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진 노동사다리.. 비정규직에서 정규직 가는 길 어려워져
끊어진 노동사다리.. 비정규직에서 정규직 가는 길 어려워져
  • 손영남 기자
  • 승인 2018.12.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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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정책대응' 보고서 발행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가는 통로도 갈수록 좁아진다
자료제공 한국은행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 등 여러 고용지위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자료제공 한국은행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한번 비정규직은 영원히 비정규직으로 머물러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심화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일도 갈수록 어려워진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향하던 노동 사다리가 무너지고 있다. 

박광용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이 12월 10일, 황인도 한은 차장, 전병유 한신대 교수와 함께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정책대응: 해외사례 및 시사점’ 보고서를 내고 이같은 내용을 적시했다. 

박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중소기업에 취업한 임금 근로자가 1년 후 대기업으로 이동하는 비율은 2004년~2005년 3.6%에서 2015년~2016년 2.0%로 하락했고, 비정규직 근로자가 정규직으로 이동하는 비율은 같은 기간 15.6%에서 4.9%로 크게 하락했다고 밝혔다. 갈수록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심화되고 고착화된다는 의미다. 

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로 본 노동시장 이중구조도 심각했다. 1980년대 초 1.1배에 불과하던 대규모사업체(종업원 300인 이상)와 중소업체 임금격차는 2014년 1.7배로 확대됐다. 

대규모사업체의 임금 프리미엄 추정치는 이 기간중 6.3%에서 46.1%로 상승했다. 임금 프리미엄은 근로자의 경력, 학력, 연령 등의 요인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대규모 사업체에 속했다는 이유만으로 더 받는 임금을 의미한다.

비정규직 임금은 2000년대 중반 정규직의 62%에 불과했으나 2007년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소폭 개선되면서 2017년에는 70%대로 상승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우리 노동시장의 분절성이 그만큼 강해졌고 이에 따른 양극화도 심화되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갈수록 심화되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건강한 시장 형성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한시 바삐 이를 개선해야 한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심화되면 생산성이 저하되고 소득불균형이 심해져 성장잠재력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를 개선하려면 산업이나 업종 수준에서 임금이 결정되도록 하고 임금과 작업방식을 유연화하는 기능적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 박위원의 주장이다. 

연구팀은 스웨덴이나 네덜란드의 사례를 예로 들며 장기간 사회적 논의를 거친 합의에 따라 노동시장 유연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스웨덴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추구하는 연대임금정책 추진으로 임금 불균형을 크게 축소시켰으며 네덜란드는 여러 차례의 사회적 협약을 통해 네덜란드식 유연안정성 모델을 정립함으로써 효과를 봤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우리도 이런 사례를 참고해 노사정 모두가 참여해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놓고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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