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범석의 철도 이야기] 일본철도, 27,901km 철도망에 다양한 운행체제 갖춰
[장범석의 철도 이야기] 일본철도, 27,901km 철도망에 다양한 운행체제 갖춰
  • 편집국
  • 승인 2018.09.27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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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년대 중후반, 외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철도 도입
일본철도의 영업키로는 남한 3978.9km의 7배인 27,901km
2차대전 패망후에도 기술축적, 이를 바탕으로 1964년 세계최초의 고속열차 신칸센 완성
철도 운영주체는 JR과 사철, 그리고 제3섹터로 나뉘어
JR큐슈의 하카타~카고시마 신칸센  ⓒ위키피디아
JR큐슈의 하카타~카고시마 신칸센 ⓒ위키피디아

구미 열강이 해외 식민지 확보에 열을 올리던 1800년대 중후반, 일본은 외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철도를 도입했다. 영국과 미국의 기술지원을 받기는 했지만 아시아국가 최초의 자발적 결정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조선반도와 만주에 자신의 기술로 철도를 깔고 식민지를 통치한다.

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연합국 지배를 받는 가운데에도 기관차와 객차를 개량하고 동력을 전기로 바꿔나갔다. 이렇게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1964년, 세계최초의 고속열차 신칸센을 완성한다. 과거에 대한 향수 때문인지 많은 일본인들은 자국 철도를 세계최고라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타당성이 전혀 없다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객관적 기준이나 명확한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다. 철도는 결코 최첨단 기술의 결정체가 아니다. 종주국 영국 등에서 개발된 기술을 지역과 시대에 맞게 구현하는 교통수단의 하나일 뿐이다.

우리가 일본철도에 흥미를 느끼는 것은 27,901km(2017년 일본국토교통성연보)에 달하는 방대한 철도망에 아기자기한 열차와 다양한 운행체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철도의 영업키로는 남한 3978.9km(2017년 한국국토교통부연보)의 7배다.    

■ 운영주체-JR과 사철, 그리고 제3섹터
1872년 첫 개통한 일본철도는 메이지 신정부가 건설하고 운영했다. 추가 노선도 국가가 주도할 예정이었지만, 내란으로 재정이 달리자 사(私)기업 자본이 철도건설에 참여하게 된다. 토쿄를 중심으로 동북방면 아오모리(青森), 서쪽으로 히로시마(広島)까지 철도가 완공되자 일본은 준비된 청일전쟁을 일으킨다.

이어 벌어진 러일전쟁에서도 철도 덕을 톡톡히 본 일본은 1906년 철도국유법을 제정해 철도를 국가에 귀속시킨다. 다만 일부 지방사철에 대해서는 지역 내 운행조건으로 존속을 인정했다. 이러한 방식은 1949년 미군정의 권고로 일본국유철도(국철)가 설립될 때까지 유지된다.

국철시대 일본철도는 눈부신 성장을 이룬다. 신칸센도 이 시절 작품이었다. 그러나 1960년대 중반부터 자동차와 항공 수송이 활성화되며 적자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여기에 신칸센 추가건설 등 설비 투자비용이 얹히자 경영이 극도로 악화된다. 인원감축 문제로 노사 간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민영화 방안이 논의되고, 진통 끝에 6개 여객과 화물철도로 분할민영화 된다. 1987년 4월 1일의 일이었다.

한편, 국철 민영화 후 국유철도에 대한 상대적 개념으로 쓰이던 사철(私鉄)이란 용어가 다소 어정쩡해지고 말았다. 100년 넘게 일본 철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사철은 호칭을 ‘민철’로 바꾸고 2013년 일반사단법인 일본민영철도협회(민철협)를 발족시킨다.

현재 민철협에는 대형사철 16사를 비롯한 72개 사철이 회원으로 있다. 사철을 광의로 해석하면 JR을 제외한 민간사업자가 운영하는 철도를 말한다. 하지만 이들 중 국철과 JR의 적자노선을 승계한 공공기관의 노선, 특수법인이 운영하는 모노레일이나 자동운전시스템, 특정구간의 화물라인 등은 사철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JR이나 사철에 속하지 않은 사업자는 제3섹터철도라 부른다. 이 세 부류의 운영주체를 모두 합치면 철도회사 총 숫자는 160개가 넘는다. 

