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의 CEO칼럼] 한국의 라과디아 판사
[전대길의 CEO칼럼] 한국의 라과디아 판사
  • 편집국
  • 승인 2018.11.2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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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국제PEN클럽한국본부 이사, 수필가

요즘 신문, 잡지, TV에는 전직 대법원장과 고위직 법관들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린다. 이를 지켜보면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안타깝고 씁쓸한 생각이 든다. 

머리에 먹물이 가득 든 일부 고위 공직자들이 평소에 바른 처신을 잘 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니 말이다. 

설사 이런 일이 일어나면 그 조직의 수장(首長)이 부하직원들의 과오를 모두 짊어지고 무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허나 그 수장이란 분은 그렇지 못하고 묵묵부답으로 이리저리 피해 다니는 것처럼 보인다. 

지도자의 리더십에 의문(疑問)과 회의감(懷疑感)이 든다. 한 조직의 최고지도자는 그 조직운영에 관한 일에 최종적으로 무한책임을 지는 것이다. 

재임 중 발생한 일에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고 권한만 행사하려는 자는 진정한 지도자(Leader)가 아니다. 어떤 일이 터졌을 때 부하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지도자(?)는 진정으로 큰 그릇이 아니라 소인배(小人輩)일 뿐이다. 

미국 뉴욕시에는 뉴욕시장을 12년이나 역임한 ‘피오렐로 라과디아(Fiorello Henry La Guardia, 1882~1947년)’ 판사를 추모하며 그 분의 이름을 딴 ‘라과디아 공항(LaGuardia Airport)’이 있다.      

 미국 뉴욕의 ‘라과디아 공항(LaGuardia Airport)’
 미국 뉴욕의 ‘라과디아 공항(LaGuardia Airport)’

1930년 그가 판사로 재임할 때 가게에서 빵 한 덩어리를 훔치고 절도혐의로 기소된 노인에게 벌금형을 선고함과 동시에 방청객에게도 개인별로 50센트의 벌금형을 선고한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사정이 딱하지만 남의 물건에 손을 댄 건 잘 못이다. 10$의 벌금형을 선고한다. 이렇게 된 것은 내게도 책임이 있으므로 10$의 벌금형을 나에게 선고한다. 또한 방청객 여러분께도 각 50센트의 벌금형을 선고한다”는 명판결이다. 법정에서 거둔 돈($57.5) 중에서 벌금 10$을 빼고 나머지($47.5)는 피고인 노인에게 주었다.   

우리나라도 이와 견줄만한 한국의 라과디아 판사(?)가 있다. 1980년에 대구지방법원에서 실제 있었던 숨은 이야기다.   

노모와 아들, 그리고 두 딸 사이에 재산 분배 문제로 재판을 하게 되었다. 이 들 사이의 격한 감정싸움으로 가족간에 화해시키기가 무척 어려웠다. 

이 때, 사건 당사자들을 대구지법 판사실로 불러서 자리를 권하고 “제가 화장실을 다녀오려는데 잠시만 기다려주세요”라면서 녹음기에 회심곡(回心曲) 테이프를 꼽고 틀어주었다. 

10분 후에 판사실로 돌아 온 판사에게 가족 모두가 눈물을 흘리면서 “우리 모두가 잘 못했습니다”라며 소(訴)를 취하했다. 이 사건을 슬기롭게 해결했던 그 당시 법관이 바로 강민구 대구지법 부장판사다. 

이런 이야기가 라과디아 판사와 비유되어 세상에 알려지면서 ‘한국의 라과디아 판사’라고 불리게 되었다. 황금에 눈이 어두워서 잃어버리고 살았던 우리네 삶의 기본을 바로 일깨워 준 귀한 사례다. 

창원지방법원과 부산지방법원의 삭막한 법정을 지역 예술가들과 협업과정을 통해 시서화(詩書畵)로 꾸며서 예술법정(藝術法庭)을 탄생시킨 강민구 서울고법 부장판사(창원지법원장, 부산지법원장, 법원도서관장 역임)는 ’인생의 밀도‘란 책을 펴내며 일상생활 속에서 ’생각의 근육‘을 잘 단련시켜야 좋은 생각을 하게 된다고 역설한다. 

강민구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환갑을 맞아 “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 away)”란 화두를 붙잡고 생각의 근육을 움직여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몰입해서 생각했단다. 

그는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이란 소학(小學)에 나오는 가르침을 생활화하려 힘쓴다. 그는 ”적선하는 집안에는  자손에게 까지 경사스런 일이 생긴다”는 가르침을 신봉한다.        

안동 농암종택에 내린 선조의 어필(御筆)...“적선(積善)
안동 농암종택에 내린 선조의 어필(御筆)...“적선(積善)

강민구 부장판사의 생각주머니 속의 생각들을 쭉~ 펼쳐보았다.  
 
○ 날마다 마음수련을 하여 인생의 본질과 우주원리에 비추어   자기의 현재 좌표를 철저하게 인식한다. 시간은 인간이 만든 관념상의 허상이나 그 시간을 이길 자는 인간 세계에서 아무도 없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시간이 모든 것을 쓸어 간다. 괴로운 일이든 행복한 일이든 모든 것은 변하고 지나간다.

