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뿐인 정규직 전환..근로자가 원하는건 '정규직'인가? '근로환경개선'인가?
이름뿐인 정규직 전환..근로자가 원하는건 '정규직'인가? '근로환경개선'인가?
  • 이윤희 기자
  • 승인 2018.12.07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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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안정적인 고용과 복지, 정당하게 누릴 수 있는 권리 원해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대한민국이 일자리와 고용에 관련된 문제로 연일 홍역을 치르고 있다. 현 정부가 공공기관 내 비정규직 제로화를 외쳤으나, 오히려 공공기관의 단시간 청년 인턴형 일자리가 늘었고 비정규직 채용 비율은 늘어났다. 노동계는 이러한 실태를 비판하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시급히 처리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근로자들의 강력한 요구에 정부와 대기업들은 일부 비정규직들을 정규직으로 속속들이 전환하고 있다. 최근 노동신문은 매일같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쏟아져 나오는 정규직 전환 기사의 이면에는 이름만 정규직인 경우가 대다수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 일부에서는 기간이 정해진 계약직이었던 이들이 단순히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거나 간접 고용 근로자들이 설립된 자회사를 통한 직접고용 방식으로 한 정규직 전환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퇴직금이나 연·월차, 상여금, 임금 등은 기존의 계약과 큰 차이가 없는 채로 이름만 정규직을 단 셈.

특히 그나마도 일반 구직자들과 함께 경쟁채용을 통해 진행되다보니 오히려 정규직 전환으로 인해 잘 다니고 있던 직장을 잃는 사례까지 발생되고 있다.

이쯤되니 한가지 의문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정말 비정규직이 다 사라지면 행복한 고용 환경이 되는가?, 정규직만 되면 고용의 질이 향상되고 비정규직은 모두 저임금에 불행할 수 밖에 없는가?

현재 우리나라는 고용의 구조를 단순히 고용형태로만 입각해 정규직 VS 비정규직으로 갈리는 이분법적인 시각에서만 바라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어떤 고용형태든 무조건적인 '악'으로 치부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정규직은 절대 '선'으로 여겨지고, 비정규직은 절대 '악'을 대변하며 비정규직을 벗어나야만 풍요로운 경제생활과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찾을 수 있을 것 처럼 생각한다.

물론 비정규직 고용이 기업의 비용절감 차원으로만 여겨지며 비정규직의 유연적인 고용환경에서 얻을 수 있는 부수적인 파생효과와 전문성은 도외시 됐기 때문에 열악한 근로환경이 야기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원인이 '비정규직'이어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열악한 근로조건과 차별대우에 있으며 이를 혁파하지 못한다면 비정규직은 사라지더라도 또다른 이름의 비정규직이 발생할 것이 자명하다.

비정규직에 대한 비판을 해결하기 위해선 비정규직을 전부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처우와 임금, 고용형태에 대한 차별을 바꿔야만 한다.

다시 한 번 되짚어 보자. 근로자들이 바라는 것은 '정규직'인가? 아니면 '우수한 근로환경'인가. 누구나 답을 알고 있는 질문이다. 근로자들이 바라는 것은 정규직 타이틀이 아니다. 안정적인 고용과 복지, 정당하게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원한다. 근로자가 달고 있는 타이틀이 정규직이 됐던 비정규직이 됐던, 각각의 고용형태에 맞는 뛰어난 근로 환경이 뒷받침되야 한다.

또다른 이름의 비정규직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더이상 타이틀만 바뀌는 정규직 전환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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