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처우개선 시급한 아이돌보미.. 정작 주무부서는 수수방관
[이슈] 처우개선 시급한 아이돌보미.. 정작 주무부서는 수수방관
  • 손영남 기자
  • 승인 2018.08.01 0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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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노동법상 근로자 인정 판결에도 서비스 단체 항소 묵인
저출산에 대응할 가장 효과적인 보육 정책.. 휴게시간 등 처우개선 뒤따라야
여가부 항소포기 촉구 및 아이돌봄 처우개선 국회 기자회견 모습. 결국 여가부는 항소를 결정했다. 사진 제공 공공연대노조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아이돌보미를 관리 감독할 주관부서인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가 오히려 아이돌보미의 권리를 침해하는데 앞장서고 있다면 말이 될까. 

현재까지의 상황만 놓고 본다면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누구보다 앞서 아이돌보미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할 주무기관이 여가부지만 실제로는 그러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25일, 광주지방법원 제11민사부(재판장 김승휘)는 아이돌보미의 업무가 서비스 기관에 의해 결정되고 업무 수행 과정에서 이들을 지휘·감독하는 점을 들어 현행 노동법상의 근로자로 판단했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광주 5개 구의 아이돌봄서비스 위탁 운영을 맡고 있는 광주대 산학협력단·초당대 산학협력단 등 5곳 서비스 기관의 사업주들에게 박아무개씨 등 163명의 아이돌보미들이 2013년 1월부터 16년 1월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 받지 못한 연장근로·휴일근로 미지급 수당 4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광주지법의 판결로 아이돌보미도 근기법에 규정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을 지급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그간 근로자성 인정 여부를 받지 못해 휴일 수당 및 연장근로수당 등을 받지 못한 전국 2만3천여 아이돌보미들에게는 단비와 같은 소식이었다.   

▲ 특수고용직 형태 아이돌보미 '근로자성 인정' 첫 판결
아이돌봄 서비스는 여성가족부가 2007년부터 시작한 사업으로 아이돌보미들이 집을 방문해 3개월부터 12살 미만까지 아이들을 돌봐주는 사업으로 이용자들의 비용 중 25~75%를 여성가족부가 보조해준다. 

전국적으로 2만 3000여 명에 달하는 아이돌보미는 사업위탁기관인 각 지역별 건강가정지원센터에 직접고용되어 일하는 특수 고용자 신분이다. 근로기준법상의 ‘노동자’가 아니라는 뜻이다.

아이돌보미 종사자수. 자료 아이돌봄 서비스 홈페이지 캡쳐

그런 이유로 아이돌보미는 올해 기준으로 7800원의 시급만 받을 뿐, 심야·주말 서비스 제공에 따른 일정 수당 외 근로기준법이 정한 각종 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던 차였다. 

다행히 이번 판결로 아이돌보미들은 근로자의 권리를 누릴 수 있게 되었지만 아직 완전히 마음을 놓기는 이른 상황이다. 

이는 전적으로 주무기관인 여성가족부의 오락가락하는 태도 때문이다. 

여성가족부는 판결 직후인 6월 25일, 입장문을 내고 “관계부처와 협의해 앞으로 근로자로서의 아이돌보미의 권리를 보장하고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며 “이번 사법부 판결을 계기로 아이돌보미들이 근로자로서의 지위와 권리에 걸맞는 근로조건에서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 내 별도의 처우 개선대책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7월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아이돌보미 근로자 인정 첫 판결 이후, 권리보장 및 처우개선 방안 모색을 위한 국회토론회’에 참석한 여성가족부의 이정심 가족정책관이 “아이돌보미의 처우개선을 높이고 근로자성을 인정받아 제대로 된 일자리로 자리매김 하도록 할 것”이라며 “처우개선은 별도로 예산협의를 하고 있고, 협의내용에 대해 별도의 대책을 준비 중”이라는 입장을 밝히기까지 했다. 

아이돌봄 처우개선 국회토론회 모습. 사진제공 공공연대노조

그러나 그 발표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일이 벌어졌다. 판결이 있은 직후인 지난 7월 6일 피고인 광주대 산학협력단·초당대 산학협력단 등 5곳 서비스 기관이 항소를 진행했던 것. 

기본적으로 항소의 주체는 아이돌봄 사업을 운영하는 센터지만 실질적인 사용주인 여가부의 암묵적인 허가가 없었다면 항소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아이돌보미를 보호하고 지원해야 할 여가부가 오히려 항소를 묵인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 아이돌봄 서비스의 성공 위한 대승적 판단 필요해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여가부의 이런 태도는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3년 고용노동부가 ‘아이돌보미의 근로자성을 부인하기 어렵다’며 사실상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음에도 여가부는 아이돌봄지원법 시행규칙에서 표준계약서를 근로계약서로 변경하지 않았던 전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일이다. 아이돌보미는 이용자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계약을 맺고 일을 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오히려 정부가 먼저 나섰다. 지난 7월 5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일하며 아이키우기 행복한 나라를 위한 핵심과제’를 발표했고 그 중 아이돌봄지원사업 관련 내용이 포함되었다. 내용의 요지는 아이돌봄지원대상 확대. 아이돌보미 처우개선과 인원확대 및 이용아동확대, 국가자격제도 도입 방안 검토 등이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현재 아이돌봄 서비스 이용 가구는 2011년 3만 7934가구에서 지난해 5만 8489가구로 6년 만에 54.2% 늘었다. 아이돌보미 수는 2만 3000명, 인건비 지원액은 지난해 기준 연간 1000억원 규모다.

아이돌보미 이용자 현황. 자료 아이돌봄 서비스 홈페이지 캡쳐

이용자가 급증하자 정부는 돌보미 수를 4만 3000명으로 늘리기 위해 내년에 1000억원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을 정도로 이용자 만족도가 높다. 

예산 배정과 처우 개선, 지원 대상의 확대라는 문제를 내포하고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아이돌봄 서비스는 저출산에 대응할 가장 효과적인 보육 정책이라는 강점을 안고 있다. 더 이상 이 정책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자리잡은 가장 큰 이유다.

국회토론회에 참석한 공공연대노조 관계자는 “정부가 발표한 인원과 서비스의 확대는 환영할 일이지만,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방안 역시 심도 있게 고민되어야 한다”며 “조속히 아이돌보미들의 법정수당 지급 문제가 해결되고 아이돌보미의 노동자성 문제가 본질적으로 해소되는 동시에 휴게시간 문제를 비롯한 각종 처우개선 역시 개선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돌봄 지원사업 목적. 자료 아이돌봄 서비스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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