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사례 맞춤풀이 ‘근로시간 단축 가이드라인’, 혼란만 키웠다
개별사례 맞춤풀이 ‘근로시간 단축 가이드라인’, 혼란만 키웠다
  • 손영남 기자
  • 승인 2018.06.12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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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근로시간 단축 가이드북' 발표로 근로시간 정의 나서
개별 사례 위주의 해석이 오히려 혼란 가중시킬 위험 내포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홍보하는 포스터. 고용노동부 공식 블로그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홍보하는 포스터. 고용노동부 공식 블로그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근무시간에 담배를 피우는 것은 근로시간에 포함되는 걸까. 상사의 부름을 받고 나간 주말 골프는 근로시간에 해당될까. 

이제까지는 이에 관한 명확한 지침이 없었지만 11일 정부가 내놓은 ‘근로시간 단축 가이드북’을 참고하면 답은 명확해진다. 가이드북에 따르면 근무 중 흡연은 근로시간에 해당되지만 휴일 골프는 근로시간에 해당되지 않는다.

정부는 11일, 근로시간 해당여부 판단 기준 및 사례를 담은 ‘근로시간 단축 가이드북’을 발표하고 근로시간 단축 정착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표된 가이드북은 ‘근로시간’을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 감독 아래 종속되어 있는 시간, 즉 노동력을 사용자의 처분 아래에 둔 실구속 시간을 의미하며 사용자의 지휘 감독은 명시적인 것뿐만 아니라 묵시적인 것까지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근무 중 흡연 등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경우는 근로기준법 50조 3항의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있는 대기시간'으로 해석해 그 경우 언제든 사용자가 일할 것을 지시하면 일터로 복귀할 수 있는 상태기 때문에 근로시간에 해당되는 반면 휴일 골프는 사용자의 구체적인 지휘 감독이 없었고 직무의 원활한 수행과 대내외 평가 등을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할 동기가 있었기 때문에 근로시간으로 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고용부의 판단이다.

또한 근로시간 해당 여부는 사용자의 지시 여부, 업무수행 의무 정도, 수행이나 참여를 거부한 경우 불이익 여부, 시간․장소 제한의 정도 등 구체적 사실관계를 따져 사례별로 판단한다는 기본 원칙을 대전제로 한다. 

문제는 너무 개별 사례에 치중하다보니 오히려 헷갈리는 부분만 늘었다는 점이다. 고용부는 시행 초기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례 중심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지만 모든 사안을 규정할 수 없어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킬 우려마저 점쳐지는 실정이다.

▲개별 사례를 통해 본 근로시간 적용 유무
이번 가이드북의 가장 큰 특징은 근무 중 흡연이나 휴일 골프 등 특정 사례의 근로시간 적용 여부를 위해 관련 판례 및 행정해석을 차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고용부가 제시한 개별 사례의 근로시간 적용 유무는 다음과 같다.

정부가 밝힌 근로시간 단축 적용시기. 당장 7월 1일부터 근로시간이 단축되는 300인 이상 사업장의 혼란은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자료 고용노동부

우선 회사에서 업무와 관련해 실시하는 교육과 성희롱예방 등 법정의무교육은 당연히 근로시간에 포함된다. 하지만 근로자의 역량을 계발하기 위해 이수를 권고하는 수준의 교육은 근로시간이 아니다. 이 경우 사업주가 교육수당을 준다고 해도 근로시간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워크숍, 세미나 등의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사용자의 지휘·감독 하에 이뤄진다면 근로시간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가이드북의 설명이다. 단, 워크숍 프로그램 중 직원간 친목도모시간이 포함돼 있는 경우 이 시간까지 포함해 근로시간으로 인정하기는 어렵다. 같은 맥락에서 직원간 단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워크숍 등도 근로시간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고용부의 설명이다.

회식 같은 경우 역시 그 성격에 따라 근로시간 적용을 받을 수도, 아닐 수도 있다. 구성원의 사기 진작, 조직의 결속과 친목 등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장 또는 부서회식은 근로시간으로 인정하기 어렵지만 거래처가 부서회식에 참여하는 등 변수가 발생하면 사례별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논란의 소지가 충분히 우려되는 장면이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접대다. 업무수행과 관련 있는 제3자를 근로시간외 접대하는 경우도 사용자의 지시 또는 승인이 있다면 근로시간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업무상 접대는 근로시간외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 사용자의 지시가 있었다거나 접대 대상을 사용자에게 보고하면 근로시간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출장의 경우는 폭넓게 인정된다. 근로시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업장 밖에서 근로하여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출장 등의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예: 8시간) 또는 통상 필요한 시간(예: 10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다만, 출장과 관련해서는 통상 필요한 시간을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를 통해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고용부의 해석이다. 가령 해외출장의 경우 비행시간 외에도 출입국 수속, 현지 이동시간 등에 대한 원칙을 노사합의로 정하라는 것이다. 

많은 회사에서 암묵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조기 출근 같은 경우는 조기출근을 하지 않을 경우 사업주가 임금 감액이나 복무 위반으로 제재를 가하는 경우라면 근로시간에 해당된다고 해석했다. 단, 이의 미이행에 따른 제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뤄진 조기출근이라면 근로시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본다. 

그간 확실한 지침이 없어 근로시간 적용에 골머리를 앓아왔던 산업계로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어쩐지 이에 대한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가이드북에 규정된 것 이외에는 여전히 불분명한 점 투성이인 까닭이다.

한 대기업의 인사 담당은 “가이드라인이 사례와 판례 위주로 구성되다 보니 회사 유형별, 근로자 직군별 등 사례별로 자의적 해석에 의존하거나 노사 합의를 거쳐 판정해야 하는 부분이 더 많다는 것이 문제”라며 에둘러 불만을 토해냈다.

이에 대해 노동부 관계자는 "다양한 사업장에 똑같이 적용할 가이드라인을 내놓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노동시간을 어떻게 볼 것이냐는 문제는 굉장히 다양한 요소를 품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례 별로 판단하지 않으면 잘못된 판단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개별 사업장의 다양성을 무시하고 지나치게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경우 오히려 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란 비판도 만만치 않다. 결국 가이드북이 내놓은 핵심 골자는 쟁점이 될 수 있는 개별사안에 대해서는 노사가 합의를 통해 알아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20일 앞으로 다가온 주 52시간 단축 근무지만 현재로선 시행 초기의 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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