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채용비 부담에 등골 휘는 아웃소싱업계 속사정
[기획] 채용비 부담에 등골 휘는 아웃소싱업계 속사정
  • 손영남 기자
  • 승인 2018.05.28 0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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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익 20% 달하는 채용비용, 안 쓸 수도 없어 더 문제
취업포털 최대고객이지만 제대로 된 대접받기도 어려워
심각한 구인난, 그로 인해 눈덩이처럼 커진 채용비는 아웃소싱 기업에게는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사진은 아웃소싱업체들이 구인광고를 주로 게재하는 대표적인 취업포털.
심각한 구인난, 그로 인해 눈덩이처럼 커진 채용비는 아웃소싱 기업에게는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사진은 아웃소싱업체들이 구인광고를 주로 게재하는 대표적인 취업포털.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하자니 비용이 부담되고 안 하자니 사람 뽑기가 어렵고. 아웃소싱 기업의 채용 담당자들이라면 누구나 이런 생각을 지니고 있다. 바로 채용비 문제다.

회사 규모와 상관없이 아웃소싱 기업들은 평균적으로 순이익의 20% 안팎에 해당하는 비용을 채용비로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례로 직원수 6,000명에 달하는 A기업은 1,500억원 매출에 순이익 20억원 정도를 기록하고 있는 아웃소싱 기업이다. 이 회사가 매년 채용비로 소모하는 비용은 7억에서 8억 사이, 그 비용만 줄일 수 있었더라면 순이익이 30억원이 되었을 수도 있는 일이다. 사정은 다른 회사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사실 규모가 작은 회사가 더 문제다. 물류회사의 운송 부문을 담당하는 B사의 경우, 직원수 100명에 연매출 20억원, 순이익 3억원 남짓을 기록하는 신생 회사다. B사가 한달 채용비로 부담하는 금액은 300만원-400만원 정도, 1년 기준으로 4,000만원-5,000만원을 오간다. 신생회사로서는 정말 큰 부담이지만 사람이 재산인 업체이니만큼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 회사 대표의 말이다.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아웃소싱 기업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인재고용은 필수적인 요소다. 아웃소싱 기업들이 알바몬이나 잡코리아 등의 취업포털에 기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더불어 채용비 부담은 갈수록 커져만 간다. 

▲대기업엔 절절 매고 아웃소싱기업엔 큰 소리쳐
잡코리아나 알바몬 등 취업포털은 근래 들어 급격한 성장세를 이뤄냈다. 거기에 큰 몫을 한 것이 아웃소싱업계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필연적으로 구인 광고를 낼 수밖에 없는 데다 그 빈도수도 어느 기업보다도 잦기 때문에 당연히 많은 비용을 지급하리라는 것은 짐작 가능하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산업 전체로 봐도 가장 큰 고객일 것이란 것이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웃소싱업계를 대하는 취업포털의 자세는 그리 전향적이지 않다. 얼마 전까지 취업포털에서 일했다는 윤모씨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아웃소싱업계가 큰 고객인 건 맞지만 취업포털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부분이 적지 않다. 수익을 떠나서 본다면 취업포털의 가장 큰 유치대상은 대기업이다. 고작해야 일 년에 두세 번 정도 광고를 게재하지만 한번 할 때마다 포털 이미지를 끌어올려주기 때문이다. 삼성이나 현대 등 굴지의 대기업 취업 광고를 유치하는 것만으로도 취업포털의 능력을 과시하는 기회가 된다.”

공식적으로 검증된 바는 없지만 일부 취업포털의 경우 대기업 광고비를 50%까지 할인해준다는 소문이 허튼 소리만은 아닌 이유기도 하다.

물론 아웃소싱 기업들도 때로 할인 적용을 받는 경우가 있다. 사실 고객 유치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대기업 이상의 할인율이 적용되어도 무방하지만 실상은 아무리 우수한 실적을 내는 아웃소싱 기업이라 해도 최대 20% 정도 할인이 한계란 것이 그의 말이다. 사용사들에게서 당하는 갑질이 여기서도 재현되는 것 같아 입맛이 씁쓸하다. 왜일까?

“아웃소싱업체 광고는 수익 면에서는 짭짤하지만 그에 따르는 부담도 크다. 가장 큰 것이 고객인 구직자들의 컴플레인이다. ‘정규직인 줄 알고 지원했는데 알고 보니 파견직이더라’, ‘이런 기업 광고를 왜 낸 것이냐’ 등등. 돈은 되지만 이미지 구축에는 도움이 안 되는 것이 아웃소싱업체들이다 보니 크게 대접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이다. 어차피 그렇게 해도 구인 광고를 안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니 더욱 그렇다.”

▲비정상적 채용비는 노동 시장의 왜곡이 부른 비극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취업포털들의 홀대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는 것은 아웃소싱 기업의 채용담당자들도 익히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마음 같아서는 구인광고를 끊고 싶을 정도라는 것이 그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그러나 항상 구인난에 시달리는 아웃소싱 기업들에게 이는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채용포털에 광고를 내지만 비용 대비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는 게 채용담당자들의 설명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역시 아웃소싱업계가 구하는 인력이 파견이나 도급 등으로 대변되는 비정규직의 개념에 가깝다는 점이다. 비정규직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반사적으로 열악한 근무환경이나 낮은 급여 체계를 떠올리게 된다. 인정하기 싫지만 그게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라는 게 문제다.

현재 아웃소싱업계가 당면한 구인난과 채용비 부담, 그리고 취업포털의 홀대는 결국 물줄기를 따라 올라가다보면 여기로 귀착된다. 그 말은 곧 파견이나 도급 등으로 대변되는 아웃소싱업계의 채용 구조에 획기적인 변화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아웃소싱 기업들은 많은 돈을 내면서도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하는 설움을 이어가야 한다는 뜻이다.

아웃소싱업계에서 채용한 인력들이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일차적인 책임은 당연히 기업에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구조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사회적 인식의 전환과 함께 일그러진 노동 환경을 개선해야 할 국가 기관에 있다.

기업을 운영하려면 필수적으로 비용은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 부분은 온전히 기업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그러나 그 비용이 정상적인 범주에 속해있지 않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비정상적이라 해도 좋을 아웃소싱 기업들의 채용비는 결국 왜곡된 노동 시장이 낳은 돌연변이일수도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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