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의 CEO칼럼] 강(江), 장마 그리고 우산
[전대길의 CEO칼럼] 강(江), 장마 그리고 우산
  • 편집국
  • 승인 2018.09.05 08: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국제PEN클럽 이사, 수필가 

우주 만물을 이루는 5가지 원소인 ‘‘수·목·금·화·토(水·木·金·火·土)’ 중에서 물(水)에 관한 이야기다. 

‘물 수(氵)+한 가지 동(同)+밭 전(田)+흙 토(土)’자로 이루어진 ‘동리(洞里...Village)’란 말은 ‘사람들이 같은 계곡의 물을 마시고 전답에 농사를 지며 사는 마을’을 뜻한다.
 
강가에 사는 사람들끼리는 홍수일 때는 서로 힘을 합쳐서 둑을 쌓고 가뭄일 때는 서로 먼저 물을 끌어다 써야 하기 때문에 서로 경쟁한다. 수량(水量)이 풍족하면 이웃사촌인데 가뭄이 들면 물을 서로 끌어다 쓰려고 다투다가 원수(怨讐)가 되기도 한다. 

강(江)은 라틴어로 ‘리부스(Rivus)’, 그 강을 같이 이용하는 이웃을 ‘리발리스(Rivalis)’라 한다. 따라서 ‘라이벌(Rival)이란 말은 본래 강(River)에서 유래’했다. 마을 사람들 모두는 한 계곡의 냇물을 마시고 사는 공동체다. 그래서 '라이벌(Rival)'이란 말은 ‘경쟁자이면서 또한 협력자, 동반자'라는 의미를 지닌다.

우리 사회는 얼굴 생김새가 각기 다르고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아간다. 내 생각과 맞지 않는다고 무조건 남을 배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경쟁자, 라이벌일지라도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신뢰하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어느 누구도 믿지 않는 이는 가족이나 친지 그리고 이웃 사람들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올 여름에는 섭씨 40도 가까이 기온이 올라 혹서(酷暑)에 힘들어 한 사람들이 많다. 선풍기, 에어컨을 켜고서도 밤잠을 설치곤 했다. 한반도에 태풍은 비켜가고 바라던 장마 소식도 뒤늦게 왔다 갔다.  
 
여름철에 여러 날을 계속해서 비가 내리는 ‘장마’를 알아본다. 

‘장마’의 말은 ‘길 장(長)+’마ㅎ‘(물의 옛말)가 어원이다. ‘오랜+비’→‘長+마ㅎ’→‘댱마ㅎ’→‘쟝마’→‘장마’로 변천했다.

뿐만 아니라 함경남도 북동부에 있는 군(郡)으로 개마고원의 동부지역의 해발고도 800~1,200M인 갑산(甲山) 고을 아가씨들이 짧은 장마에 마(麻)가 자라지 않으면 애타는 심정으로 ‘마(麻)야, 길어라(長)’며 눈물을 흘렸다 해서 ‘장마’란 말이 나왔다는 주장도 있다.             

삼베(Hemp-Cloth) 짜기
삼베(Hemp-Cloth) 짜기

장마가 짧으면 갑산(甲山)의 아가씨들이 삼(麻)대를 흔들며 눈물을 흘렸다. 비가 조금만 내리면 삼이 덜 자라며 흉마(凶麻)가 되면 삼베 몇 필에 오랑캐에게 팔려가는 신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일본은 장마를 ‘바이우(梅雨)’, 중국에서는 ‘메이위(梅雨)’라고 한다. 중국어와 일본어 발음은 약간 다르지만 한자의 뜻은 같다. 

일본이나 중국 모두 ‘매화(梅花) 매(梅)’자를 쓴다. ‘매화의 열매인 매실이 익을 무렵에 내리는 비’가 ‘장마’다. 일본과 중국에서 장마를 ‘매우(梅雨)’라고 부르는 게 조금은 운치(韻致)있어 보인다.  

비, 장마와 관련해서 우리 삶의 생활필수품인 우산(雨傘<비 雨+우산傘>) 이야기다. 

‘머리에서 가슴까지 사랑이 내려오는데 70년이 걸렸다’고 하신 故.김수환 추기경(1922~2009년)의 ‘삶과 우산’이란 명시(名詩)다.  

<고 김수환 추기경>

‘삶’이란 ‘우산을 펼쳤다 접었다 하는 일’이요.
‘죽음’이란 ‘우산을 더 이상 펼치지 않는 일’이며
‘성공’이란 ‘우산을 많이 소유하는 일’이다.

‘행복’이란 ‘우산을 많이 빌려주는 일’이요.
‘불행’이란 ‘아무도 우산을 빌려주지 않는 일’이다.

‘사랑’이란 ‘한쪽 어깨가 젖는데도 하나의 우산을 둘이 함께 쓰는 것’이요. 
‘이별’이란 ‘하나의 우산 속에서 빠져나와 각자의 우산을 펼치는 일’이다.

‘연인’이란 ‘비 오는 날, 우산 속 얼굴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요.
‘부부’란 ‘비 오는 날, 정류장에서 우산을 들고 기다리는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다.

비를 맞으며 혼자 걸어갈 줄 알면 ‘인생의 멋을 아는 사람’이요.
비를 맞으며 혼자 걸어가는 사람에게 우산을 내밀 줄 알면 ‘인생의 의미를 아는 사람’이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비(雨)’다. 
‘사람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우산(雨傘)‘이다.

한 사람이 또 한 사람의 우산이 되어 줄 때 
한 사람은 또 한 사람의 마른 가슴에 단비가 된다.

끝으로 ‘눈 내리는 겨울날엔 내 가슴은 불이 되고, 비 내리는 여름날엔 내 가슴은 우산이 되리‘란 ’나훈아의 사랑‘이란 노래 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온다.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국제PEN클럽 이사, 수필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