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되고 싶어요" 찬 밥 신세 공공기관 ‘소속 외 인력’ 실태
"비정규직 되고 싶어요" 찬 밥 신세 공공기관 ‘소속 외 인력’ 실태
  • 손영남 기자
  • 승인 2018.05.10 12: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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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년 비정규직 22.1% 감소 반해 소속 외 인력 12.1% 증가 추세
국민 안전 관련된 핵심 업무 투입에도 낮은 고용안정성과 저임금 시달려 
공공부문 소속 외 인력들은 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은 물론이고 비정규직보다도 훨씬 못한 임금을 받고 있다. 동일노동동일임금은 그들에게는 꿈도 못 꿀 일이다. 사진제공 공공연대노조.
공공부문 소속 외 인력들은 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은 물론이고 비정규직보다도 훨씬 못한 임금을 받고 있다. 동일노동동일임금은 그들에게는 꿈도 못 꿀 일이다. 사진제공 공공연대노조.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5월 10일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취임일성으로 내건 문재인 정부의 행보에 딴지를 거려는 건 아니지만 수치상으로 드러난 고용의 질은 그리 나아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 근거로 들 수 있는 것이 파견과 용역으로 대표되는 소속 외 인력의 지속적인 증가세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인 2016년 6.6%(5244명) 증가한 것이야 그렇다 쳐도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이 운용중인 지난해에도 오히려 그 수가 더 늘었다는 것은 무관심 내지는 의도적인 전략이라고 밖에 해석할 수 없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의 공시에 따르면 국내 361개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인원은 지난 3월말 기준으로 1년 전에 비해 22.1%(8295명)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정규직 증가율은 4.3%(1만 2355명)로 지난 2016년의 증가율 4.2%와 비슷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충실하게 정책을 수행해왔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 다음이 문제다.

무기계약직은 전년 대비 48.3%(1만 1371명) 늘었고, 파견, 용역 등 소속 외 인력도 12.1%(1만 315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은 줄었지만 이를 무기계약직이나 소속 외 인력을 늘려 메움으로써 고용의 질을 더 악화시켰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 2012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8만명 돌파
소속 외 인력이란 공공기관이 직접 고용하지 않고 파견, 용역, 사내하도급 등의 형태로 타업체(용역업체, 파견업체) 소속으로 근무하는 노동자를 통칭하는 용어다. 이들은 임금이나 복지 등의 근로조건에서 공공기관에서 직접 고용한 비정규직보다 훨씬 더 열악한 대우를 받고 있다. 

정부는 2012년 1월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에서 공공부문 용역노동자의 임금기준을 최저임금보다 훨씬 높은 ‘시중노임단가’로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강제성 없는 권고에 불과해 현장에선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고용노동부가 2015년 9월 용역근로자 보호지침 이행 여부를 조사한 결과 375개 공공기관 703건의 용역계약 중 보호지침을 모두 지킨 계약은 267건(38%)에 불과했다. 특히 시중노임단가를 적용한 용역계약은 45.5%에 그쳤다. 그 부분은 지금도 별로 개선된 게 없다는 게 파견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그 때문일까.

알리오에 따르면 공공기관 소속 외 인력은 2012년 이래 꾸준히 증가세를 기록하다가 지난해 8만명을 돌파한 걸로 나타났다. 반면 비정규직 숫자는 계속 줄어 지난해 3만 6000여명 수준까지 감소했다. 비정규직의 빈자리를 소속 외 인력으로 메웠음을 알게 해주는 장면이다.

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4년, 국가인권위원회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안정 및 처우개선을 위한 권고’에서 “정부가 공공부문 간접고용 노동자를 배제하는 바람에, 직접고용 비정규직이 줄더라도 간접고용을 늘려 전체 비정규직 수가 줄지 않는 상황이라 근본적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던 것을 보면 정부 역시도 이 사안의 심각성을 깨닫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어디랄 것도 없이 공공기관들은 업무의 상당부분을 소속 외 인력에 의지하고 있다. 자료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
어디랄 것도 없이 공공기관들은 업무의 상당부분을 소속 외 인력에 의지하고 있다. 자료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

그러나 여전히 시정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공공기관의 소속 외 인력 활용 숫자가 그를 증명한다.

