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의 적은 정규직 노동자인가?
비정규직의 적은 정규직 노동자인가?
  • 손영남 기자
  • 승인 2018.10.31 0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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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쌍 사나운 정규직들의 기득권 지키기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현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지금까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인터넷 검색창에 ‘정규직 전환’이란 키워드를 치면 너무도 쉽게 이와 관련된 기사를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시대의 흐름처럼 보여진다.

그러나 조금만 내용을 살펴보면 그게 온전한 정규직 전환이 아니라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대표적인 것이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정규직 전환이다. 자회사에서 정규직으로 고용된다 해도 대부분은 본사의 임금체계나 복지혜택과는 차별을 받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결론적으로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정규직 전환은 눈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쇼일 뿐이란 것.

백번 양보해 이를 이해한다고 치자. 그래도 정규직이어서 행복하다고 말하는 비정규직들도 있으니까. 그러나 정말로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있다. 바로 같은 노동자인 정규직들의 기득권 지키기가 그것이다.

지난 10월 27일 대전 원자력 안전위원회 정문앞에서 일단의 노동자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소속 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정규직전환을 추진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일방적으로 자회사로 내몰고 있음을 규탄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이었는데 이 자리에서 참석한 노동자들이 들고 나온 내용은 우리를 실망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여타 내용들은 기존의 자회사 설립 방식 정규직 전환에서 불거진 내용들이었으니 차치하자. 놀라운 건 정규직 전환을 논의하기 위한 원자력안전기술원 노사협의기구에 참여하는 정규직노동조합의 태도였다.

똑같이 땀을 흘리는 노동자들인 그들이 비정규직을 본사가 직접 고용하는 정규직 전환방식이 부당하다고 입장을 밝힌 것. 이를 입증하기 위해 정규직노동조합은 정규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비정규직전환에 대해 설문조사까지 하는 친절한(?) 결과를 노사협의기구에 제출했다고 한다. 

그들은 직접고용을 반대하는 가장 큰 논리로 전환과정에 소요되는 인건비를 부담하기 어렵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기관의 추산에 따르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직접고용할 경우 비정규직 1인당 소요되는 재원은 556만원이며 정규직 1인당 부담액이 1인당 연간 829,000원이라는 결과를 도출해냈다. 

이에 대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용역회사가 가져가는 관리비+이윤 1인당 금액이 244만원, 정부에서 공통적으로 지원하는 식비 월13만원, 명절상여금 80만원, 복지포인트 40만원을 더하면 276만원으로 둘을 합할 경우 520만원 가량 된다고 주장한다. 

정규직 노동조합이 근거로 든 액수와의 차액은 36만원에 불과하다. 이를 월 부담액으로 환산하면 3만원. 현재 원자력안전기술원 정규직들의 평균 연봉은 거의 1억에 육박하고 있다. 

연봉 1억원의 정규직이 월3만원이 아까워 비정규직 직접고용을 못해준다는 말이 된다는 셈인데 이걸 이해할 수 있을까. 

사실 정규직 노조가 그 돈이 아까워 직접 고용을 반대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인건비 부담보다는 그들 사이에 공유되는 일종의 계급의식 내지는 기득권 침범을 꺼리는 생각들이 이를 끌어낸 것이라 보여지기 때문이다. 그게 무엇이든 실망스럽긴 매한가지다. 

물론 이건 개인의 문제이기 전에 사회 구조적 병폐에 따른 부작용일 것임은 분명하다. 중요한 건 이런 의식을 만들어낸 우리 사회의 노동구조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확률이 크다는 점이다. 

노동자의 적이 노동자여선 안 된다. 비정규직의 적이 정규직이어선 더더욱 안 된다. 같은 노동자들끼리도 계급이 나눠지는 이런 사회를 보게 되는 뒷맛은 너무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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