎄... 국내 금융권 IT 아웃소싱 전망도
  • 손영남 기자
  • 승인 2018.03.21 09:0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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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내부 역량 강화 나서는 금융사들 늘지만 아직은 경쟁력 유지
중소형 금융사 경우 양질의 IT 아웃소싱 외에는 돌파구 없어
금융사들의 IT 아웃소싱 의존도는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자체 IT내부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금융사들.
현실은 여전히 IT 아웃소싱에 기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점진적인 개편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단시일 내에 지금의 시장 구조를 바꾸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2018년 금융권 IT 아웃소싱 시장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이와 같다. 

여타 산업군에서의 움직임과 마찬가지로 금융권 IT 아웃소싱 지각 판도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 아웃소싱에서 인소싱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그것이다. 이에 따라 IT 아웃소싱 업계 측은 촉각을 곤두세운 상태지만 커다란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장기간에 걸쳐 형성된 구조인 만큼 쉽사리 손댈 수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올 한해 금융권에서의 IT 아웃소싱이 어떻게 변모할 지를 되짚어본다.

▲ 직원 줄어드는 와중에도 IT 아웃소싱 비중 커져 

금융감독원은 3월 9일, ‘2018년도 IT·핀테크 부문 감독검사 업무설명회’를 개최하고 주요 감독방향을 소개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밝힌 것 중 하나가 금융기관들의 IT 아웃소싱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는 것이었다.

최근 금융사 자체적으로는 보안이 강화됐지만 IT 아웃소싱 과정에서 외주업체와 관련된 사고가 많이 나는 만큼 이 부분을 한층 더 깐깐하게 보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이는 IT 아웃소싱업체에게 극한의 전문성을 갖추라고 요구한 것에 다름 아니다. 업체로서는 IT 아웃소싱의 저변을 넓히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에 앞서 그만큼의 역량을 갖춰야 함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이 부분에 관한 언급이 다시는 없어야 하는 것, 그게 올 한해 IT 아웃소싱업계의 당면 과제가 될 것이다. 

암울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바꿔 말하면 그만큼 많은 금융기관들이 IT 아웃소싱을 활용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IT 아웃소싱을 활용하지 않는 금융기관은 없다.

2017년 7월 한국은행 산하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가 내놓은 ‘2016년도 금융정보화 추진현황’을 보면 금융권 임직원은 줄어도 정보 보호 관련 인력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말 기준으로 금융권 종사자는 23만 2621명으로 2015년 말(23만5471명) 대비 1.2% 감소했다. 비대면 거래 증가에 따라 은행 등이 점포를 줄이는 구조조정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내부 정보기술(IT) 인력도 9191명에서 9182명으로 0.4% 감소했다. 2011년 첫 발표 이후 줄곧 증가세를 보이던 IT 인력 감소세 전환은 6년 만의 일이다. 반면 IT 인력의 아웃소싱 비중은 커지고 있다. 2016년 말 IT 인력 아웃소싱 비중은 57.4%로 전년(56.3%)보다 1.1% 포인트 늘었다.

금융기관들의 자체 IT 역량 강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IT 아웃소싱 비중이 는다는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답은 하나다. 그게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IT 아웃소싱을 대하는 금융권의 시각을 읽을 수 있는 장면이다. 

부문별로는 신용카드사의 아웃소싱 비중이 68.7%로 가장 높았다. 보험사(65.8%), 금융투자업(52.7%), 은행(48.8%)이 그 뒤를 이었다. 모든 금융기관들이 IT 활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조금 더 자세하게 살펴보자. 같은 기간 한국은행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카드사와 보험사에서 근무하는 IT관련부서 인원 10명 중 8~9명이 외부에서 전산업무를 위탁받은 아웃소싱 업체 직원으로 드러났다. 보험사에서 근무하는 IT 인력 중 내부직원은 12.9%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이중 전산업무의 일부를 위탁받은 부분 아웃소싱은 52.7%로 절반이 훌쩍 넘었고, 전산업무 전반을 위탁받은 전체 아웃소싱도 34.3%에 달했다. 