사철 한큐전철의 프리미엄 특급 ‘청(靑)심포니’ 내부 ⓒ한큐전철
사철 한큐전철의 프리미엄 특급 ‘청(靑)심포니’ 내부 ⓒ한큐전철

◇ JR(Japan Railway)여객철도
JR은 6개 여객과 화물이 공동출자한 기술연구소와 정보처리회사를 포함해 총 9개로 이루어진 거대 철도조직이다. 이들을 한데 묶어 그룹으로 부르는 경우도 있지만, 자본구성이 제각각이어서 전체를 총괄하는 지주회사가 없다.

하지만 여객 6사는 동일한 승차권과 운임제도, 영업구간이 겹치는 역에서의 승하차, 재난발생 시 공동대응 등 협조체제를 잘 구축하고 있다. 노동조합과 의료보험 시스템도 국철시대 것을 그대로 승계 받는 등 연대감이 강하다.

JR 여객은 혼슈(本州)에 동일본・동해・서일본 3사, 북해도・사국・구주에 각 1곳씩 총 6사가 있다(사명은 한국식 표기). 이 중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수도권과 동북지방 노선을 운영하는 JR동일본이다. 토호쿠(東北)・죠에츠(上越)・호쿠리쿠(北陸) 등 신칸센 3라인과 간선・지방선 등 총 7,458,km의 영업노선을 보유하고 있다.

수송인원을 거리로 곱해 산출하는 ‘인 km’가 세계 최대이고, 여객수입이 독일철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그 뒤를 매출액 기준으로 JR동해와 JR서일본이 따르고 있다. 이들 3사는 수익성 높은 신칸센 구간에 안정된 수요를 가지고 있다. JR동일본은 토쿄, JR동해는 나고야(名古屋), JR서일본은 오사카(大阪)에 각각 본부를 두고 있다.

반면 ‘산토 3사’는 혼슈 쪽 회사에 비해 규모나 매출액이 크게 뒤진다. 산토(三島)란 일본을 섬 단위로 구분할 때 혼슈를 뺀 나머지 큰 섬 3개를 일컫는 말이다. 이들 3사는 민영화 후에도 적자가 지속되는 등 경영상태가 좋지 않다. 특히 JR북해도는 일본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낮은 지역으로 삿포로 시내를 제외한 모든 노선이 적자다. 겨울철 제설비용과 광열비가 많이 들어가는 것도 경영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JR사국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20년 전 모든 노선이 적자였던 상황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이 없다. 호텔・부동산・외식 등 관련분야에 진출하고 있지만, 절대 시장이 작아 수지개선에 한계가 있는 것 같다.

3사 중 JR구주는 최근 경영이 호전되고 있다. 2011년 큐슈신칸센 카고시마 구간 개통으로 승객이 늘고 여객단가가 올랐다. 1인 운전과 무인역을 확대해 인건비를 절감하고, 다양한 관광열차를 개발해 레저수요를 흡수했다. 선박・건설・유통・외식・부동산 등 비철도부문 사업에 힘을 모았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2017년 3월 결산에서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부산항~하카타(博多)항을 운항하는 국제고속선 비틀(Beetle)도 JR구주가 운영하고 있다.

JR그룹사중 가장 수익성이 좋은 곳이 JR 동해다. 연간 약1조7천억 엔 매출에 6천억 엔 정도 영업이익을 올린다. 영업키로가 JR동일본의 1/3에 못 미치고 JR구주나 JR북해도보다 짧지만, 토쿄~신오사카 황금노선을 가진 덕분이다.

JR동해는 독자적으로 5조1천억 엔을 들여 2027년 시나가와(品川)~나고야, 2037년 나고야~신오사카 구간을 운행하는 중앙신칸센을 건설하고 있다. 초전도자기부상식철도(리니어모터카)라는 신기술을 이용 토쿄~오사카를 최고시속 505km, 67분에 연결한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다. 현재 야마나시(山梨)에 실험선 42.8km를 완공하고 주행 실험 중이다.

