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항상 소를 잃고 나서야 외양간을 고치는 걸까?
왜 우리는 항상 소를 잃고 나서야 외양간을 고치는 걸까?
  • 손영남 기자
  • 승인 2018.12.26 0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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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구의역 스크린 사고와 똑닮은 태안발전소 참사
제대로 된 대처 있었다면 방지 가능했던 외험의 외주화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24살 청년 김용균 군의 이름 앞에 ‘고(故)’자를 붙이고 나니 비로소 온 사회가 분주해졌다. 

국회는 ‘김용균법’ 또는 ‘위험의 외주화 방지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마련하겠다며 동분서주하고 있고 노동계는 연일 ‘위험의 외주화를 당장 중단하라’고 외치며 그의 죽음을 애도하기 바쁘다. 

김용균 군을 졸지에 망자로 만든 태안화력발전소와 별다를 바 없는 작업환경을 지닌 기업들은 다시는 이런 사고가 없게 한다며 사후약방문 마련에 골몰하고 있는 것도 늦었지만 반가운 일이다.

그래봐야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지만 이번에라도 제대로 고쳤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그럴 수 있을까?

흐릿해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엔 2016년 5월의 구의역이 남아있다. 2016년 5월 28일, 서울 메트로의 안전문 유지 보수 업무를 맡은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였던 김모군(당시 19세)이 홀로 승강장 안전문 수리에 나섰다가 참변을 당한 그 일.

독일의 사상가 칼 마르크스는 그의 저서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에서 “헤겔의 말대로 역사는 반복된다. 한번은 비극으로, 또 한번은 희극으로”란 문장을 남긴 바 있다.

그의 말대로라면 이번 김용균 군의 일은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임이 분명하다. 비극 다음에 희극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왜 우리는 비극 다음에 또 다시 비극을 보아야 하는 것일까.

이 모두는 구의역 김군이 스크린 도어에 끼어 숨진 후 제대로 외양간을 고치지 않아서 생긴 일이다. 

생각해보면 2018년 12월은 2016년 5월과 끔찍하도록 닮아있다.

두 사람 모두 젊었고 두 사람 모두 하청업체 소속이던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두 사람 모두 유품으로 컵라면을 남긴 것에 이르면 몸서리가 쳐질 정도다. 하다못해 ‘2인 1조’로 작업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음에도 홀로 일할 수밖에 없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을 나섰다가 숨진 것까지 닮아있는 그들의 사고.

사고 후 일어난 움직임 역시 그때와 하등 다를 바 없다. 우려되는 건 바로 이 부분이다. 설마 그조차도 똑같아지지 않을까 싶어서다.

그때를 되짚어보자. 김군의 사고 직후 국회는 이를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법안들을 발의하고 나섰다. 

산업안전보건법에 규정된 위험 작업에 대해서는 사내 하도급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사업주의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강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등이 중심이 된 ‘위험의 외주화 방지법’ 7개를 패키지로 발의했는가 하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으로 노동자가 사망에 이를 경우, 범죄 행위로 간주해 가중 처벌하는 이른바 ‘기업살인처벌법’(산업안전보건범죄의 단속 및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도 등장했다. 이외에도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한 다양한 법안들이 발의되었다.

그때 발의됐던 그 법안들이 제대로 국회를 통과해 산업현장에 적용되었다면 이번 김용균 군 사고가 발생했을까?

지나간 일에 가정을 덧붙이는 것은 무의미하지만 만약 그랬다면 이런 비극이 재차 발생했을 확률이 현저히 낮아졌을 것이란 것만은 분명하다.

이번만은 다를 것이란 기대를 가지고 예의 주시하고 있지만 벌써부터 부정적인 징후들이 포착되고 있다.  

지난 12월 19일 여야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본회의가 예정된 27일 위험의 외주화를 막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등을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논의가 거듭되면서 사업주 책임강화, 작업 중지권 확대 등 핵심 쟁점에서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이번 회기 중 합의가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흘러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이 역시 2016년 5월과 흡사하다. 대원칙엔 동의하지만 세부 쟁점에서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아 결국 법안 채택에 실패한 전적을 우리는 이미 보아왔다.

그렇게 2년 반이 흘렀다. 
그리고 또 한 젊은이가 숨졌다.

이번 국회가 제대로 외양간 고치기를 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또 다시 누군가의 아들이 목숨을 잃는 비극을 보아야 할지도 모른다. 아니 필연적으로 보게 될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튼튼한 외양간이다. 그 어떤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외양간, 젊은이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구조를 지닌 튼튼한 외양간이 조속히 지어지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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