카드사 역시 외주 의존도가 높았다. 카드사에서 근무하는 전체 IT 인력의 80.6%는 전체 혹은 부분적으로 업무를 외부업체에 맡겨 수행토록 하는 아웃소싱 인력이다. 자체인력으로 IT업무를 수행하는 경우는 38.8%에 그쳤을 정도로 아웃소싱 의존도가 높다.

담당 실무자들은 아웃소싱 업체들은 IT관련 업무만 전담하는 팀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소요되는 인건비 대비 업무효율이 높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이 있다. 대외적으로는 금융기관들이 내부 IT 역량 강화에 치중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아웃소싱에 기대고 있다는 것이다. IT 아웃소싱의 오늘 날씨는 맑음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가 바로 이것이다.

▲ 자체 IT 역량 확보에 팔 걷어붙인 금융기관들
앞으로도 이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확언할 수는 없다. IT 기술의 중요성을 확인한 각 금융사들이 자체적으로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외부 IT업체에 의존하지 않고 금융회사의 자체 IT 역량을 스스로 확보하려는 현상이 그것이다. 

자체 인력 활용으로 전산시스템 구축에 성공한 KEB하나은행의 사례는 지극히 이례적인 케이스다.
자체 인력 활용으로 전산시스템 구축에 성공한
KEB하나은행의 사례는 지극히 이례적인 케이스다.

2016년 KEB하나은행은 '글로벌 전산시스템'(국외전산시스템) 교체를 진행했는데 이때 내부 인력 활용만으로 과제를 완수해 업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일반적인 전산통합 프로젝트는 시스템통합(SI)업체 등 외부 사업자와 아웃소싱 계약을 맺고 이를 통해 전체적인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하나은행은 그 프로젝트를 관계사인 ‘하나아이앤에스’ 주도로 은행 내부 현업 인력들의 협력으로만 진행했다. 

물론 이는 예외적인 케이스에 가깝지만 이런 바람이 금융업계에 불고 있다는 것만은 자명하다. 금융기관들이 독자적인 IT 역량을 갖추지 못했을 경우, 그 리스크가 매우 커질 수도 있다는 것이 여러 사례를 통해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기관들이 자체 IT 역량 확보에 나선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일단 내부 IT 인력이 아웃소싱 업체 인력에 비해 조직의 전략적 현안을 이해하고 해결하는데 유리하다는 것이다.

또 잊을 만하면 터지는 금융사의 보안사고 역시 이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내부조직원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조직에 대한 로열티가 부족해 각종 보안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개연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IT 아웃소싱 인력의 확대는 금융사 자체 IT 인력들의 의욕상실 및 그로 인한 조직의 IT 역량 및 전문성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외주인력 활용이 커지면 상대적으로 신규 자체 IT 인력 충원이 이뤄지지 않아 IT 인력 고령화를 초래하고 핵심 기술을 보유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기관들이 스스로 독자적인 IT 역량을 지녀야 한다고 주장하는 근거가 바로 이것이다. 

그에 관한 징조들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한국 IBM의 케이스다.

한국 IBM은 한때 국내 IT 아웃소싱의 절대적 지배자로 군림했지만 지금은 종이호랑이라는 조롱을 받고 있을 정도로 그 세가 감소했다. 아직도 한국투자증권, KB 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거대고객을 유치하고는 있지만 미래를 장담할 수는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중론이다. 

물론 한국 IBM과의 계약을 끝낸다 해도 다른 업체들과 IT 아웃소싱 계약을 맺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조차도 한시적인 계약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회사 입장에서 보면 계약 기간과 액수에 대한 부담을 떨쳐버릴 수 없는 까닭이다. 

▲ 해외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국내 IT 아웃소싱 시장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국내 금융기관들이 IT 투자에 적극적인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냉정하게 보면 그건 사실이 아니다. 

금융감독원의 전자금융감독규정은 금융회사의 경우 IT 인력과 예산 비중이 각각 5%, 7% 이상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물론 이 기준은 내부 인력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아웃소싱 인력까지 합산한 규정이 그렇다는 말이다. 이 규정 탓에 현재 금융기관들의 IT 인력 비중은 이를 상회하고 있다. 