1987년 국철개혁법에 따라 설립된 JR 각 사는 국가보유 주식을 주식시장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완전 민영화를 이뤄나가고 있다. 2002년 JR동일본을 시작으로 2004년 JR서일본, 2006년 JR동해가 주식상장을 완료했다. 2016년 10월에는 JR구주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아직 상장을 못한 여객 2사와 화물은 종전대로 정부산하 행정법인의 지휘와 감독을 받는다.

◇ JR화물철도
국철시대 지역단위로 운영되던 화물업무는 분할 민영화에 따라 JR화물이 통합관리하고 있다.
JR화물은 국철말기였던 1980년대 화물열차와 설비를 대폭 개선해 승계 받았으나 수송물량이 늘지 않고 있다.

한 때 철도화물이 일본 화물수송의 근간을 이루기도 하지만, 1960년대부터  고속도로망이 속속 건설되고 택배서비스가 자리를 잡으며 물량이 격감했다. 이러한 불리한 여건에서 환경보호를 위해 신차를 도입하고 철도수송의 장점과 메리트를 홍보하는 노력을 통해 최근 흑자로 전환 중이다.

영업방식을 화차단위에서 컨테이너 단위로 전환한 것도 주효했다. JR화물은 일부 전용선을 제외하고 JR여객철도에게 노선사용료를 지불하고 궤도와 시설을 이용한다.  

◇ 사철(Private railway)
사철의 원조는 미국이다. 미국은 처음부터 민간자본이 철도를 부설하고 운영했다. 1900년대 초반까지 황금기를 누리지만, 2차 대전 후 자동차와 항공기가 급속히 보급되며 승객이 줄기 시작했다. 1960년대 경영이 어려워진 철도회사 대부분이 여객영업을 포기하자, 1971년 연방정부가 공영기업 암트랙(Amtrak)을 설립해 여객수송을 총괄하도록 한다. 현재 순수 민간자본으로 100년 넘게 여객을 수송하는 사철은 지구상에서 일본이 거의 유일하다.

한국에 일제강점기 부설된 화순선(화순~복암)과 포스코 사내선(약) 등 2개의 사철이 있지만, 구간이 짧고 화물전용선이어서 여객수송과는 무관하다. 중국에도 2006년 광동성의 나정(羅定)철도가 경매를 통해 사기업으로 넘어갔지만 자본체계가 달라 사철로 보아야 할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 같다. 

일본의 사철은 대형, 준대형, 중소사철로 나눈다. 이 구분은 1950년대 임금교섭과정에서 중앙노동위원회가 규모・입지조건・인건비 등을 고려해 분류한데서 생긴 용어다. 이 기준에 따라 16개 회사를 대형사철로 부른다. 특수법인인 토쿄지하철을 제외하고 15개사를 대형으로 보기도 한다. 대형사철은 토쿄・오사카 등 대도시에 거점을 두고 대부분 부동산・건설・유통・외식 등 이업종에 진출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반면 중소사철은 인구감소・자동차문화정착 등 영향으로 관광객이나 통근수요가 있는 일부 노선을 제외하고 경영이 어려워 폐선 위기에 몰린 곳도 적지 않다. 중소사철 중 역세권 개발 등에 성공해 경영기반이 비교적 안정된 회사를 준대형 사철이라 부른다. 민철협에 가입한 72개 업체들은 2012년 협회를 일반사단법인으로 전환해 자신들이 민간철도의 원조임을 드러내 보인다.  

JR 회사별 로고
JR 회사별 로고

 

