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있으나 마나한 하도급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을의 보호는 누가?"
[취재수첩] 있으나 마나한 하도급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을의 보호는 누가?"
  • 이윤희 기자
  • 승인 2018.12.24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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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발전소 하청기업 김용균씨의 사망사고는 불공정 관례가 원인
대기업 65.8% "산업안전보건법 현실 여건 고려 필요"
하도급법 위반 행위 벌점 받아도 적절한 처벌이나 조치 미비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얼마전 세간을 안타깝게 한 소식이 알려졌다. 태안발전소의 하청기업 소속으로 근무하던 20대 김용균씨의 사망소식이다.

김용균씨의 안타까운 사건 이후 하청 소속 근로자 대한 과중한 업무 부담과 '위험의 외주화' 등 불공정한 관례가 근로자들을 위험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실제로 금번 사고로 사망한 김용균씨 역시 2인 1조 근무라는 기본적인 내용조차 지켜지지 못한 현장에서 홀로 근무하던 중 변을 당했으며 보고된 내용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개 발전사에서 발생한 산재사고 중 97%가 하청 노동자가 맡은 업무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고 이전부터 하청 소속 노동자들은 위험천만한 근무환경에서 업무 도중 사망하거나 다치는 사고는 비일비재했다는 뜻이다. 

정부는 사고 이전부터 하도급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을 강화하며 원청과 하청 사이에 불공정한 근무 환경을 개선에 나서겠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하청 소속 근로자에 대한 처우 개선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에 대한 이유를 찾기란 어렵지 않다. 정부가 행정으로 규정한 '법'이 유명무실하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발표된 한국경제연구원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관련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의 65.8%가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 현실 여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으며 19.3%는 근로자에 대한 의무 규정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조사되 실제 현장에서 효과를 보일 수 있을지 의문점을 드러냈다. 

하도급법을 어긴 원청 기업에 대한 적절한 제한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가 됐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하도급법 위반 행위를 신고한 하청 기업에 원청 기업이 보복조치를 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제재가 이루어지지 않아 신고가 오히려 불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10월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병욱의원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공정위는 하도급법을 위반한 원청 기업에 벌점을 부여하고 해당 벌점이 5점을 초과할 경우 공공입찰 참여를 제한하는 퇴출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2018년 6월 기준 벌점 5점을 넘은 34개 기업 중 해당 조치가 의결된 곳은 단 3곳에 불과했다.

또한 최근 5년간 하도급법 보복조치 신고 13건 중 9건은 심사절차를 종료했고 4건은 무혐의로 결론내리며 고발을 받은 기업은 단 한곳도 없었다고 밝혔다.

12월 10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례적으로 벌점 10점을 넘긴 원청업체 2곳에 영업정지를 추진한다고 밝혔으나 국토부에서 안건이 통과될 수 있을지, 실제로 영업정지까지 추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이처럼 하도급 거래시 하청기업을 상대로한 원청의 갑질에 대한 느슨한 처벌이 불공정 하도급 거래를 양산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불공정한 대우에 대해 처벌을 요구하더라도 원청기업보다 하청기업이 받는 피해가 더 크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거래를 이어가는 기업도 다수다.

모 도급기업 관리자는 "고객사인 원청기업에 대해 신고를 진행하면 다른 원청사도 계약을 꺼려해 결국 우리만 손해"라며 "원청 기업은 불공정 거래가 적발되도 벌점 몇점이면 끝나는 일이지만 하청 기업은 생계가 걸려있다"고 토로했다. 

엄벌 조치없는 유명무실한 법으로 인해 하청기업과 소속 근로자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이번 태안화력발전소 사고 이후 정부는 '산업안전보건법'을 한층 더 강화하여 도급거래 일부를 제한하고 안전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더욱 확대하는 등 위험의 외주화를 예방하는 개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법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정부에 바란다! 

개정된 법이 본래 취지대로 충실히 이행되기 위해서, 또 이번과 같은 안타까운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 법이 을의 보호막이 될 수 있도록 법을 어긴 이들에 대한 처벌과 조치도 함께 강화하고 하도급 거래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기를 바란다.

앞으로 더이상은 '하청 기업'이란 이유만으로 고통받는 사업체나 '하청 소속 근로자'라는 이유만으로 위험 속에서 일해야 하는 누군가의 아들딸들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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