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주의 CEO 메시지] 고립되지 않는 겸손함과 소통
[박인주의 CEO 메시지] 고립되지 않는 겸손함과 소통
  • 편집국
  • 승인 2018.05.30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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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은 고독을 즐기시는 편입니까?
제니엘 그룹 박인주 회장
제니엘 그룹 박인주 회장

 여러분들은 고독을 즐기시는 편입니까?

많은 직장인들이 가능하면 간섭하지도, 간섭 받지도 않는 조용하고 독립적인 직장 생활을 꿈꾼다고 합니다.

최근 들어 ‘혼술’, ‘혼밥’ 이라는 말들이 유행처럼 번지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직장인들이 이처럼 소통과 관계 맺기를 꺼리는 첫 번째 이유는 불편하고 힘들기 때문입니다. 현재 직장인들은 핵가족 또는 1인 가족의 개인주의 문화가 확산되고 컴퓨터와 모바일을 통한 소통에 익숙해져 관계를 맺는데 익숙하지 않다고 합니다.

둘째는 소통과 관계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소통과 관계 맺기를 통해 능력을 인정받는 것보다 직접 만나거나 얼굴을 보이지 않아도 존재를 알리고 능력을 인정받는 것을 더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많은 직장인들이 소통과 관계보다는 고독을 더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사람과의 관계에 지친 직장인과 현대인에게 고독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도 합니다.

미국의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인간에겐 생각하기 위해 고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강렬한 고독은 사람에 대한 진한 그리움으로 바뀌어 가족과 친구, 동료와 이웃에 대한 사랑을 만들어 내기도 하기에 고독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는 것입니다.

반면, 고립은 다른 사람과 사귀고 어울리지 못하거나 도움을 받지 못해 외톨이가 되는 것을 뜻합니다. 고립이 문제가 되는 것은 심해지면 부정적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고립 증후군’으로 고립된 공간에서 생활했을 때 감정과 행동이 더 격해지는 심리 현상을 일컫는 말입니다. 남극 연구원과 외지에 파견된 군인 등 이런 사람들이 대표적으로 겪는 질병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고립으로 인한 또 다른 문제는 ‘갈라파고스 증후군’입니다. 갈라파고스는 육지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 독자적으로 진화한 종들이 고유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육지와 교류가 시작돼 외부종이 유입되자 면역력이 약한 고유종들이 대거 멸종되거나 멸종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이처럼 갈라파고스 증후군이란 세계시장의 추세와 동 떨어진 채 자신들만의 표준을 좇다가 고립을 자초하는 것을 뜻합니다.

1990년대 이후 일본의 IT산업이 자국 시장에만 안주한 결과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고립되는 현상을 설명하면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1990년대부터 일본 IT 기업들은 일본 시장에 특화된 독자적 기술과 서비스, 제품을 발전시키면서 국제 표준과 세계시장의 흐름에서 벗어났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든 업체들은 ISO9000, ISO9001 등 전세계 표준화를 진행한 반면, 일본만 독자적인 표준체계를 구축하였습니다. 한가지 예로 220V를 사용하는 세계와 달리 일본은 110V를 사용하며 세계의 흐름과 많은 차이가 발생하였고 이에 따라 세계시장에 진출하지 못하고 국내시장마저 내주게 된 것입니다.

이는 일본이 자만에 빠져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세상과 소통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결과입니다. 잘나갈 때일수록 겸손한 태도를 가져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와이로(蛙利鷺)라는 말을 아십니까? 고려 명종(1170~1197년)이 어느 날 호위무사만 대동하고 민심을 살피는 야행을 나갔다가 깊은 산중에서 날이 저물어 민가를 하나 발견하고 하루를 묵고자 했지만 집주인이 누추하고 대접할 음식도 없다며 거절해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 집 대문에 붙어있는 글이 명종의 궁금증을 자극했습니다. 蛙利鷺 唯我無蛙 人生之恨(와이로 유아무와 인생지한), ‘개구리는 백로의 먹이인데, 내게 개구리가 없는 것이 인생의 한이다’ 라는 뜻입니다.

명종은 개구리가 도대체 무엇을 뜻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이에 주모에게 그 집에 대해 물으니 과거에 여러 번 낙방하여 실의에 빠져 책만 읽는 사람이라 했습니다. 궁금증이 더해진 임금은 그 집으로 찾아가 간곡히 사정하여 하룻밤을 묵기로 하며 밤늦게 글을 읽고 있는 집 주인에게 궁금하던 글귀의 의미에 대해서 물었습니다.

이에 집 주인은 자신의 처지를 말한 것이라며 그 의미를 설명해 줬습니다. “옛날, 노래를 아주 잘하는 꾀꼬리와 거북한 목소리를 가진 까마귀가 살고 있었는데, 까마귀가 꾀꼬리에게 자신과 노래 시합을 하자며 백로(白鷺)를 심판으로 세우자고 제안했습니다. 꾀꼬리는 참 어이가 없어 가소로운 마음이 들었지만 시합에 응했고 3일간 열심히 목소리를 가다듬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까마귀는 노래연습은 하지 않고 논두렁으로 개구리를 잡으러 돌아다니더니, 잡은 개구리를 백로에게 뇌물로 주었습니다. 며칠 후 노래시합에서 백로는 까마귀의 손을 들어주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는 이규보(李奎報)가 당시의 국가고시를 비유하며 만든 이야기였다고 합니다.

자신의 실력은 나무랄 데 없는데 관리들에게 뇌물을 주지 못했기 때문에 과거에 낙방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임금이 살펴보니 그 선비의 품격이나 지식이 나무랄 데가 없어 보여 특별시험을 열어 이규보를 합격시켰다고 합니다. 꾀고리처럼 자신의 실력만을 믿고 자만하면 까마귀에게 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 누구건 잘나가고 잘될 때 겸손해야 합니다. 아무리 잘난척하고 잘나가는 사람이다 하더라도 판이 바뀌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타인과 소통하고 사회와 소통해야 합니다.

 

제니엘 그룹

박인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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