▲ 대형사철 15사    
<토쿄권>
・토부(東武)철도 : 1899년 개통, 토쿄~ 주변 4개현 10노선 463km, 토쿄 스카이트리 대주주
・세이부(西武)철도 : 1912년 개통, 토쿄~사이타마 12노선 176.6km, 세이부라이온즈 구단주
・케이세이(京成)전철 : 1912년 개통, 토쿄~치바현 7노선 152.3km, 토쿄디즈니랜드 대주주
・케이오(京王)전철 : 1948년 설립, 토쿄~카나가와 6노선 84.7km, 케이오호텔 체인 소유
・토쿄급행전철 : 1923년 개통, 토쿄~카나가와 8노선 104.9km, 부동산・유통 분야 강점
・케이힌(京浜)급행전철 : 1899년 개통, 토쿄~카나가와 5노선 87km, 하네다공항선 운행
・오다큐(小田急)전철 : 1948년 설립, 토쿄~카나가와 3노선 120.7km
・사가미(相模)철도 :  1921년 개통, 카나가와현 중앙부 2노선 35.9km 
<나고야(名古屋)>
・나고야철도(名鉄, 메이테츠) : 1898 개통, 아이치~기후현 22노선 444.4km
<오사카(大阪)>
・킨키일본철도(近鉄, 킨테츠) : 1914년 개통, 오사카 등 2부3현 22노선 501km, 최장 사철
・난카이(南海)전기철도 : 1885년 개통, 오사카~와카야마 9노선 154.8km, 가장 오래된 사철
・케이한(京阪)전기철도 : 1910년 개통, 오사카~쿄토~시가 7노선 91.1km
・한큐(阪急)전철 : 1910년 개통, 오사카~코베 10노선 143.6km
・한신(阪神)전기철도 : 1905년 개통, 오사카~코베・쿄토 4노선 48.9km
<후쿠오카(福岡)>
・니시니혼(西日本)철도(西鉄, 니시테츠) : 1911 개통, 후쿠오카현 내 4노선 106.1km
※로프웨이도 사철에 포함되나 구간에서 제외

▲ 중소사철과 준대형사철
중소사철은 민철협 회원사 중 대형사철 16사를 제외한 나머지 회사를 말한다. 이들 중에는 대도시 근교에서 역세권을 개발해 수익을 짭짤하게 올리는 곳도 있다. 그러나 외진 지방의 사철은 인구감소와 과소(過疏)화, 자동차문화 정착 등으로 노선을 축소하거나 감축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공공단체의 재정악화로 보조금이 끊기거나 감소해 폐선 위기에 몰리는 회사도 적지 않다. 다음은 비교적 경영이 안정된 준대형사철 5개사다. 
・신케이세이(新京成)전철 : 치바(千葉)현 마츠도~케이세이츠다누마(京成津田沼) 26.5km
・센보쿠(泉北)고속철도 : 오사카부 나카모즈(中百舌鳥)~이즈미츄오(和泉中央) 14.3km
・키타오사카(北大阪)급행전철 : 오사카부  센리츄오(千里中央)~에사카(江坂) 5.9km
・코베(神戸)고속철도 : 효고(兵庫)현 니시다이(西代)~모토마치(元町) 외 3개선 15.7km
・산요(山陽)전기철도 : 효고(兵庫)현 니시다이(西代)~산요히메지(山陽姫路) 외 1개선 63.2km

▲ 제3섹터 철도
제3섹터 철도는 수익성보다는 공공성에 비중을 두고 있는 공영철도다. JR민영화 직전에 제정된 국철재건법(1986년 폐기)에 의해 국가나 지자체가 민간자본과 결합한 형태다. 지방의 적자노선이나 공사가 중단된 노선을 승계해 운영하는 패턴이 많다.

신칸센 개통으로 이용객의 상당수를 잃고도 유사한 노선을 운행해야 하는 재래선(병행재래선이라 함)이 대표적이다. 적자가 누적된 JR화물의 임해지역 철도 상당수가 제3섹터로 전환되었고, 사철의 적자노선 중 7사가 이 방식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도시권 시민의 편의를 위해 자동운전시스템이나 모노레일을 건설하고 운영하기 위해 설립하는 경우도 있다.

이 밖에 대형이벤트나 재해복구 등 한시적 필요성에 의해 공공기관이 제3섹터 방식으로 증자하기도 한다. 운임은 일반 철도에 비해 대체적으로 비싼 편이다. 자금에 여유가 없어 부동산이나 유통 등 부가가치 높은 사업에 진출하지 못하고 운임수입에만 매달리기 때문이다. 이 카테고리에 속하는 회사들은 ‘제3섹터철도 등 협의회’에 가입하고 있다. 회원사는 현재 32개사다.

장범석 칼럼니스트
장범석 칼럼니스트

 

장범석

칼럼니스트·일본어통역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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