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도 있는 삶 vs 저녁만 있는 삶
저녁도 있는 삶 vs 저녁만 있는 삶
  • 손영남 기자
  • 승인 2018.09.12 0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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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 근로시간단축이 바꿔놓은 삶의 모습
줄어든 월급 탓에 투잡이라도 뛰어야 할 판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지난  7월 1일 시행된 주52시간 단축 근무가 바꿔놓은 삶의 모습은 어떨까? 누군가는 저녁 있는 삶이 생겼다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 반면 또 다른 누군가는 예전이 낫다며 불만을 토로하곤 한다.

저마다의 사정이 다르니 일반화시키기엔 무리가 있지만 주변 지인들의 경우를 보면 대략 이렇게 나뉜다.

저녁 있는 삶을 흐뭇하게 생각하는 부류는 주로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이들이 많다. 한 증권사에서 이사로 재직하는 지인은 요즘 5시면 업무에서 손을 떼고 퇴근한다며 수시로 전화가 오는 걸 보면 지금의 삶이 나쁘지는 않은 모양이다. 아마 이게 정부가 52시간 단축 근무제를 들고 나왔을 때 그렸던 풍경일 것이다.

그러나 모두 다 그런 건 아니다. 동문 후배 중 몇몇은 중소 기업에서 기술직으로 근무하는데 갈수록 얼굴빛이 어두워지는 걸 보면 대충은 짐작하게 된다.

그네들이라고 저녁 있는 삶을 싫어할 리는 없겠지만 문제는 그로 인해 홀쭉해진 월급 봉투다. 휴일특근이나 야근이 줄어드는 통에 초과 수당이 사라져버린 월급 봉투는 생각 이상으로 가벼워진 탓이다.

아직 아이들의 교육을 지원해야 하는 그들에게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백만원 남짓 빠져버린 월급이 못내 아쉬울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래서 그들은 예전이 좋았다는 말을 서슴지 않는 것일 터. 덕분에 요즘 대리운전을 하겠다는 아빠들이 늘고 있다는 웃지 못할 기사를 접하게 된다.

비단 내 주변만 이런 건 아니다. 인터넷을 보다 보면 '돈도 줄고 저녁도 사라졌다'는 불만을 손쉽게 찾을 수 있으니까. 아마 투잡이라도 뛰는 모양이다. 안 그래도 지친 몸을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또 다른 업무로 밀어넣는 지금의 상황이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괜찮다고 말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 제도가 전면적으로 시행될 때다. 노동자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은 2020년 1월 1일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은 2021년 7월 1일부터 이의 적용을 받게 된다. 

익히 알겠지만 소규모 사업장에 근무하는 노동자일수록 소위 말하는 본봉보다 초과근무 수당의 유무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바로 지금이 그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소 잃고 나서야 부랴부랴 고치는 외양간을 반길 사람은 없다. 

근로시간 단축이 시대의 흐름이라는 걸 부인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획일적인 도입이 야기할 문제만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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