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악한 갑질 사라진다..콜센터 상담사 지켜줄 흑기사,개정 산안법 
추악한 갑질 사라진다..콜센터 상담사 지켜줄 흑기사,개정 산안법 
  • 손영남 기자
  • 승인 2018.05.04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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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개정 비판 존재하나 콜센터 상담사 환영할 요소 다분해 
‘업무 중지권’ 통해 폭력에 노출된 근로자 구호 조치 필수 
심각한 언어적, 심리적 폭행에 시달리는 콜센터 상담사들을 보호해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이 지난 4월 17일 이뤄졌다.
심각한 언어적, 심리적 폭행에 시달리는 콜센터 상담사들을 보호해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이 지난 4월 17일 이뤄졌다.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콜센터 상담사들에게 가해졌던 각종 언어적 폭력이 사회적 문제가 된 것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수시로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들이 선을 보이긴 했지만 실효성이 미미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강제성을 띠지 못한 경우가 태반이라 마땅한 규제를 가할 수 없었던 까닭이다. 

앞으로는 달라질 전망이다. 정부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계기로 이와 관련한 안전책을 강화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회사는 반드시 근로자 보호 조치 진행해야
'①사업주는 주로 고객을 직접 대면하거나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상대하면서 상품을 판매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이하 “고객응대근로자”라 한다)에 대하여 고객의 폭언, 폭행, 그 밖에 적정 범위를 벗어난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유발하는 행위(이하 “폭언 등”이라 한다)로 인한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지난 4월 17일 공포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 제26조 2의 1항이 적시하고 있는 내용이다. 일각에서는 졸속 개정이란 비판이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콜센터 상담사들에게는 ‘제26조의 2(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조치)’ 조항이 지니는 의미가 각별할 수밖에 없다.

이는 정부가 고객의 폭언이나 폭행을 콜센터 상담사를 위시한 감정근로자가 겪을 수 있는 산업재해로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런 식의 언어적, 심리적 폭행을 기업 차원에서 방지하도록 관리감독을 해왔다면 이젠 국가 차원에서 이를 다루겠다고 선포한 것이 제26조 2의 기본 취지다. 

그간 감정노동자로 불리어왔던 노동자들을 고객응대근로자로 명명한 것 역시 이번 개정의 취지와 무관하지 않다. 이는 현장의 의견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요한 것은 이번 개정이 단순한 선언적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에 관한 의지를 과시한 것이 제26조 2의 2항과 3항이다. 

'②사업주는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하여 고객응대근로자에게 건강장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현저한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업무의 일시적 중단 또는 전환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건강장해 발생 예방조치 의무 위반 시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제72조)

'③고객응대근로자는 사업주에게 제2항에 따른 조치를 요구할 수 있고 사업주는 고객응대근로자의 요구를 이유로 해고, 그 밖에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불이익 조치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제68조)

현장에서 폭언이나 폭행 그리고 성희롱을 하는 자들을 접했을 때 기업은 반드시 근로자를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법이 명시한 것이다. 사실 이와 유사한 형태의 대처방안이 없던 것은 아니다. 이전에도 업무 중지권에 대한 내용이 존재하기는 했다. 

인권위원회에서 권장사항으로 ‘업무 중지권’을 언급하기는 했지만 반드시 지켜야 하는 법이 아닌 관계로 몇몇 기업에서만 적용되어 왔었다. 

이조차도 회사나 관리자들은 영리 창출이란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두루뭉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번 법 개정으로 더 이상 이런 광경을 접하기는 어렵게 될 전망이다. 

콜센터 상담사들은 고객에게 친절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려왔다. 사진제공 잡코리아
콜센터 상담사들은 고객에게 친절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려왔다. 사진제공 잡코리아

▲폭언 내뱉는 진상고객 응징 법 제정 필요
고객응대근로자에 대한 사업주의 보호의무가 명문으로 규정된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자의 보호에 필요한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해 놓지 않을 경우, 사업주의 보호의무 위반을 이유로 제재를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업들에게는 경각심을 불러오게 될 것이 분명하다. 

늦은 감은 있지만 이번 법 개정이 콜센터 상담사들의 고충 해결에 일조할 것이라 판단되어지는 이유다.

그간 많은 노동단체에서 콜센터 상담사를 비롯한 감정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을 주장해왔다. 이번 산안법 개정이 그 노력의 결과인 셈이다. 사진제공 민주노총
그간 많은 노동단체에서 콜센터 상담사를 비롯한 감정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을 주장해왔다. 이번 산안법 개정이 그 노력의 결과인 셈이다. 사진제공 민주노총

물론 아쉬운 면이 없지는 않다. 근본적으로 콜센터 상담사들을 괴롭히는 주체인 진상고객들의 갑질을 응징할 수 있는 실질적 수단이 빠져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현재 그에 관한 부분은 형법이나 정보통신망법, 성희롱 특별법에서 관련 조항을 찾아 처벌을 하게 되어 있다. 문제는 실질적인 처벌이 이뤄지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기업들의 엉거주춤한 태도 때문이다. 

가급적 고객과의 트러블을 피하고자 하기 때문인데, 이는 현명한 생각이 아니다. 자사 소속 근로자들의 권익을 챙기지 못하는 회사의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만 봐도 알 일이다. 

산안법 개정에 따라 분위기는 조성되었다. 지금부터는 기업의 인식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콜센터 상담사들을 향해 쏟아지는 악질적인 폭력들에 누구보다 먼저 나서 응징해야 할 주체는 기업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와 함께 사회적 인식의 변화, 그리고 그를 지지해줄 법적 보완도 뒤따라야 한다. 콜센터 상담사들에게 퍼붓는 폭언이 더 이상 용인 받을 수 없다는 인식이 보편화되고 그를 깨뜨린 행위라면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강력한 법 규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에 공포된 산업안전보건법은 올해 10월 18일부터 시행된다. 

한국컨택센터산업협회 황규만 사무총장은 “콜센터 상담사를 제대로 보호하지 않고 소홀히 하는 기업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듯 폭언을 하는 못된 자들을 강력하게 응징할 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내가 고객인데 그깟 폭언 좀 했기로서니 고발이야 할까 하는 안이함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시행령이든 시행 규칙이든 이와 관련된 내용이 꼭 생겨야한다. 그래야 근본적인 적폐를 청산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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