○ 지나간 과거는 자료(Data)로 추억되는 환상이고 오지 않은 미래도 환상이다. 오직 이 장소, 이 시간(Now & Here)만이 의미 있는 인생이다.

○ 죽음은 모든 사람이 예외 없이 가는 길이다. 죽기 전에는 살아 있기에 죽음을 걱정하지 말고, 죽고 난 후에는 그 죽음을 볼 자아가 없기에 걱정할 이유가 없다. 우주원리에 비추어 보면 태초 수지화풍 원소로 제자리 환지되는 아주 정상적 과정이 죽음이다.

○  과거의 화려한 계급장이나 완장에 대한 추억은 하루 빨리 뇌리에서 말끔하게 지운다. 과거에 내가 무엇을 한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잘하고 있는가에 몰입하면서 항상 스스로 오감을 통해 인식되는 모든 것을 스스로 바르게 알아차려야 한다. 항상 깨어난 의식으로 알아차림에 유념해야 한다.

○ 항상 자기 몸과 옷을 깨끗하고 깔끔하게 해야 한다. 나이들 수록 구질구질하게 보여서는 곤란하다. 스스로를 팽개치며 살아가는 것은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 각자에게 맞는 쉼이 없는 운동과 명상을 통해 건강한 육신을 평소에 잘 갈무리해야 한다. 육신이 탈나면 정신도 따라간다. 환갑이 넘이서 병이 오는 것은 당연하게 여긴다. 나이가 들어 노년이 되면 기계나 사람 몸이나 고장이 나게 되어있다. 

○ 끊임없이 독서를 한다. 신간도 열심히 따라가면서 보고 고전도 다시 본다. 책을 사서 보는 것도 좋지만 공공도서관 등을 자주 이용할 수도 있다.

○ 자기만의 취미 몇 가지는 미리미리 준비한다. 사진, 그림, 여행 등 무엇이 되든지 자기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취미는 반드시 가져야 한다.

○ 자기만의 기록을 에버노트나 SNS에 꾸준히 남겨서 나중에 단행본 책을 만든다. 그 책이 비록 종이책이 아닌 전자책이고 사서 보는 사람이 없더라도 스스로의 기록물을 남기는 것이 주변 가족과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중요한 작업이다.

신변잡기가 되든, 전문적인 기록이든 기록 그 자체가 소중하다. 평소 하루 한 줄이라도 기록하는 것을 습성화한다.

○ 경제적 문제는 최소한의 것만 담보하는 것에 만족하고 지나치게 나이 들어서 경제적 문제에 집착하지 말아야 후회를 만들지 않는다. 하루에 세 끼 먹고 비를 피할 수 있고 병 치례를 담보할 수 있으면 만족하다는 마음가짐이 매우 필요하다.

○ 자식들에게 무엇을 많이 주거나 상속을 주려고 생각하는 것만큼 바보스러운 짓은 없다. 자식에게 필요 이상의 재물을 상속하는 것은 그들 스스로의 성취감과 활력을 빼앗는 것이다. 

자립심을 말살하고 자식 간에 분쟁만 만드는 독극물을 주사하는 것 같다. 자식이 사는 것은 그 나름대로 인연에 따라서 잘 산다고 위안을 삼으면 된다. 제사, 산소 문제 같은 것도 집착할 필요가 없다. 제사는 살아 있는 사람의 문화이고 죽고 나서는 제사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 정신적, 육체적 욕심을 버리고 해탈한다는 방하착(方下着)하는 마음훈련을 하여 스스로 모든 것을 내려놓는 연습을 꾸준히 한다. 나이가 칠십이 넘으면 어떤 자리라도 열심히 참여한다. 그러나 마이크를 잡지 않도록 스스로 절제해야 한다. 귀는 벌리고 입은 닫고 말이다. 

○ 능력이 되면 주변에 많은 보시행(普施行)을 실행하여 "적선지가 필유여경" 가풍을 행동으로 확립한다.

○ 스마트폰은 구형을 고집하지 말고 항상 최신식 스마트 폰을 마련한다. 자식은 최신 폰을 사주고 부모는 헌 폰을 쓰는 우(愚)를 범하지 말자.  시대의 흐름과 추세에 절대 떨어지지 않는 젊은 오빠가 되도록 노력한다. 새로운 앱이나 기술은 젊은이보다 더 열심히 익히고 배우고 활용하기를 스스로에게 약속한다.

○ 일차적으로는 가족, 나아가 친구들과 유익한 오프라인, 온라인 많은 대화에 적극 참여하고, 저명한 고수들의 SNS를 팔로우하여 최신 지식과 정보에서 동떨어진 꼰대가 되지 말도록 노력한다.

○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잠시 감사기도를 한다. 하루 일과를 마감할 때엔 머릿속을 말끔하게 정리하는 습관을 들인다. 

위 내용은 사람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대하느냐가 참으로 중요하다.

‘인사(人事)의 사(事)자’를 ‘일 사(事)’자로 보느냐, ‘섬길 사(事)‘자로 보고 행동하느냐의 관점(觀點)의 차이를 일깨워준다.  미국, 한국의 라과디아 판사는 사람을 ‘섬길 사(事)‘자로 보았다.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국제PEN클럽한국본부 이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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