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단속은 그만..자율시정 유도로 달라지는 노동부 근로감독
[초점] 단속은 그만..자율시정 유도로 달라지는 노동부 근로감독
  • 손영남 기자
  • 승인 2018.12.28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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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점검계획 통보해 사업장 스스로 시정할 시간 준다
자율시정 의미는 좋으나 기업들 악용 우려 비판도
근로감독의 기조가 단속과 처벌 대신 자율 시정으로 바뀐다.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내년부터는 단속과 처벌 대신 스스로 노동관계법을 중시하는 기업문화 구축을 이끌 수 있도록 근로감독 기조가 변화된다. 근로감독을 할 때 처벌보다는 자율적으로 시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에 따르면 사업주가 처벌을 받기 전 스스로 시정사항을 개선할 수 있도록 충분한 기간을 부여한다.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달라진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뜻이다.

이같은 사실은 12월 26일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전국 지방관서 근로감독관 100여명과 함께한 ‘근로감독과의 대화’ 행사에서 발표됐다. 

국회 환노위 일정으로 당초 참석키로 했던 이재갑 장관 대신 참석한 안경덕 노동정책실장의 발표를 정리해보면 이렇다.

내년부터는 정기감독을 실시할 때 사전계도를 통해 충분한 자율시정 기회를 부여한 후 지도·점검을 실시한다. 근로감독 대상기업 2만여개 사업장에 현장 점검 1~2개월 전에 통보하고 스스로 노동관계법을 준수·시정할 기회를 준다는 취지라는 것이 노동부의 설명이다. 정기감독일 10일 전에 해당 사업장에 통보하는 현재보다 대폭 그 기준이 완화되는 것이다.

이번 발표가 놀라운 점은 이전의 기조와 180도 달라졌다는 데 있다. 노동부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는 올해 7월 사업장 근로감독시 감독계획을 사업장에 사전 통보하지 않고 방문하는 '불시 근로감독'을 원칙으로 삼으라고 권고했다. 자율시정보다는 강력한 단속과 처벌을 통해 기초노동질서 확립에 중점을 두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낸 것.  

그러나 이재갑 장관은 노동시간 단축과 최저 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이 예상되는 내년 경제·고용 여건 등을 고려해 자율시정 중심의 근로감독을 실시하겠다는 것으로 급선회한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고용부는 노동시간 단축에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내년 3월 말까지 계도기간을 연장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고액연봉 대기업의 최저임금 위반에 대해서는 임금체계 개편 등을 위한 시정 기간을 최장 6개월 부여하기로 하는 등 기업친화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노동계의 반발은 당연한 상황. 이번 발표대로 정기감독 1~2개월 전에 사업장에 통보할 경우 감독을 피하기 위해 그때만 반짝 시정할 가능성이 높고, 범죄행위 증거인멸 시간을 줄 여지가 다분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고용부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업장에 대한 수시·특별감독은 현행대로 진행된다고 밝힘으로써 이런 우려를 차단하겠다는 의지지만 노동계 입장에서는 애써 만들어놓은 노동정책마저 후퇴시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는 노동자 권익 보호와 노사관계 안정에 기여한 ‘올해의 근로감독관’ 10명 등 총 97명이 표창을 받았다. ‘올해의 근로감독관’ 중 한 명인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소속 김인숙 감독관은 드라마 제작 현장 근로감독에서 열악한 노동 환경에 처한 스태프들의 ‘근로자성’을 처음으로 인정하는 등 드라마 제작 노동자의 권익 보호에 기여했다는 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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