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귀에 경 읽기? 노동위 부당해고 구제명령 거부하는 공공부문 사업장
소 귀에 경 읽기? 노동위 부당해고 구제명령 거부하는 공공부문 사업장
  • 손영남 기자
  • 승인 2018.10.16 0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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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기업도 사정은 매한가지.. 롯데쇼핑 9건 등 다수 사례 포착
최대 2년간 4차례 부과 가능, 초과 시 처벌 수단 없어 보완 시급
공공부문 이행강제금 이행실태. 자료제공 송옥주 의원실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한국관광공사의 자회사인 그랜드코리아레저는 2017년 7월, 해고된 직원의 해고 사유가 해고에 미칠 만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노동위원회로부터 구제 명령을 지시받았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대신 1차 이행강제금 845만원을 납부하고 버티다 결국 2차 부과 전, 구제명령을 전부 이행했다.

국가기관인 중앙노동위원회의 시정명령을 민간부문도 아닌 공공기관이 거부하고 나선 셈인데, 문제는 이와 같은 사례가 한둘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송옥주 더불어민주당이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공공부문 부당해고 등 이행강제금 이행실태’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공공기관의 구제명령 거부사례가 다수 포착되었다고 10월 14일 밝혔다.

공공부문 부당해고 등 이행강제금 이행실태’ 자료를 공개한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

송의원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올해 8월까지 공공기관, 자치단체 등의 공공부문 사업장 61곳에서 노동자 131명을 부당해고, 정직, 전보, 감봉시킨 뒤, 행정기관인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을 이행하지 않고 총 9억 4천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납부하는 것으로 대신했다는 것.

사업장 유형별로 보면 2016년 공공기관 13곳·자치단체 16곳, 지난해 공공기관 12곳·자치단체 8곳, 올해 8월 현재 공공기관 5곳·자치단체 7곳 등 총 61곳이다.

노동위원회가 내린 부당해고 판정의 경우, 구제명령을 거부하고 행정소송으로 간다 하더라도 뒤집혀질 확률은 10% 내외이며, 이마저도 노동위원회 심판 과정에서 다루지 않았던 새로운 증거가 나올 경우라는 점을 감안해보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수치라는 것이 송의원의 말이다.

송의원은 “지자체, 공공기관 등 공공부문마저도 정부 행정기관인 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구제명령을 거부하고 이행강제금으로 때우려고 하는데, 어떤 민간기업이 노동위원회의 결정을 수용하겠느냐”고 지적하며 해이해진 공공기관의 안이함을 꼬집었다.

그 예로 송의원이 제시한 것이 중앙노동위에서 받은 ‘최근 1년간 구제명령 상습 불이행 상위 10개업체 현황’이다. 

이에 따르면 부과건수 기준 롯데쇼핑이 9건으로 1위, 서울특별시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한국아이비엠·현대자동차가 8건으로 2위, 하나은행·학교법인경희학원이 7건으로 3위, 거제시희망복지재단·아시아나항공·한국씨티은행이 6건으로 4위를 기록했다. 

근로기준법 제33조(이행강제금) 제1항에 따르면 “노동위원회는 구제명령(구제명령을 내용으로 하는 재심판정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을 받은 후 이행기한까지 구제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사용자에게 2천만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행강제금은 구제명령을 불이행한 사업장에 2년간 4차례에 걸쳐 부과되는데(근로기준법 제33조 제5항), 롯데쇼핑은 3건의 사건에 대해 4건/3건/2건씩 총 9건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되었고 9천 35만원의 부과금 중 7천 35만원을 납부했다.
 
2위를 기록한 현대자동차의 경우 3건의 사건에 대해 총 8건(3건/3건/2건)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되었고 금액은 무려 6850만원이었다. 공동 2위를 기록한 한국 아이비엠은 4건의 사건에 대해 총 8건(3건/2건/2건/1건)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되었고 1억 515만원의 부과금 중 9천 20만원을 납부했다. 

자료제공 송옥주 의원실
구제명령 상습 불이행 상위 10개업체 현황. 자료제공 송옥주 의원실

송 의원은 “현행 이행강제금 제도는 근로기준법상 구제명령을 불이행한 사업장에 최대 2년간 4차례에 걸쳐 부과가 가능한데, 이를 초과하면 구제명령 불이행이 있어도 더 이상 처벌할 수단이 없다”며 “‘노동위원회 구제명령의 실효성 제고’라는 이행강제금의 취지 및 노동자 보호 측면을 고려했을 때, 이행강제금 부과횟수와 부과금액 상향 등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민간기업의 경우, 제대로 된 후속 수단이 없어 이를 악용하는 경향이 있지만 현행 법률로 제재하는 방안이 없다는 게 문제라는 뜻이다. 

이를 보완할 조속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은 물론이지만 더 큰 문제는 역시 공공부문에서의 사례다. 정부의 명령 체계가 원활하지 않다는 방증인데 이는 국가 기강의 문제와도 직결된다.

송옥주 의원은 “공공기관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앞장서기는커녕 정규직으로 전환되어야 할 노동자들을 부당해고하고도 정부예산으로 이행강제금만 내고 버티는 것은 정부정책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이다”고 강조함으로써 이에 대한 엄정한 제재가 뒤따라야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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