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이지안이 다니는 파견업체는 '뽀찌'나 뜯어먹는 회사?
[취재수첩] 이지안이 다니는 파견업체는 '뽀찌'나 뜯어먹는 회사?
  • 이윤희 기자
  • 승인 2018.04.20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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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속 HR아웃소싱 부정적 이미지 개선 필요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파견회사인데 사람 모아서 보내주고, 그냥 가만히 중간에 앉아서 뽀찌 뜯어 먹는건데... 저희가 먹는 파견직이 100명이 넘어요. 가라로 해주는 인원도 꽤 되고요”

최근 방영중인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 등장하는 윤상무의 대사다. SNS·대중매체 등 미디어가 산업의 판로를 결정 짓는데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미디어 시대’, 애석하게도 드라마 속에서 HR아웃소싱 업체는 여전히 ‘나쁜 회사’, ‘비도덕한 기업’의 이미지를 대표하고 있다.

드라마 속에서 파견업체는 사람을 모아서 대기업에 보내고, 인건비 수수료나 받아낼 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기업, 파견 수주를 지속적으로 따내기 위해 비도덕한 불법 자금도 서슴없이 보내는 기업으로 묘사된다. (극중 윤상무가 대치관계 직원을 해고하기 위해 불법 뇌물을 보내도록 지시한 곳이 파견업체였다.)

또한 파견직과 파견업체는 '슈퍼 을'로 나타난다. 드라마에서 파견업체는 수주를 확보하기 위해 ‘갑’인 기업 상무의 말에 허리를 굽히고, 파견직 종사자 이지안은 기업 내 부장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계약해지될 수 있는 위치다. 드라마 주인공 이지안의 불우함을 극대화 시키기 위한 장치 중 하나로 파견업을 사용한 것.
  
파견직에 대한 인식은 극 중 김대리의 대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김대리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파견직 종사자 이지안을 향해 “야 너 뭐 믿고 배짱이냐? 뭐 믿고 파견직이 정규직에게 갑질이냐고!”라고 소리치는 장면이다.

파견직 근로자에 대한 인식이 여실히 드러난 대목이다. ‘파견직’은 감히 정규직에게 함부로 할 수 없는 최말단 직원이라는 셈. 이같은 드라마 속 장면들은 HR아웃소싱, 파견업체, 파견근로자를  불법산업, 악덕기업, 불우한 이미지로 생산하고 있다.

물론 국내에서 파견직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차별은 실제한다. 이에 대해 파견직 근로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지속되어 왔으며 HR아웃소싱 산업 종사자들도 이러한 문제점들을 인식, 자격증을 소지하거나 업계 경력이 오래된 전문화 인력으로 잡매니저를 구성하는 등 자정적 노력을 강구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HR아웃소싱 산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둡기만하다. 오히려 미디어로 인해 HR아웃소싱 산업이 비도덕 산업으로 매도된 이미지가 생산되기도 한다. HR아웃소싱 산업이 국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며, 다수 기업이 파견법과 근로기준법을 준수하여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에도 말이다.

독일, 미국 등 해외에서는 아웃소싱이 노동시장의 핵심으로 여겨지는 반면 국내에서 파견업체는 여전히 불법 업체로 알고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는 정규직 외에는 모두 해악한 고용으로 보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근로자의 권리와 합당한 임금을 보장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대한민국의 모든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비현실적인 작업이 아니다. 근로형태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각각의 근로형태에 맞는 법률과 안전망을 재정비하는 것이 근로자를 보호하는 일이다.

그러나 드라마·영화처럼 대중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 매체에서 HR아웃소싱과 파견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만이 지속적으로 생산된다면, 국내 인식 변화는 더 늦춰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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