2017년 3월 기준 공공기관의 소속 외 인력 직원 수를 보면 1위 한국전력공사(7715명), 2위 한국수력원자력(7054명), 3위 인천국제공항공사(6903명), 4위 한국철도공사(6230명), 5위 한국공항공사(4028명) 순이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심한 곳은 전체 직원 대비 소속 외 인력 비율이 20% 가까이 차지하는 곳이 있을 정도로 소속 외 인력 활용도는 높다.

민간 부분은 차치하더라도 누구보다 충실하게 정부 정책을 수행해야 할 공공기관에서마저 소속 외 인력 비중을 늘리고 있단 점은 무엇을 의미할까. 

기본적으로 파견이나 용역 등 소속 외 인력을 활용하는 이유는 인건비 지출 감소와 효율적인 인력 운용을 위해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민간 기업에서라면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공공기관이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물론 공공기관도 일정 부분은 수익을 내야하고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인력 운용의 효율을 꾀해야 한다.

그러나 그에 앞서 국가의 시책을 준수하는 것이 공공기관이 우선적으로 가져야 할 책무다. 비용절감과 효율화가 강조되어 공공기관의 존재이유이자 핵심 목적인 ‘안정적이고 질 좋은 공공서비스 제공’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 국민의 생명과 안전 관련된 핵심 업무 투입은 문제
공공기관의 소속 외 인력 활용이 가지는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소속 외 인력을 활용하는 공공부문 외주화는 국민의 생명, 안전과 직결될 수도 있기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비근한 예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사례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소속 외 인력 변동 추이. 자료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
인천국제공항공사 소속 외 인력 변동 추이. 자료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

알리오 공시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소속 외 인력은 2013년 6,126명에서 2018년 1분기 8,694명으로 늘어났다. 1,484명에 불과한 정규직 인원보다 6배 이상 많은 수치다. 절대 인원이 많은 만큼 소속 외 인력들은 다양한 업무를 수행한다. 이중에는 공항안전과 직결되는 업무도 상당수다. 

시설보안, 출입증 발급, 폭발물처리, 보안감시 및 제어, 보안검색, 구조소방대, 야생동물 통제, 항공등화, 통신, 탑승교, 에어사이드와 활주로 토목시설 유지관리는 물론 냉난방, 승강기, 소방, 전기, 위생소독, 열원 공급, 경비보안, 수하물 관리까지 이 모두가 이용객 안전과 직결된 업무임에도 소속 외 인력들의 외주에 기대고 있는 형편이다.

공항공사는 ‘비핵심 업무의 외주화’가 전 세계 공항산업의 일반적 모습이라고 항변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사실 인천국제공항공사만 나무랄 일이 아니다. 다른 공공기관들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많은 부분에서 안전과 관련된 업무를 소속 외 인력들의 외주에 의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12월, 고용노동부는 한국노동연구원에 의뢰해 ‘공공부문 소속 외 근로자 근로조건 사례조사’를 내놓은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그동안 공공부문 소속 외 근로자들은 주로 청소와 경비, 시설 등 단순노무 업무 중심의 과업을 수행해왔지만 최근 들어 단순노무 업무 외에도 전문성 활용 등의 분야에 활용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공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에 영향을 주는 업무도 포함되어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당 보고서는 소속 외 근로자라 할지라도 핵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면 이에 상응하는 적정한 임금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기술한다. 낮은 고용안정성과 저임금은 소속 외 근로자들의 조직 몰입도는 물론 숙련 형성과 축적을 저해할 우려가 크고, 따라서 안전하고 안정적인 공공서비스, 특히 생명·안전 관련 서비스 제공을 어렵게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차제에 이 부분에 대한 정확한 교통정리가 이뤄져야 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공공기관들은 저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자랑하듯 늘어놓고 있다. 문제는 그곳에서 빠져있는 근로자들이 아직도 많다는 점이다.  통계에 제대로 잡히지도 않는 소속 외 인력들의 실상을 외면한 그 발표가 과연 정당한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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