그래봐야 그 선을 약간 상회하고 있을 뿐이다. 여전히 법이 요구하는 선에서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전자금융감독규정의 강화된 개정으로 금융회사 소속의 임직원 대비 IT 직원 비율을 5% 이상으로 강제하지 않았다면 이 수치조차도 유지되지 않았을 것이란 의미다.  

이를 보면 알 수 있듯, 여전히 국내 금융기관들은 내부 인력 양성보다는 IT 아웃소싱에 기대고 있다. 아웃소싱 업계 입장에서 보면 한숨 돌릴 일이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마냥 행복해할 수도 없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조속한 시일 내에 대형 금융사들은 내부 인력을 활용한 IT 역량 강화에 나설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해외 금융사들의 행보가 이를 증명한다. 

최근 들어 해외 금융기관들은 금융사가 아니라 IT 회사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IT 내부인력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해외 금융기관들은 IT회사를 방불케 할 정도로 관련 인재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해외 금융기관들은 IT회사를 방불케 할 정도로 관련 인재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근래 들어 160개의 IT 회사를 인수하며 관련 투자를 늘리고 있는데 전체 인력 3만 6천명 가운데 IT 인력만 30%에 달한다.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시티그룹  등도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ICT를 중심으로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핀테크 산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아시아 금융투자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금융 분야 채용정보 업체 옵션스 그룹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상품 공급을 강화하고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전문 투자인력보다 기술 전문가 채용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을 정도다.

국내 금융기관들이 이를 주시하고 있음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조만간 이와 관련된 움직임이 포착될 것이란 건 삼척동자도 알 일이다. 

▲ 누구보다 더 전문성 갖춰야 할 IT 아웃소싱
궁극적으로 보면 이런 식의 대규모 투자가 합당하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이는 없을 것이다. 자체적인 능력 배양은 곧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따르는 현실적인 문제들, 즉 비용이나 회사 구조 변화에 따른 파장 등을 고려하면 이런 투자가 가능한 곳은 몇몇 대형 금융사들에 한정된다. 

IT 역량을 가지고 있지 않거나, 경쟁력 있는 IT 역량을 확보하기에는 너무 많은 비용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중소형 금융회사들의 경우에는 현실적으로 의미 없는 얘기라는 뜻이다. 

우려스러운 건 이런 현상이 심화되면 종국에는 극단적인 IT 능력치의 양극화가 발생될 것이란 점이다. IT 능력치의 양극화는 결국 금융서비스 품질의 격차, 궁극적으로 경쟁력의 양극화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그 피해를 받는 것은 당연히 상품 구매자, 즉 금융기관을 이용하는 일반인들이다. 

따라서 자체적으로 IT 역량을 갖는 일은 언젠가는 시도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현재 여건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대안은 하나다.

현재로서 중소형 금융회사들에게는 양질의 IT 아웃소싱 외에는 돌파구가 없다. 비용 대비 최고의 효율을 자랑하는 IT 아웃소싱의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IT 아웃소싱업체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 나아진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시대의 변화를 잘 읽고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등 IT 아웃소싱업체들도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반갑기 그지없다. 앞으로도 그런 식의 노력이 이어져야 함은 물론이다. 

이제 더 이상 아웃소싱 고객사들의 관심사는 규모와 가격에 있지 않다. 그보다는 민첩성, 유연성, 업종에 대한 이해와 접목, 신속한 대응, 신뢰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격류에 떠내려가지 않으려면 누구보다 더 전문적이어야 한다. IT 아웃소싱업체들 모두가 이 점을 명심하고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할 것이다. 

오늘의 맑음이 내일까지 이어지리란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 언젠가는 비 내리는 날이 올 것이다. 비고 오고 나서야 부랴부랴 우산을 준비하는 어리석음을 보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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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쟁이 2018-06-10 17:43:32
아웃소싱이 효과적인건 돈을 덜 주고도 똑같은 일을 시킬 수가 있고,
SM계약하나 해주면 그 인력들이 프로젝트성 업무까지 다 해주기 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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