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동 박사의 경제칼럼] 왜 지금 한국의 원화 환율이 중요할까?
[김근동 박사의 경제칼럼] 왜 지금 한국의 원화 환율이 중요할까?
  • 편집국
  • 승인 2018.11.26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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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우호적인 관계 강화해 원화 환율 변동 리스크 최대한 줄여야
김근동 박사
-현 국제협력포럼 위원
-전 산업연구원(KIET),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전 삼성그룹 회장비서실(도쿄 주재)

금년 10월말 현재 한국의 수출 및 기업 매출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가운데 향후 경기의 향방을 결정짓는 주요 경제지표인 고용 투자 소비가 급속히 둔화되거나 얼어 붙고 있다. 

최근 국제결제은행(BIS)은 한국경제가 그동안 견실한 성장세를 보였으나 잠재 성장률이 점차 둔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경제는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다. 이런 한국경제에 수출이 갑자기 둔화될 경우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한국의 수출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이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다. 

현재 한국의 원화 환율이 1달러당 1,100원 전후에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내수가 부진해도 원화 환율이 안정되어 수출이 호조를 보이게 되면 급속한 경기 감속을 줄일 수 있다. 

달러에 대한 자국 환율의 중요성은 한국 뿐만 아니라 수출이 많은 일본 독일 중국 등의 국가도 잘 인식하고 있다.

2010년초 일본 도쿄의 긴자에 있는 일본 소니의 인재개발실로 발령이 난 Y과장은 아침 일찍 출근했다. 그런데 사무실에 도착해 보니 칸막이로 만들어진 책상만 있었다. 회사에서는 아무런 일을 주지 않았다. 

대기 발령을 받은 직원들이 임시로 근무하는 곳이었다. Y과장은 회사 입사후 신제품 개발의 공로상을 받는 등으로 잘 나가는 직원 이었다. 하지만 일이 없어 수개월째 아무런 업무를 받지 못하자 인재개발실에 더 이상 있을 수 없어 그만 사표를 내고 말았다. 

한 때 Y과장 부서가 개발해 출시한 전자 제품은 날개 돋힌 듯이 판매되면서 회사의 성장을 견인했었다. 국제 금융위기가 불어 닥치자 상황이 크게 변했다. 당시 안전 자산으로 평가된 엔화 수요가 늘어나면서 달러에 대한 엔화 환율이 초강세를 보였다. 

이렇게 되자 국제시장에서의 달러 표시 소니 제품의 가격이 상승 했다. 전자제품의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품질이 향상된 한국 중국 대만 등과의 경쟁에 밀려 소니 제품의 판매가 크게 위축되었다.  

위와 같이 국제시장에서의 환율은 기업 생사를 결정할 정도로 중요하다. 이렇게 중요한 환율의 변동 원인은 무엇이며 한국의 원화 환율을 변동시키는 요인은 무엇일까? 

미국 달러의 요인과 한국 원화의 요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 

달러의 강세 요인이다. 현재 미국경제는 견실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투자 확대로 달러 수요가 늘어나면서 미국내 금리가 올라 가고 있다. 달러 매입의 움직임이 크다는 것이다. 

반면에 원화는 강세와 약세 요인이 공존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수출 및 무역 흑자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어 원화 강세 요인이 되고 있지만 북한 경협을 둘러싸고 미국과의 갈등으로 국가 리스크가 있어 원화 약세 요인이 되고 있다.

이렇게 달러의 강세 요인과 원화의 강세 및 약세 요인이 동시에 존재할 경우 한국의 원화 환율은 달러를 움직일 수 있는 미국에 의해 급격한 변동을 겪을 수 있다. 

현재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달러 강세를 유인하는 미국경제 우선주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정권은 국제간의 무역 마찰을 각오하면서도 자국 보호무역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한국의 주요 수출국인 중국을 환율 조작국가로 몰아 붙이면서 자국 수입 중국 제품에 대해 고액의 관세를 부과하는 등으로 중국 제품의 미국내 수입을 억제하고 있다.

한국은 중국의 대미 수출이 타격을 받게 되면 대중 반제품 부품 자재의 수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중국 수출이 줄어들 수 있다. 

한국의 원화 환율은 제품의 대미 직접 수출과 반제품 부품 자재의 대미 간접 수출의 영향을 받아 변동하게 되는데, 현재 위 품목의 대미 무역흑자 확대가 원화 강세를 부추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한국 원화의 적정 환율이 대미 무역흑자 증가로, 미국경기 호조에 따른 달러 강세 요인에도 불구하고, 달러 약세-원화 강세 요인을 반영해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한국 원화는 달러화에 대해 강세를 보이면서 한국 제품의 달러 표시 가격을 높여 수출을 위축시키게 된다. 한국 경제는 내수 부진에다 수출까지 줄어들게 되면 걷잡을 수 없을 혼란에 빠진다. 

이렇게 중요한 한국 원화 환율이 앞으로도 지금과 같이 안정세를 유지하게 할 방법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말하면 미국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강화해 원화의 환율 변동 리스크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은 대미 대중 수출에서 적절한 규모의 무역흑자를 유지하는 한편 정치 외교 리스크를 없애야 한다. 대북 경협을 둘러싼 미국 및 중국과의 불필요한 마찰을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약하면 한국 원화 환율 강세는 애써 쌓아 온 국제시장에서의 제품 경쟁력을 일시에 잃게 하여 전환기를 맞은 한국경제에 치명 적인 타격을 줄 수 있으니 달러-원화의 환율 변동 원인을 사전에 분석해 조심스럽게 다루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김근동 박사
-현 국제협력포럼 위원
-전 산업연구원(KIET),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전 삼성그룹 회장비서실(도쿄 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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