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의 CEO칼럼] 죽마고우(竹馬故友) 대길에게
[전대길의 CEO칼럼] 죽마고우(竹馬故友) 대길에게
  • 편집국
  • 승인 2018.10.24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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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길 
(주)동양EMS사장, 수필가
국제PEN클럽한국본부 이사 

<지난 2010년 2월 말, 충북 보은 삼산초등학교(48회), 보은중학교(13회) 동기 동창인 ‘구연식 서울 은석초등학교 前.교장(교육학 박사)’이 자신의 심경을 적은 편지를 내게 보내왔습니다. 

8년 넘게 보관해 오던 편지를 공개합니다. 초등학교에서 체육지도자들의 고충과 애환 그리고 자긍심을 진솔하게 적었습니다. 구연식 박사에게 편지 내용 공개를 허락받았습니다. 아래는 그 편지 내용입니다>      
    
죽마고우(竹馬故友) 대길에게

오늘은 기분이 참 좋은 일이 생겼네. 오늘은 너무나 뜻 깊은 날이라네. 
이승훈이는 서울 리라초등학교 출신으로 서태윤 코치가 가르쳤고 내가 한국 초등학교 빙상경기연맹 전무이사로 있을 때 개최한 ‘교보생명 컵 숏트랙 전국대회’에서 종합우승을 했다네.

이번 카나다 동계올림픽 金메달리스트인 이승훈이나 이상화, 모태범, 이정수 선수 등은 요즘에도 내가 숏트나 스피드 대회에 심판을 보러 다니면서 늘 얼굴을 마주 대하는 선수들이네.
 
그런데 모태범 선수와 이상화 선수는 내가 은석초등학교 빙상부 감독시절에 발굴해서 심신을 다 바쳐 정성으로 키운  선수들이네.           

<이 상화 선수>

특히 이상화 선수는 은석초등학교 2학년때 숏트를 조금했는데 신체적 조건이나 자세, 근성 등이 좋아 보여서 눈 여겨 보았다네. 은석초등학교 3학년 때에는 운동을 하지 않아서 이상화 선수의 어머니와 직접 만나서 면담을 통해 운동하기를 권했다네. 

상화 어머니는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서 못한다고 했었네.우리 함께, 같이 연구해서 힘 껐 키워보자고 하면서 전례나 규정에는 없지만 특별히 이 무열 교장 선생님께 부탁드려서 수업료를 면제해 주도록 힘써 보겠다고 상화 어머니에게 말씀드렸었네.
 
이에 상화 어머니는 1000만원을 은행융자 받아 운동을 시켜 보겠다고 했었네.  그 당시 이 무열 교장 선생님께 힘들게 부탁을 해서 어렵게 허락을 받아냈었네. 

상화가 4학년 때에는 은석초등학교 스피드 코치인 전 풍성 선생님께 상화를 소개하고 잘 키워 주기를 머리 숙여 부탁했었다네. 그 때 은석초등학교에는 숏트부가 없었어....   

그렇게 시작한 운동인데 그 해에 전국동계체전에서 메달을 땄다네. 이듬 해에는 모 태범, 이 상화를 포함한 '은석 빙상부‘가 전국 동계체전에서 스피드부문 남, 여 총 8개의 금메달 중에서 6개의 금메달을 휩쓸었다네.                     

 <모 태범 선수>

서울시 체육회로부터 교장선생님 공로패와 함께 나도 격려금 100만원을 받았었네. 물론 격려금 전액을 은석초등학교 빙상부 선수들의 장학금으로 흔쾌히 기부하고 후원을 했네. 
          
그런데 인생은 참 묘한 거야.
그 당시에 스케이트를 잘 타는 두 선수가 있었는데 집안의 경제력이 좋아서 골프로 옮겨갔는데 아직까지 성공했다는 소식은 없다네.형편이 어려웠던 이 상화나 모 태범은 지금 세계적인 올림픽 영웅이 되었으니 ‘인생사 새옹지마’가 아닌가?

돌아보니 지난 30년 넘게 빙상 꿈나무 선수 발굴과 지도육성에 내 청춘을 다 바쳐왔지만 우여곡절이 많아 중단했던 시절도 있었다네.        

<왼쪽에서 3번째 모태범선수, 4번째는 이상화 선수 맨 왼쪽이 구연식 서울 은석초등학교 빙상부 감독>

시합을 끝내고 눈보라가 치는 어느 겨울 밤, 어느 의사의 아들인 3학년 선수가 빙상부용 자동차로 귀가하던 중 하차(下車)하다가 그 학생의 옷이 자동차에 끼어서 사망하는 사건이 있을 때가 가장 힘들고 어려웠다네. 

몇 년 후 열심히 하는 것이 고인에 대한 사명으로 생각하고 빙상부를 다시 맡아서 열심히 가르쳤는데 지금에 와서 이런 좋은 결실을 얻은 내 자신이 마냥 자랑스럽네. 

대길 친구는 지금 나의 감동적인 삶의 보람과 기분 좋은 심경을 조금이라도 느끼겠는가? 모두들 현재의 영광만을 보지만 초석을 갈고 닦은 지금은 보이지 않는 희생들도 기억해 주면 참 좋겠네. 

영광은 서로 차지하려고 한다네. 어느 누군가가 씨감자 역할을 해서 훌륭한 감자를 이어서 태어나게 한 것에는 작은 관심도 없다네. 

잘 기른 것만 갖고서 뽐내며 자랑을 할 뿐이라네. 어린 아이들의 교육은 무수한 희생만 있는 직업이라네. 
건축도 튼튼한 기초공사와 주춧돌은 보이지 않고 보이는 건물만 평가하듯이...말일세. 

그동안 가슴 속에 묻어 놓았던 이야기를 처음 꺼내 보았네.  숨겨두었던 이야기를 대길 친구에게 털어 노니 속이 후련하네. 

내 가슴 속 이야기를 들어주어서 고맙네. 
하고자 하는 일마다 모두 이루어지고 건강하게나.   

2010년 2월 24일, 추운 겨울 아침에... 
보은 땅 고향 친구, 연식이가 씀. 


전    대    길 
(주)동양EMS사장, 수필가
국제PEN클럽한국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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