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우수인재 채용 절실한 스타트업 외면하는 구직자들 속사정
[기획] 우수인재 채용 절실한 스타트업 외면하는 구직자들 속사정
  • 이윤희 기자
  • 승인 2019.01.07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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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능력있는 경력직 희망" VS 경력직 "기업 미래 불확실"
구직자, 턱없이 부족한 기업 정보에 스타트업 취업 난항
일부에만 편중된 투자금, 소형 스타트업 인력난 가중..도태 우려
투자를 받지 못한 소형 스타트업은 인력 수급이 시급하지만, 인력난을 해결할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투자를 받지 못한 소형 스타트업은 인력 수급이 시급하지만, 인력난을 해결할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스타트업(Start-up),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처음 사용된 말로 '신생 창업기업'을 뜻한다.

일반적인 벤처기업과 달리 대형 자금을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하고 있어 미래 경제 발전과 일자리 창출의 주역이 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청년들도 도전이라는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스타트업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지난달 총 49개사가 참여한 '2018 스타트업 채용 페스티벌'에는 1000여명의 구직자가 참여하는 등 스타트업에 대한 취업 열기는 뜨겁다.

사정이 이렇지만 정작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관계자들은 인력 구인이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엔터테인 소셜벤처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M사 관계자는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구직자들이 안정적인 직장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스타트업은 간만 보고 끝나는 일이 허다하다"고 토로했다.

스타트업이 지닌 고수익, 고성장의 이면에 깔린 고위험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선뜻 취업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것.

실제로 M사의 대표는 "지난 달만 해도 구직을 희망하는 이력서를 5통 정도 받았지만 적합자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일부에만 편중된 스타트업 투자금..스타트업 인력난 가중

스타트업은 말 그대로 갓 시작하는 '신생 회사'다. 이미 시장성을 확보하고 산업에서 자리잡은 다른 기업들과 경쟁하기엔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구직자와 스타트업의 일자리 매칭을 지원하는 비긴메이트의 구인 글을 살펴보면 대다수가 상품 및 제품의 상용화 단계에도 이르지 못하고 검증 단계에서 시작하는 기업들이거나, 상용화 단계를 준비 중인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다.

미래가 불투명하게 여겨지는 이런 기업에 이력서를 넣는다는 것이 구직자들로서는 꺼려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적절한 인력수급을 하지 못하고 도태된 채 창업 5년 안에 사라지는 스타트업들이 부지기수다.

스타트업이 제대로 자리잡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보여주는 대목. 기업 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을 넘는 스타트업을 '유니콘'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상상 속 동물인 유니콘만큼 드물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쿠팡과 옐로모바일 이후 차세대 유니콘 기업으로 우아한형제들, 하이퍼커넥트, 야놀자, 직방, 컬리, 베스핀글로벌 정도만 거론되고 있다.

스타트업이 미래를 이끌 유망주로 부상하면서 이에 대한 투자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지만 관련 투자는 이미 상용화 단계를 거쳐 검증된 우수 기업에만 이루어지거나 일부 산업에 편중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벤처기업협회가 밝힌 지난해 11월말 기준, 신규 투자 금액과 투자 분야 (자료제공=한국벤처기업협회)
한국벤처기업협회가 밝힌 지난해 11월말 기준, 신규 투자 금액과 투자 분야 (자료제공=한국벤처기업협회)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밝힌 지난해 VC에 대한 투자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2018년 11월 말 기준 VC에 대한 신규 투자가 3조 1217억 가량 이루어지며 전년대비(2조 680억) 약 1조 가까이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투자금 확대를 견인한 것은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대형 투자 증가를 원인으로 꼽았다. 

투자 기업도 전년 동월 기준 1081개 기업에서 1254개 기업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투자 자금의 산업별 편중도가 높았다.

지난해부터 대기업들이 스타트업 유망 업종에 대한 대형 투자들이 활발하게 진행됐는데, 대부분이 경쟁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바이오·의료 분야나 ICT서비스 분야, 유통·서비스 분야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오·의료, ICT서비스, 유통·서비스 분야는 지난해 11월 기준 각각 7572억, 6896억, 5376억이 집중됐다.

세 분야에 투입된 투자금은 전체의 63.6%를 차지하며 다른 산업에 투자된 금액을 모두 합친 것보다 높았다. 화학, 게임, 뷰티 등 다른 산업의 스타트업은 투자 유치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는 상황.

투자를 받지 못한 스타트업은 몸집을 부풀인 대형 스타트업과 이미 산업에 자리잡은 고참 기업들 또는 대기업의 계열사나 자회사로 새로운 산업에 파생된 기업 앞에서 상대적 약자로 남는다.

이렇다보니 투자를 받지 못하는 산업이나 기업에 대한 구직자들의 취업 희망도는 당연히 낮을 수밖에 없다.

창업 3년차를 맞은 스타트업 대표는 "투자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자면 능력있는 직원이 필요한데, 능력있는 직원들은 불확실한 스타트업에 도전하길 원하지 않는다"며 "스타트업에 취업할 때 따르는 부가적인 혜택이 없다면 누가 스타트업에 도전하려 하겠는가"라고 토로했다.

그는 "스타트업에 대한 일반적인 투자도 중요하지만, 더 많은 스타트업이 살아남고 상생하기 위해서는 구직자들이 취업하고 싶어할 만한 안정적인 지원이나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직자, "스타트업에 대한 정보 부족이 불확실성 키운다"
구직자와 스타트업간 일자리 미스매치도 스타트업의 인력난을 심화하고 있다.

규모가 작고 새로운 산업을 시작하는 스타트업의 경우 바로 현업에서 활동할 수 있는 '경력직'을 선호한다. 그러나 경력직의 연봉과 희망 복지 환경을 맞춰줄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은 것이 문제다.

구직자들은 스타트업에 대한 명확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 것 또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들은 스타트업 채용 페스티벌이 해마다 몇차례 열리고는 있지만 홍보나 질적인 정보가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구직 신청을 위해 해당 기업에 대한 정보를 찾고자 해도 홈페이지에 실려있는 단편적인 글 정도가 기업 정보의 전부이기 때문에 불확실성만 키운다는 것.

특히 스타트업의 경우 자금 부족이나 마케팅 방법의 부족으로 기업 PR에 소극적인 경향이 있어 구직자들에게 적절한 기업 정보를 전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차세대 유니콘 스타트업으로 평가받는 '우아한형제들'이 로봇 박람회에 참여하여 기업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있다.
차세대 유니콘 스타트업으로 평가받는 '우아한형제들'이 로봇 박람회에 참여하여 기업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있다.

스타트업 기업에 인력 매칭을 도왔던 써치펌 기업 바인컨설팅 관계자는 "스타트업은 기업 정보가 부족한 만큼 구직자들의 선호도가 떨어진다"며 "하지만 구직자들에게 해당 스타트업에 대한 미래 비젼과 발전 가능성을 설명해주면 이내 납득하거나 흥미를 갖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실제로 바인컨설팅이 지난해 국내외 스타트업 기업 94곳의 채용담당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4%가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으며 가장 큰 어려움이 되는 요소로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인지도'를 꼽은 것으로 조사됐다.

바인컨설팅은 "스타트업 기업은 낮은 기업 인지도와 적은 정보로 공고를 통해 들어오는 구직 신청도 적고 그 중에서 기업에 적절한 인재를 찾는 일은 더 어렵다"며 "거시적인 관점에서 기업 홍보와 우수 인재 채용을 위한 비용을 아끼기보다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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