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주의 CEO 메시지] 마음을 통하는 지음(知音)
[박인주의 CEO 메시지] 마음을 통하는 지음(知音)
  • 편집국
  • 승인 2018.04.24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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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음이란, 말 없어도 속마음까지 다 이해하는 벗을 뜻하는 말
제니엘 그룹 박인주 회장
제니엘 그룹 박인주 회장

혹시 나이를 먹을수록 하기 어려운 일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아십니까?

그 첫 번째는 바로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잃을 것이 많아 사랑을 위해 다른 것을 희생하기 어려워지고, 새로운 사람을 사랑하기가 더 어려워진다고 합니다.

둘째는 어디론가 훌쩍 떠나는 것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어디론가 떠나는 게 큰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그래서 젊은 시절에 많은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다고 합니다.

셋째는 물건을 버리는 것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물건에 대한 애착과 미련이 생겨 쉽게 버리지 못하고 물건들을 쌓아놓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연세 드신 분들이 집에 갖가지 물건으로 가득 채워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건에 대한 미련으로 쉽게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 중에서도 제일 어려운 것은 친구를 사귀는 일입니다. 살아갈수록 사랑이라는 말보다 우정이라는 단어가 더 가까이 다가온다고 합니다. 그만큼 나이를 먹을수록 마음 통하는 친구가 더 필요하지만, 그러한 친구를 사귀기는 절대 쉽지 않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지인(知人)은 쉽게 만들 수 있지만 지음(知音)은 그렇지 않습니다. 지음이란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거문고의 명수 백아(伯牙)와 그의 친구 종자기(鍾子期)와의 고사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백아가 마음 속에 생각을 담아 이를 곡조에 담아 연주하면, 종자기는 옆에서 묵묵히 듣고 있다가 백아의 마음 속 생각을 알아맞히곤 했다 합니다.

백아는 이에 자신의 음악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사람은 종자기밖에 없다고 생각하였고 소리(音)을 알아듣는(知)다 하여 지음(知音)의 벗으로 사귀었습니다.

이후로 지음이란, 말 없어도 속마음까지 다 이해하는 벗을 뜻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그 후 종자기가 먼저 세상을 떠났고 이에 백아는 세상에 자신의 음악을 이해할 사람이 없다 하여 거문고 줄을 다 끊어 버리고 두 번 다시 연주하지 않았습니다. 이를 두고 백아절현(伯牙絶絃)이라는 말이 생겼다고 합니다.

이처럼 지음이란 마음을 터놓고 교류할 수 있는 진정한 친구를 의미하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진정한 친구란 어떤 친구일까요? 사회생활을 마치고 자녀들을 출가(出家)시킨 뒤 모아둔 돈과 연금 등을 통해 생활하는 은퇴자들에게 100만원이라는 돈은 결코 가볍게 지출할 수 있는 돈이 아닙니다. 그런데, 한 은퇴 부부의 자녀 결혼식에지인 중 한 명이 100만원이라는 큰 금액을 축의금으로 보내왔다고 합니다. 그 뒤지인 자녀의 결혼에 초대를 받은 부부는 지난 번에 받은 게 있으니 그만큼 돌려줘야 할지, 아니면 모른 체 하고 적당한 금액만큼만 축의금으로 전달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고민 끝에 부부는 통장을 긁어 모아 100만원을 축의금으로 전달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그 지인에게서 소주한잔 하자는 전화가 왔고, 오랜만의 회포를 풀고자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지인이 형편 어려운 것 잘 아는데 어찌 그리 많은 돈을 주었냐며 가슴 아파했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며칠 뒤 등기우편으로 90만원짜리 수표가 집으로 도착했다는 일화입니다.

이처럼,그 어떤 물질적인 것보다 우선하여 서로의 마음을 배려하고, 상대의 마음을 정확히 파악해주는 사람이 곧 ‘지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하나의 유명한 일화입니다. 모두들 한번쯤 황혼녘에 한 농부부부가 삼종기도를 올리는 장면을 그린 그림을 보셨을 겁니다. 이 그림은 <만종>으로프랑스의 장 프랑수아 밀레(Jean-Francois Millet)라는 화가가 그린 그림입니다. 밀레 또한 다른 화가들과 마찬가지로 생활고에 시달리던 가난한 화가였습니다.

그런 그의 그림을 눈여겨 봐주었던 사람은 그림 평론가들이 아니라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자연주의 사상가 루소(Rousseau)였습니다.

한번은 가난에 시달리던 밀레에게 루소가 찾아왔습니다. “여보게, 드디어 자네의 그림을 사려는 사람이 나타났네” 라며 루소는 밀레에게 300프랑(현재가치 약 5,000만원)을 건네주며 그림을 구입하였습니다. 그 후 밀레는 생활에 안정을 찾고 그림에 몰두할 수 있게 되었고 작품의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했습니다. 경제적 여유를 찾은 밀레는 몇 년 뒤 루소의 집으로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 루소가 남의 부탁이라면서 사간 그 그림이 그의 거실 벽에 걸려있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밀레는 그때서야 루소의 깊은 배려의 마음을 알게 되었고 그 고마움에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우리는 살면서 수없이 많은 사람을 만납니다. 그 중에서 서로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기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내 마음을 진정으로 잘 이해하고 도움이 되어줄 수 있는 지음과 같은 사람이 한 두 명쯤 있다면 인생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지음은 오래된 친구만 해당하는 게 아닙니다. 회사 내 동료, 상사 및 부하직원도 마음이 통하는 지음이 될 수 있으며, 만나는 모든 이가 지음이 될 수 있습니다. 지음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 스스로가 한 사람 한 사람을 진정으로 대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합니다. 다만, 도움을 주고 마음을 교류함에 있어서 상대방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은 삼가야 할 것입니다. 진정으로 도와주더라도 때로는 상대방의 기분을 해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사람을 진정으로 대하며 다가서고 마음으로 교류한다면, 그 사람도 비로소 내게 마음을 열고 다가설 것입니다.

 

제니엘 그룹

박인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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