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스타트업 발목잡는 까다로운 인증제도..기준 현실화 필요
드론 스타트업 발목잡는 까다로운 인증제도..기준 현실화 필요
  • 손영남 기자
  • 승인 2018.08.13 0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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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증획득에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 비용 큰 부담
불법인 줄 알면서도 인증 받지 않고 판매하는 업체도
너무 높은 기준 제고 해야 국내 드론산업 성장 지적
대다수의 드론 제조사들이 3년 안팎의 업력을 지닌 스타트업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인증은 기술력이 일정 수준에 도달한 드론 선진국의 기준을 요구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3조원 vs 300억원. 전자는 세계 드론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중국 최대 드론업체 DJI의 2017년 매출액이고 후자는 국내 드론 업계 전체 매출액이다. 

국내 드론산업의 총매출액이 일개 드론 제조업체 매출의 100분의 1에 불과할 만큼 국내 드론산업은 위태로운 형편에 처해있다. 이대로라면 국내 드론산업이 고사할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가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4차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포스트로 주목 받는 산업이자 미래의 양식으로까지 불려지는 드론 산업의 고사를 지켜볼 수 없는 정부는 2016년부터 매년 드론 산업 육성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마땅한 효험을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본적으로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만한 원천기술을 보유한 제조사들이 드물다는 것이 그 이유다. 현재 국내 드론 관련 업체 수는 1200∼1500여곳으로 추산된다. 이중 드론 완제품을 생산해내는 업체는 5%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 중국산 저가 공세와 까다로운 인증 제도의 이중고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성장하지 못하는 국내 드론업체들. 자유롭게 하늘을 날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소비자들이 열광하고 있지만 정작 제조사들은 나는 것은 고사하고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이유에 대해 업계에서는 크게 두가지를 이유로 든다.

첫 번째가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산 저가 드론의 공세이고 두 번째는 과도할 만큼 높은 기준으로 책정된 인증 제도를 꼽는다.

KC 인증 마크가 없는 드론이라면 불법 유통 됐을 확률이 크다. 사진은 본기사와 관련 없음.

“안전을 위한 차원에서 본다면 인증은 필수적이란 것은 잘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같은 소규모 스타트업들에겐 그를 획득하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이나 시간 소모가 너무 부담스럽다”며 말은 이은 한 드론 제조사 개발실장은 “무엇보다 인증 요건이 너무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 문제다. 대다수의 드론 제조사들이 3년 안팎의 업력을 지닌 스타트업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인증은 기술력이 일정 수준에 도달한 드론 선진국의 기준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의 말대로 드론 제조사들이 필수적으로 획득해야 할 인증은 한 둘이 아니다. 대표적인 것만 봐도 방송통신기자재류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에 의해 인체손상·기기 오작동·통신장해 등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KC 인증’ 그리고 소프트웨어(SW) 인증인 ‘GS 인증’이 있다. 

이외에도 사용 목적에 따라 국방부의 보안모듈 인증이나 지자체 및 각 정부부처의 관련 인증까지 드론 제조업체들이 획득해야 할 인증이 한 둘이 아니다. 농업용 드론을 만들어 판매하는 회사라면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의 검정을 별도로 통과해야 하는 식이다. 

■ 인증 하나당 500만원은 기본, 대행업체 활용하면 두배 소모
“인증 하나를 받으려면 직원 2명이 서너달을 매달려야 하는 실정이다. 워낙 기준이 까다로운 탓이다. 개발에 투입해도 모자랄 인력을 그렇게 활용하는 게 너무도 안타깝다. 게다가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인증 하나 받는데 평균적으로 500만∼700만원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조달청 나라장터에 등록하려면 서너개 인증은 필수인데 이때 드는 비용이 족히 2000만원이 되는 셈이다.”

한 드론 제조업체 대표는 인증에 드는 비용이 너무 큰 부담이라며 상황을 설명했다. 그나마 자사 인력을 투입했을 때의 비용이 이렇다. 상황이 안 돼 대행업체를 활용하면 두배 가까운 비용이 청구된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소규모 스타트업들이 감당하기엔 버거운 비용 탓에 몇몇 회사들은 불법인 줄 알면서도 관련 인증을 받지 않고 드론을 판매하기도 한다. 결국 그 회사는 불법 유통업체로 낙인찍힐 수밖에 없는 것이 국내 드론 시장의 이면이다. 

구입한 드론이 KC 인증을 받았는지 확인하려면 국립전파연구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적합성 평가현황 검색을 이용하면 된다. 사진 국립전파연구원 홈페이지 캡쳐

안그래도 중국산 저가 드론의 공세에 밀려 악전고투하는 국내 제조사는 법을 지키지 않은 불법 유통업체와도 경쟁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된다는 뜻이다.

때론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정식 판매용이 아닌 개인이 쓰는 드론에는 인증 의무가 없기 때문에 중국에서 드론을 소량 사들여 인터넷에서 파는 경우가 그것이다. 이렇게 되면 인증에 따른 규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법을 잘 지키면 손해를 보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셈이다. 인증에 따른 역차별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국내 드론 제조업체의 자문을 맡고 있는 한 교수는 “국내 드론 산업이 어느 정도로 성장한 상태라면 인증에 대한 부담을 감수하겠지만 현재 국내 드론업체들은 그야말로 막 걸음을 걷기 시작한 아이들과도 같다. 그런 업체들에게 너무 과도한 인증 의무를 지우다보니 정작 해야할 기술 개발에 매진하지 못하는 아이러니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차제에 인증 기준을 현실에 걸맞게 완화할 필요가 있다. 물론 때가 되면 기준을 강화해야겠지만 현재로선 그를 고려해야 한다. 그래야 국내 드론산업이 일어설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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